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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PREVIEW] <코카서스의 백묵원> [No.138]

글 |나윤정 사진제공 |임영환 2015-04-01 4,408

창극으로 느끼는 브레히트 






국립창극단의 의미 있는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2년 취임한 김성녀 예술감독은 ‘창극이 고루한 장르’라는 대중의 편견을 깨기 위해 이른바 ‘하이브리드 창극’을 새롭게 선보이며 극단의 변화를 이끌었다. 다른 장르와의 교배를 통해 이루어진 창극의 변신은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한태숙 연출의 <장화홍련>, 서재형 연출의 <메디아>, 고선웅 연출의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 연극 연출가와 창극의 조우는 극단 역사상 이례적인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번 시즌 역시 국립창극단이 어떤 창작자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할지 기대를 모았는데, 올해 첫 신작에 이름을 올린 이는 바로 정의신. 한일 양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재일교포 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은 <야끼니꾸 드래곤>, <나에게 불의 전차를> 등을 통해 국내 관객들의 꾸준한 지지를 받아온 창작자다. 특히 재일교포라는 성장 배경은 그의 작품 색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경계인이나 소외계층의 삶에 주목하며, 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끌어안는다.

정의신이 국립창극단과 함께 도전하는 작품은 브레히트의 <코카서스의 백묵원>이다. 2011년 브레히트의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을 모티프로 <쥐의 눈물>을 선보였던 그가 또 한 번 브레히트의 작품에 대한 독창적인 분석을 시도하게 된 것. 반면, 국립창극단이 브레히트의 작품을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더욱 기대를 모은다.

<코카서스의 백묵원>은 브레히트의 작품 중 시적인 요소가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정의신은 서양의 음악극과 한국의 창극의 만남을 시험하고 싶어 이를 택했다고 한다. 이야기는 극중극 형식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가 된 코카서스에서 계곡 사용권을 두고 벌어지는 두 농장의 갈등을 그린다. 그리고 그 갈등의 시초에는 ‘백묵원의 전설’이란 것이 존재한다. 백묵원의 전설은 솔로몬의 판결에서 모티프를 얻은 이야기인데, 결론은 다소 다르다. 총독이 살해된 후 아이를 버리고 도망갔던 총독 부인, 그리고 그 아이를 구해서 길러온 하녀 그루셰는 서로 자신이 아이의 엄마라고 주장한다. 가난한 민중을 대변하는 재판관 아츠닥은 친모를 찾기 위해 백묵으로 원을 그려 그 안에 아이를 내려놓는다. 두 여인은 각자 아이의 팔을 잡아당기는데, 어느 순간 그루셰가 아이의 팔을 놓는다. 아이가 다칠까봐 걱정이 되어서다. 이 모습을 본 재판관은 생모가 아닌 그루셰가 바로 정정한 엄마라는 판결을 내린다.

창극 <코카서스의 백묵원>의 백미는 양육권 재판 장면으로, 친모와 양모가 각기 낳은 정과 기른 정을 구구절절 풀어내는 소리 대결이 깊은 인상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원작은 재판 후 모두가 행복을 찾게 되는 것으로 끝나지만 창극은 이를 한 번 더 비틀어 다시 전쟁이 터지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다. 이를 통해 정의신은 전쟁의 비참함과 평화의 고귀함을 강조하고자 했다. 아츠닥은 유수정과 서정금, 그루셰는 조유아가 열연한다.

3월 21일~2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8호 2015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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