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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OCUS] 연출가들이 말하는 영화 그리고 무대 [No.135]

정리|나윤정 2015-01-12 5,327

최근 다양한 영화의 감동이 무대로 옮겨지고 있다.  <국화꽃향기>, <러브레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기억 속 영화의 한 장면을 무대에서 꺼내보는 느낌은 어떨까?  각 작품의 연출가들이 영화에 대한 기억을 꺼내보았다. 
그들이 영화의 감동을 무대에 어떻게 펼쳐낼지,  또 영화의 명장면으로 무엇을 꼽았는지,  세 연출가들의 이야기를 모아보았다. 


이성모 연출의 <국화꽃향기>

대학생 때 영화 <국화꽃향기>를 처음 봤어요. 당시 제게 남녀 간의 순애보적인 사랑, 변치 않은 순수한 사랑이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왔어요. 사랑은 저렇게 해야 하는구나! 이것이 옳은 사랑법이라는 생각이 머리와 마음속에 굳게 맺혔던 영화였어요. 과도하게 슬프지도, 그렇다고 과도하게 가볍지도 않은, 그러면서도 따뜻함과 애틋함, 심장의 울림이 있는 영화라는 것에 매력을 느꼈어요. 언젠가 반드시 ‘내가 공연화하리라’ 마음을 먹었죠. 물론 영화 <국화꽃향기>처럼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공연은 많이 있어요. 그래서 뮤지컬에서는 ‘여자’, ‘엄마’라는 의미에 좀 더 집중했어요. 삶(아기)과 죽음(위암)을 한순간에 품게 된 여자로서의 모습, 여자가 하는 고민과 선택에 좀 더 포커스를 맞췄죠. 무대에서 가장 관객들이 몰입하게 만든 순간도, 위암과 임신을 동시에 알게 된 여주인공 미주가 엄마와 전화 통화를 하는 장면이에요. 이 부분을 몰입 포인트로 설정하여, 마지막 장면까지 긴장감이 유지되도록 연출했고,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를 통해 미주의 심경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며 관객들의 몰입을 도왔답니다. 또, 대부분의 관객들이 대략적인 스토리를 알고 오는 경우가 많다 보니 영화를 그대로 옮기지 않고 책과 영화의 설정을 무대에 맞게 변형했어요. 예를 들어 소설에서는 영화 동아리, 영화에서는 역사 공부 동아리가 나오는데, 무대에서는 노래할 수 있는 장면들이 가능하도록 음악 동아리로 설정을 바꿨어요. 



명장면


인하의 고백과 사랑의 결실



(인하)  당신이 필요한 거… 내가 다 준비할게요. 
(희재)  왜 날 사랑하니?
(인하)  당신이니까요

<국화꽃향기>의 명대사로 기억되는 장면. 영화처럼 승우(인하 역할)는 라디오 PD가 되어 자신의 방송에서 꾸준히, 끊임없이 미주(희재 역할)를 향한 사랑 고백을 담은 방송을 내보내요. 그리고 무대에서 이 장면은, 그 라디오를 자주 듣던 가수 지망생 미주가 그 방송을 승우가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되고, 오랜 시간 동안 소나무같이 변함없는 사랑을 준 승우의 마음과 사랑을 결국 받아들이게 되는 것으로 구성했어요. 메시지 전달 방법이 라디오인 만큼, 진실된 마음이 오롯이 담긴 사연과 사랑을 향해 애절하게 외치는 고백송인 ‘눈물비’를 통해 ‘승우가 얼마나 미주를 사랑했는지’를 보여주었죠. 


변정주 연출의 <러브레터> 

영화 <러브레터>는 ‘첫사랑의 기억’이라는 로맨틱한 모티프와 ‘진실 찾기’라는 추리극적 모티프가 절묘하게 배합되어 있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죽은 남자 친구의 중학교 시절 주소로 편지를 보내는 한 여성의 무모한 시도로부터 시작된 드라마가 히로코와 이츠키라는 두 여성이 각자의 트라우마와 콤플렉스를 극복해가는 성장 드라마로 진행되는 것도요. 그리고 서로 외모가 닮은 것에서 비롯된 엇갈린 두 캐릭터를 한 명의 배우가 연기한다는 사실 또한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뮤지컬 <러브레터>는 어떠한 의미에서 원작의 번역이라 볼 수 있는데, 그 초점은 원어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의 최대치에 가까운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있어요.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무대 위 <러브레터>에서 들리는 바람 소리가, 소라 껍데기를 귀에 대면 들리는 실제 바닷바람의 소리 같았으면 좋겠어요. 이번 무대가 그런 번역이 된다면 행복할 거 같아요. 



명장면


“오겡끼데스까?” 

(와타나베 히로코)   잘 지내고 있나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이 장면 때문에 영화 <러브레터>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여주인공이 죽은 남자 친구가 조난당한 바로 그 장소에 가서 그에 대한 집착적인 사랑을 떨쳐내는 순간인데요. 눈 덮인 거대한 산과 나카야마 미호의 완벽한 연기가 잘 어우러진 명장면이었어요. 당연히 뮤지컬에서도 빠질 수 없는 장면이었죠. 하지만, 무대라는 제한된 공간에서는 접근 방식을 다르게 했어요. 인물의 심리 묘사에 치중하기보다는 인물 간의 관계나 현재와 과거의 공존, 히로코의 공간과 어린 이츠키, 성인이 된 이츠키를 동시에 무대 위에 구현시켜 영화와는 다른 방식의 감동을 전달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유희성 연출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전쟁과 사랑의 대서사를 그린 마거릿 미첼의 소설을 스크린에 옮기면서, 상상하는 것 이상의 시각적 효과를 더했더라고요. 그만큼 볼거리를 극대화한 영화였어요. 세대를 넘어 추앙받을 만한 고전 영화의 진면목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해요. 이런 매력을 살려 무대에서는 전쟁과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소녀에서 강인한 여성으로 거듭나는 스칼렛의 인생 역정과 네 남녀의 사랑, 그리고 노예들을 통해 작품의 메시지인 자유와 평등, 박애주의에 대해 재조명하고 싶어요. 인간애에 대한 뜨겁고 묵직한 에너지가 잘 전해질 수 있게요. 




명장면


석양 아래 키스신 

(레트 버틀러)  스칼렛 나를 봐요. 
난 내가 사랑했던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해요. 
어떤 여자보다도 당신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어요. 
(스칼렛 오하라)  날 혼자 내버려둬요. 
...
(레트 버틀러)  스칼렛 키스해줘요. 
단 한 번만이라도

전란 중 타라로 돌아가는 길, 붉은 석양 아래에서의 스칼렛과 레트의 키스신은 이 영화의 메인 장면이에요. 무대에서도 이를 재현하여 영화의 명장면과 복고의 향수를 추억할 수 있게 했죠. 격정적인 키스신은 영화를 통해 각인된 노스탤지어를 자극할 거예요. 특히 무대미술과 의상, 조명, 영상을 통해 시대적 낭만을 더욱 느끼실 수 있게 만들었어요. 동시에 더 현대적이고 세련된 미장센을 구축해 명장면에 깊은 인상을 더했답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5호 2014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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