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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PREVIEW] <비극> [No.139]

글 |송준호 사진 |성남문화재단 2015-05-04 4,112

발레 뒤 노르 가장 강렬하고 직설적인 인간성의 표현






무대 위의 벗은 몸은 그 자체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춤 미학의 효과적인 방법론 중 하나다. 그것은 대개 인간 공통의 본능 또는 충동이나 황폐화된 사회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혹은 개인의 존엄과 사회의 속박을 동시에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이런 주제를 표현할 때 벗은 몸은 다른 어떤 의상이나 소품보다 강렬하고 효과적인 매체로 기능할 수 있다.
이번에 성남아트센터가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올리는 발레 뒤 노르의 이 바로 그렇다. 발레 뒤 노르는 프랑스 북부 도시 루베의 국립안무센터에 속한 무용단으로, 이 작품은 예술감독인 안무가 올리비에 뒤부아가 니체의 『비극의 탄생』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2012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돼 화제를 모았던 이 작품의 특징은 대담한 전라(全裸)의 무용수들이 보여주는 초월적인 해방의 표현이다. 남녀 각각 아홉 명씩, 총 열여덟 명의 무용수들이 22세부터 51세까지 다양한 인간상을 그려내며 공연의 시작부터 끝까지 누드로 무대를 누빈다.

다양한 성별과 연령과 체형이 먼저 보여주는 것은 역시 천차만별인 개인의 모습이다. 뚜벅뚜벅 걸어 등장하는 다양한 체형의 여성과 남성들은 각자 개인의 차이를 극명하게 표현하기 위해 저마다의 몸짓으로 걷고, 서고, 마주하기를 반복한다. 이때 개개인의 성별과 외모의 특징을 보여주며 원초적인 신체 상태를 표현한다. ‘나체’라는 선입견이 주는 환상과는 달리 무용수들의 몸은 정형화된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있다. 이로부터 무대 위의 육체는 보다 사실적인 개인의 역사와 심리를 보여주게 된다. 뒤부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공통의 인간성에 대한 탐구로 나아간다. ‘나’로부터 ‘우리’로 주제를 확장하는 것이다. 언뜻 무질서해 보였던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시나브로 음악에 일치하며 일정한 리듬을 갖기 시작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주제는 결국 ‘인간’이라는 거대담론이다.

이런 서사의 과정은 크게 ‘퍼레이드’, ‘에피소드’, ‘카타르시스’의 세 단계로 진행된다. 벗은 몸이 보여주는 각각의 강렬한 에너지가 무질서하게 느껴질 때쯤 특징적인 움직임이 하나의 사건으로 등장하며 다음 단계로 전환된다. 스텝을 이용한 기본 동작의 반복과 그런 끊임없는 반복 속에 급변하는 움직임이 서사를 이루면서 개인이 인간으로 나아가는 진행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나체의 강렬함은 서서히 익숙해진다. 대극장의 넓은 무대와 밝은 조명에 노출된 몸은 처음에는 날것의 인간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지만, 일정한 규칙과 맥락 속에 반복되는 움직임을 통해 인간성이라는 추상적 주제로 귀결된다.
2012년 초연된 이 작품은 프랑스 리옹, 영국 런던, 이스라엘 텔아비브, 캐나다 몬트리올, 스위스 취리히 등 세계 40여 개 도시를 돌며 전 세계에서 큰 화제와 숱한 이슈를 만들어낸 바 있다. 이번 공연은 한국 초연이자 아시아 초연으로, 한불 수교 130주년에 즈음하여 성남아트센터가 지난해 올린 빅토르 위고의 명작 <1,000프랑의 보상>에 이어 프랑스 최정상 예술의 내한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4월 10일 ~ 11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9호 2015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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