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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PREVIEW] 관객에게 말 거는 무용가들 [No.131]

글|송준호 2014-09-02 3,380
몇 년 전부터 무용계에 ‘렉처 퍼포먼스(Lecture Performance)’라는 형식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거창한 용어 같지만 실은 안무가나 무용수가 작품 또는 자신에 대해서 공연 사이사이에 말로 설명을 하는 것이다. 무용계의 ‘해설이 있는 발레’나 영화계의 ‘관객과의 대화’에서 진일보한 컨셉이랄까. 그동안 춤 공연을 보면서 난해한 몸짓의 의미를 궁금해했던 관객들에게 이 같은 방식은 친절한 시도로 다가온다. 춤은 원래 말이 필요하지 않은 ‘넌버벌’ 장르의 대명사였지만, 이제는 그런 정의에 충실할 필요가 없어졌다. 수많은 ‘컨템퍼러리적’ 시도를 통해 장르의 경계는 해체되고 춤의 넌버벌에 대한 강박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춤이든 연극이든 중요한 것은 그것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이런 흐름에서 작품 자체로, 몸짓 자체로 설명이 어렵다면 공연자가 차라리 말로 설명하면서 공연하는 게 관객에게 가장 확실한 전달법이 될 수 있다. 
오랫동안 춤의 금기처럼 여겨지던 이 ‘말하는 공연’ 컨셉을 최근 가장 활발히 활용하고 있는 곳은 국립현대무용단이다. 지난해 ‘춤’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발레리나와 현대무용가, 비보이와 스트리트 댄서들을 한자리에 모았던 <춤이 말하다-크로스 컷(Cross Cut)>은 일반 관객에게 외국어처럼 느껴졌던 춤을 이해하기 쉽게 통역해준 이벤트였다. 무용단은 얼마 전에도 또 한 차례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 1970~80년대 한국 건축계의 역사적인 공간인 ‘공간 사옥’에 대한 이야기를 렉처 퍼포먼스 <우회공간>으로 푼 것. 사옥 내 소극장 ‘공간사랑’을 배경으로 시도됐던 1세대 현대무용가들의 혁신적인 실험은, 몸짓만이었다면 또 다시 불친절했을 테마를 강연이라는 보완재를 통해 효과적으로 관객에게 전달했다. 이런 유연한 시도와 소통의 의지가 담긴 새로운 실험들은 일부 관객에게만 향유되던 춤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는 발판이 된다.     



<코펜하겐 해석을 위한 고양이 협주곡 C장조>
춤과 연극, 오페라 등을 넘나들며 안무 활동을 펼쳐온 안무가 박호빈이 자신이 이끄는 무용단과 함께 3년 만에 신작을 내놓는다. 춤에서는 이례적으로 ‘양자역학’을 소재로 삼은 이 작품은 상호작용을 한 입자들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양자 얽힘’ 현상 등을 움직임으로 풀어냈다. 현대무용단으로서는 드물게 매년 30회 이상 활발히 공연하다 경영상의 이유로 잠시 숨을 돌렸던 댄스씨어터 까두는 이번 공연을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려고 한다. 박호빈은 이번에 작품의 배경과 안무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 공연 준비 과정을 또 하나의 공연으로 무대에 올리고, 9월에 완성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8월 8일~9일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최후의 만찬>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명화 <최후의 만찬>을 모티프로 만든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안무가 정의숙이 최후의 만찬 전날 하루를 재구성해 열두 제자들의 인간적인 번뇌와 고민을 담아낸 작품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안무가와 영화감독 콤비가 완성한 복합 공연이라는 점이다. 영화 <주홍글씨>, <오감도>의 변혁 감독은 지난 2011년에도 정의숙과 짝을 이뤄 <윤이상을 만나다>를 선보였고, 그해 대한민국무용대전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아 좋은 성과도 거뒀다. 이번 공연에서도 두 사람은 안무와 음악, 영상과 미술이 어우러지는 총체적 라이브 향연으로 춤 공연의 영역 확장을 도모할 예정이다. 
8월 26일~2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1호 2014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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