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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PREVIEW] <배비장전> [No.139]

글 |송준호 사진 |정동극장 2015-04-29 4,329

춤으로 푼 고전, 동서고금에 통하다





정동극장이 전통 공연 예술의 글로벌 브랜드화를 위해 기획한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배비장전>이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돌아온다. 지난해 초연된 이 작품은 조선 후기 동명의 고전 소설을 기반으로 새롭게 창작한 전통 무용극. ‘글로벌 브랜드’나 ‘해외 관객용’ 하면 떠오르는 전통 춤과 국악의 단순 결합이 아니라 우리 몸짓에 기반한 춤사위와 소리를 고전에 효과적으로 녹여낸 총체극이라는 점에서 초연 당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배비장’ 이야기는 무용극뿐만 아니라 창극, 뮤지컬, 얼마 전에는 오페라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시대를 초월한 재미와 의미를 담은 원전이다. 이런 원작을 춤이나 몸짓으로만 담아낸다는 것은 녹록지 않은 작업이지만, <배비장전>은 익숙한 줄거리 덕분에 대사가 생략돼도 극을 이해하는 데는 별 무리가 없다. 특정 서사의 형식을 빌리지 않은 춤 작품은 관객들을 종종 지루하게 하지만, 뚜렷한 줄거리가 있는 극에서의 춤은 인물과 이야기를 생생하게 부각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배비장전>은 완전히 대사를 배제하기보다 창극처럼 주요 인물이나 상황을 설명하는 도창(導唱)을 삽입해 무용극의 빈틈을 효과적으로 메웠다. 초연에서는 배비장의 부인이 도창을 겸했지만, 이번에는 도창이 따로 분리되어 해설자로서의 역할에 치중할 예정이다.

춤이나 판소리의 수준은 <배비장전>에서 매우 중요하다. 화려한 무대와 의상, 조명과 영상 등이 ‘볼거리’ 기능을 하는 동안, 이런 몸짓과 소리의 예술성이 한국적 미를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 콘텐츠 상품의 성격이 짙은 <배비장전>은 한국 문화를 가장 흥미롭게 보여주면서도 예술적 감동 또한 놓쳐서는 안 되는 태생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 국적과 성별, 연령을 초월해 누가 봐도 납득 가능한 내용과 감동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보편성은 해학과 풍자가 내재된 원전의 힘 덕분에 쉽게 해결되는 만큼, 무용극이라는 형식에서 어떤 감동을 안겨주느냐가 <배비장전> 성공의 관건이었다.

이런 난제는 정동극장이 지난해 이 작품을 통해 공공 극장으로는 처음으로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하며 수월하게 해결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 푸저우와 상하이에서 열린 무료 공연에서도 5천여 명의 중국 관객에게 박수를 이끌어내며 국제적인 경쟁력도 확인했다. 말레이시아 관광객 유치를 염두에 두고 지난달 진행된 쿠알라룸푸르 공연에서도 850석의 객석을 가득 채워 작품의 보편적인 재미와 감동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이번에 돌아오는 <배비장전>은 더 많은 국내외 관객들과 함께하기 위해 대중성을 강화했다. 한국의 전통 오방색을 십분 활용한 의상과 그에 어우러지는 조명은 강렬한 원색을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조선의 풍류와 멋을 부각시켰다. 춤도 초연 때보다 고전미를 살리는 부분과 모던하게 재해석된 부분을 보완해 더 다양한 한국의 미를 보여줄 예정이다. 특히 주 배경인 제주도의 정취를 생생하게 살리기 위해 기존 버전의 말과 돌하르방 외에 제주 해녀들을 등장시켜 춤과 노래로 흥겨움을 더하게 된다. 공연 초입에는 관객들의 복을 빌어주는 비나리와 약식 판굿을 추가해 한국 전통 예술의 의미도 되새길 계획이다. 




한줄평 전통 공연 예술로 이어지는 또 다른 한류


4월 3일 ~ Open Run 정동극장 1544-1555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9호 2015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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