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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PREVIEW] 댄스 라인업 가이드 [No.136]

글 | 송준호 2015-01-28 4,900

같은 제목, 다른 작품


해마다 비슷한 레퍼토리들을 반복적으로 공연하는 것이 국내 발레의 운영 방침 같아서 가끔씩의 신작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국립발레단도 클래식 발레 <백조의 호수>와 로맨틱 발레 <지젤> 등 익숙한 레퍼토리들이 어김없이 라인업에 포함된 가운데 한 편의 신작이 눈에 띈다. 1969년 세계 초연한 존 크랑코 안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The Taming of the Shrew)(4월 29일~5월 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가 그것이다. 2006년 강수진 예술감독이 슈투트가르트발레단과 내한해 첫선을 보였던 이 작품은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극을 각색한 발레다. 호탕하고 쾌활한 신사 페트루키오가 소문난 말괄량이 캐서리나를 온순한 아내로 길들이는 과정을 익살스럽게 그린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문학성과 인상적인 발레 테크닉, 그리고 드라마틱한 연기를 조화시킨 존 크랑코의 천재성을 느낄 수 있다.

지난해 10월의 국내 초연을 놓친 관객들은 올해 <교향곡 7&봄의 제전>(5월 28일~31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과 만날 기회가 또 한 번 있다. <교향곡 7>을 안무한 우베 숄츠는 20세기 무용의 역사에서 ‘교향곡 발레’라는 장르를 발전시킨 안무가로 평가받고 있다. 20세기 초반, 바슬라프 니진스키 안무 버전으로 유명한 <봄의 제전>은 글렌 테트리의 안무로 새롭게 해석됐다. 음악 선율에 따라 남성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동작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한편 유니버설발레단은 다른 <지젤>(6월 16일~1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선보인다. 호주 안무가 그램 머피가 기존의 클래식 발레를 과감히 각색해 완전히 새로운 컨템퍼러리 발레로 재탄생시켰다. 유니버설발레단은 그램 머피가 오스트레일리아 발레단을 위해 안무한 <백조의 호수>를 보고 그와의 협업을 결정했다.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찰스 왕세자, 그의 숨겨진 연인 카밀라의 관계를 <백조의 호수>에 과감히 입혔기 때문이다. 머피는 <지젤>에서도 이런 파격적인 해석을 이어간다. 여기에서 지젤은 지상 세계의 무당인 베르뜨의 딸로, 어느 날 산나물을 캐러갔다가 이 세상 사람 같지 않은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는 바로 시공간을 초월한 세계에서 온 알브레히트다. 어딘가 위태로워 보이는 알브레히트에게 자신의 보호의 상징인 크리스탈을 건네주며 지젤의 죽음은 불길하게 암시된다.

낯선 공기 내뿜는 내한 공연 


올해는 국내 관객에게는 익숙지 않은 안무가와 무용단의 작품들이 내한해 LG아트센터에서 선을 보인다. 벨기에의 로사스 무용단은 <로사스 댄스 로사스(Rosas Danst Rosas)>(5월 7일)와 <드러밍(Drumming)>(5월 9일~10일)을 들고 한국을 찾는다. 로사스 무용단은 오늘날 벨기에를 현대춤의 성지로 만든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가 이끄는 단체. 창단과 동시에 발표한 <로사스 댄스 로사스>(1983)는 긴박한 리듬 속에서 일사불란하게 이뤄지는 ‘의자 위의 춤’으로 유명하다. <드러밍>(1998)은 미니멀리즘 음악가인 스티브 라이히가 작곡한 동명의 곡에 움직임을 붙인 작품이다. 하나의 반복적인 리듬에 맞춘 움직임이 시공간을 따라 계속 변주되어가는 모습에서 ‘춤의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안무의 특징을 느낄 수 있다.

<라이스(Rice)>(9월 11일~12일)는 1999년 ‘댄스 유럽’ 매거진이 피나 바우쉬, 지리 킬리안, 머스 커닝햄, 윌리엄 포사이드와 함께 ‘20세기 위대한 안무가’로 꼽았던 대만의 린 화이민(林懷民)의 작품이다. 그가 1973년 창단한 중국어권 최초의 현대무용단이 바로 이번에 내한하는 클라우드 게이트(雲門舞集)다. 클라우드 게이트는 동양의 전통과 문화를 소재로 삼아 그것을 현대적이고 보편적인 방식으로 표현해 전 세계에서 큰 반응을 얻었다. 이번에 선보일 <라이스>도 아시아인에게 단순한 양식을 넘어 문화이자 삶을 의미하는 ‘쌀’을 소재로 한다. 린 화이민은 대만 최고의 쌀 생산지로 유명한 남동부의 츠상향(池上)을 찾아 무용수들과 함께 직접 농사를 지으며 받은 영감을 이번 작품에 담아냈다.

한편 브라질 출신으로 유럽에서 각광받고 있는 데보라 콜커 무용단도 <믹스(Mix)>(10월 23일~24일)로 처음 내한한다. <태양의 서커스> 안무를 맡기도 했던 그녀의 초기작이자 올리비에 어워드 수상작으로, 브라질의 열정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작품이다. 무용수들이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6.6미터 암벽을 돌출부만을 이용해 수직으로 오르고, 점프하는 등 춤과 스포츠의 경계에 있는 구성은 <태양의 서커스>와의 연결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국립 단체의 창작춤들


국립무용단은 2015년부터 국내보다 해외 공연에 치중한다. <회오리>(안무 테로 사리넨, 2014년 초연), <묵향>(안무 윤성주, 2013년 초연)을 시작으로 세계 무대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그래서 올해 선보이는 신작 <제의(가제)>(4월 9일~11일, 해오름극장)는 더더욱 주목할 만하다. 총 64명의 무용수들이 무대에 등장해 모든 의식의 기원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몸짓으로 표현한다. 안무를 맡은 윤성주 예술감독은 연출 박이표, 작,편곡 박우재, 의상 정민선 등 젊은 아티스트들을 기용해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를 젊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내고자 한다. 모든 장식적 요소들을 배제되고 무용수들은 상황에 따라 한 인간이 되거나 소품으로 기능하며 ‘제의’라는 주제에 다가선다.

국립현대무용단은 국내외에서 창작 초연 5편을 무대에 올리며 순수예술로서의 춤 창작을 활성화하는 데 주력한다. 이중 2015년 첫 번째 공연으로 안무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국내안무가초청공연I>(3월 27일~29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이 진행된다. 안무가 윤푸름과 임지애가 첫 번째 주인공으로 나서는 이 프로그램은 이후에도 관객에게 다양한 형태의 공연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또 예술감독인 안애순도 신작 공연(4월 17일~19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으로 관객과 만난다. 아직 구체적인 컨셉은 나오지 않았지만, 시대별 ‘영웅’에 대한 동시대성을 탐구한다는 주제는 일반 관객에게도 효과적인 접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6호 2015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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