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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HOT MUSICAL] <들풀II> 다시 돌아온 동학 농민군의 이야기 [No.129]

글 ||송준호 사진제공 |쇼앤라이프 2014-07-07 3,789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했던가. 지금의 문화 콘텐츠가 다루는 소재들은 대개 주류 역사의 주요 인물이나 사건에 국한돼 있다. 이 과정에서 익명의 민중은 대개 배경 역할이나 지문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가령 명성황후 같은 문제적 인물을 다룬 작품에서 민중은 심지어 폭도처럼 표현되기도 한다. 당시 민중을 구성하던 농민들이 어떤 맥락에서 그처럼 봉기했는지 설명하는 것은 무대가 아니라 교과서의 몫이었다.

<들풀II>는 이처럼 외면받던 민중을 전면에 내세운 뮤지컬이다. 동학 혁명을 다룬 기존 작품들이 전봉준이나 최제우 같은 소영웅들을 부각시켰다면 이 작품의 주인공은 ‘들풀’이라는 제목이 상징하는 것처럼 민중 그 자체다. 동학농민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1994년에 초연된 이 작품은 민중 봉기 당시 최후의 격전지였던 ‘우금치 전투’를 배경으로 동학 농민군의 치열했던 삶을 극화했다. 이 작품의 중점은 스타 배우나 귀에 익은 뮤지컬 넘버가 아니다. 작품은 철저히 ‘동학 농민군’과 ‘우금치 전투’라는 두 축을 원동력으로 ‘잃어버린 역사 1894’를 전개한다. 이런 지향점은 ‘동학 농민가’, ‘아, 우금치 절명의 햇살이여’, ‘들풀의 함성’ 같은 곡들에 오롯이 담겨있다. 힘 없는 민중들이 들불처럼 일어나 자신들이 꿈꾸는 세상을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모습을 절절하게 그려낸다.

드라마나 뮤지컬 넘버의 울림을 더 깊숙이 느끼기 위해서는 작품이 다루는 역사적 키워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전라도 고부 군수 조병갑의 수탈에 시달리던 농민들이 1894년 전봉준의 주도하에 봉기한 사건이 동학 혁명이다. 동학 농민군은 1차 거병에서 승리한 후 관군과 화의를 맺고 해산했다. 그러나 동학군을 토벌한다는 명분으로 민씨 정권이 청나라에 파병을 요청하자, 일본도 군대를 파견해 경복궁을 점거하고 실질적인 조선 통치권을 장악했다. 이후 동학 농민군의 2차 봉기가 이루어졌고, 전라도와 충청도 인근의 농민군이 북상의 요지인 공주의 우금치에서 관군과 일본군의 연합 전선과 일대 혈전을 벌였다. 하지만 이 전투에서 동학 농민군은 패했고, 최대의 반일 항쟁이 실패로 끝나자 조선의 국운은 급격히 쇠퇴했다.

극은 공주성으로 진격을 준비 중인 동학 농민군에 위장 잠입한 남원 관원 이진엽과 그를 사랑하는 관비 군자홍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격전을 앞두고도 서로를 보살피는 농민, 광대, 노비 등 서민들의 모습에서는 이념이나 계층을 넘어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이런 모습으로부터 동학 농민군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관노로 위장한 이진엽이 심경의 변화를 일으킬 것은 명약관화하다.

<들풀II>는 김정숙 작가와 권호성 작곡·연출가가 이끄는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25주년 기념작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공연은 아르코가 주목하는 젊은 예술가에 선정된 양승환이 편곡자로 참여해 넘버들도 지금의 감성에 맞는 선율로 다듬어질 예정이다. 이진엽 역에는 박영수와 안덕용이, 군자홍 역에는 문혜원이 캐스팅됐다. 이 밖에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단원 25명이 출연한다. 또 전봉준 역에는 김응수, 손병호, 서범석, 최승렬이 특별 출연해 작품의 의미에 힘을 보탠다.

6월 5일~15일 과천시민회관 대극장 1544-1555

한 줄 평 : ‘역사’ 뮤지컬이냐, 역사 ‘뮤지컬’이냐에 따라 관객 반응이 갈릴 듯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9호 2014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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