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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PREVIEW] <여우인간> [NO.139]

글 |나윤정 사진제공 |세종문화회관 2015-05-04 4,632

여우의 눈에 비친 우리들





『파수꾼』, 『봄날』, 『북어대가리』 등 40여 편의 희곡을 쓴 국내 대표 극작가 이강백이 신작을 내놓았다. 작가는 지난 작업들에서 그러했듯, 특유의 통찰력으로 한국의 오늘을 들여다보았다. 신작 『여우인간』을 통해 그가 조명한 것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의 정치사회적 현상이다. 그만큼 지금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마주할 수 있는 무대다.

연극 <여우인간>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여우가 인간으로 둔갑하는 전설을 모티프로 삼았다. 여우가 인간이 되어 지금의 현실을 맞닥뜨리게 된다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작가는 이러한 상상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에 기발한 상상력을 더해, 흥미로운 풍자 우화극을 완성한 것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네 마리의 월악산 여우들이다. 이야기는 여우들이 사냥꾼이 놓은 덫 때문에 꼬리가 잘린 채 우연히 서울시청 앞 광장에 도착하며 시작한다. 사냥꾼에 의해 각각 01번, 02번, 03번, 미정으로 이름 붙여진 네 여우들은 각각 정보 요원, 사회변혁운동연합 대표의 비서, 소매치기, 비정규직 청소부로 인간 사회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매월 보름달이 뜨는 날 남산타워에서 만남을 이어간다.

실제로 여우들이 맞닥뜨린 인간 세상은 엉망진창이었다. 그러나 정작 인간은 세상의 사건 사고가 모두 여우에게 홀린 결과라고 남 탓을 한다. 결국 여우들은 보수적 인간과 진보적 인간 양쪽 모두에게 박해와 냉대를 받는다. 여우 박해가 계속되자 여우들의 정신적 지도자인 구미호는 인간들에게 여우들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작동할 것이라는 경고를 남긴다. 여우가 인간이 되고 인간이 여우가 되는 ‘뫼비우스 띠’ 같은 사회 구조를 만들어 누가 여우이고 누가 인간인지 구별할 수 없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편, 이런 혼란한 상황 속에서 암여우 미정은 큰 결심을 한다. 화장실 청소부로 살며 인간을 사랑해 보기도 하고, 동료 여우의 죽음도 경험해 본 그녀는 결국 2014년의 어느 날, 인간 세상을 벗어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위험을 무릅쓴 채 잘린 꼬리를 다시 붙이고, 고향 월악산으로 돌아가게 된다.

작품은 기승전결의 플롯 대신 옴니버스 형식을 택해 여우들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했다. 그리고 극 안에 해학과 풍자를 가득 담아 즐거운 놀이처럼 무대를 재기발랄하게 꾸몄다. 이 과정에는 그림책 해설, 영상, 노래, 움직임 등 다양한 요소들이 활용된다.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기 위해 무대 또한 다채로운 공간으로 계속 변화한다. 나아가 제의적 성격을 지닌 합창을 가미해 자칫 코미디로 가볍게 여겨질 수 있는 이야기에 무게감을 더했다.

<여우인간>의 초연은 서울시극단이 맡았으며, 이창직, 강신구, 유연수, 문경희, 김신기 등 총 25명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연출은 <그게 아닌데>,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등으로 최근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 김광보가 맡았다. 이번 무대는 김광보 연출과 이강백 작가의 첫 만남이라 눈길을 끈다. 김광보 특유의 미니멀한 무대가 이강백 작가의 특별한 세계와 만나 어떤 색채를 빚어낼지 기대해도 좋겠다. 



3월 27일~4월 12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9호 2015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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