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더뮤지컬>에 실린 인터뷰 사진들은 기자들이 자신만의 필터로 걸러낸 결과물이다. 하지만 그 사진을 찍은 포토그래퍼에게 최선의 컷은 달랐을 수도 있다. 김호근과 김수홍, 두 포토그래퍼가 <더뮤지컬>에 실리지 못해 아쉬웠던 사진들을 고르고, 기억을 되짚어 당시 감상을 되살려봤다.
윤나무 - 1월 호
윤나무를 처음 본 건 2011년 연극 <삼등병> 프로필 촬영이었다. 그를 기억하는 이유는 이제 막 데뷔한 신인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를 응시하던 눈빛이 굉장히 강렬했기 때문이다. 그 후 3년 만에 ‘2014년 주목할 만한 신인 배우’ 촬영으로 만난 윤나무는 여전히 선과 악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눈빛과 섬세함까지 갖춘 배우가 돼 있었다. 그의 눈은 부드럽게 웃는 것 같지만, 어딘지 모르게 섬뜩한 느낌도 든다. 바로 이런 매력이 앞으로 그의 행보가 궁금해지고 기대되는 이유이다. 김호근
박은태 - 3월 호
본격적인 표지 촬영에 앞서, 조명을 맞추기 위한 테스트 컷. <프랑켄슈타인>의 박은태는 분주하고 어수선한 현장에서도 조용히 감정을 잡으며 촬영을 위한 자신만의 준비를 한다. 그는 촬영 때마다 늘 준비를 많이 해오고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배우이다. 그런 태도는 이 사진 한 장을 통해서도 전해진다. 참 아름다운 ‘배우’의 모습이다. 김호근
홍광호 - 3월 호
촬영 당일 그는 극심한 몸살감기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특히 영국 활동을 위해 출국을 앞두고 잡힌 스케줄이라 일정을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원활하게 촬영할 수 있을까. 우리의 걱정과 조바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는 이전 작업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들을 마음껏 표출했다. 지금까지 본인이 가지고 있던 틀을 과감히 깨는 듯한 홍광호의 눈빛과 포즈를 떠올리면 아직도 흥분되고 벅찬 기분이 든다. 대표적인 뮤지컬 배우로 자리매김했음에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또 다른 도전을 결심한 그 용기와 결단이 그날의 촬영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게 아니었을까. 김호근
조정은 - 3월 호
<소서노>로 오랜만에 컴백하는 조정은의 인터뷰 촬영이었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팬이기도 한데, 이전 몇 번의 만남마다 서로 긴장이 풀리지 않은 상태로 촬영이 끝나 늘 아쉬움이 남았었다. 긴 휴식과 새로운 작품이 주는 에너지 때문인지, 이날의 조정은은 편안하고 조금은 마음이 열려 있는 것 같았다. 특별히 꾸미지 않아도 특유의 우아하고 지적이며 소박하기도 한 그녀의 매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사진이다. 김호근
리사 - 9월 호
인터뷰와 촬영 내내 톡톡 튀는 개성으로 반짝반짝 빛나던 그녀. 일로 임하는 포토그래퍼조차도 딴 마음(?)이 들게 할 정도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인터뷰에서 그녀의 다양한 성격 중 시크한 개성을 발견했는데, 이런 이미지를 직선과 면으로 이루어진 배경에 블랙 앤 화이트 컬러 톤으로 담아내 더욱 빛을 발하게 했다. 지면에는 아쉽게 실리지 못했지만, 그녀의 눈에서 나오는 강렬한 에너지를 전달하기에 충분한 사진이다. 김수홍
에녹 - 4월 호
마치 화장품 광고에서 막 나온 꽃미남 같은 얼굴의 에녹. 이날 촬영 컨셉은 ‘강한 남자’가 아닌, 속앓이를 하는 듯 ‘아픈 남자’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촬영 내내 그에게 ‘사랑에 멍들고 아픈 남자’를 표현해달라는 주문을 많이 했다. 수심에 찬 에녹을 본 독자들은 마치 그를 아프게 한 게 나인 양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김수홍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5호 2014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