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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OH! BROADWAY] 미리 살펴보는 2014-15 토니어워즈 [No.141]

글 | 여지현 (뉴욕 통신원) 2015-06-08 4,931

지난 5월 10일에 열린 루실 로텔 어워즈(Lucille Lortel Awards -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을 대상으로 하는 시상식)를 시작으로 뉴욕 공연계의 시상식 시즌이 돌아왔다. 5월 한 달 동안 외부비평가상(The Outer Critics Circle Awards - 뉴욕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은 비평가들이 심사하는 시상식), 드라마 리그 어워즈(Drama League Awards - 관객의 평가를 바탕으로 수상작을 선정하는 시상식),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The Drama Desk Awards - 브로드웨이, 오프브로드웨이, 오프오프브로드웨이를 어우르는 시상식)가 차례로 열렸고, 오는 6월 7일에는 브로드웨이의 꽃인 토니 어워즈가 브로드웨이 베테랑 배우인 앨런 커밍과 크리스틴 체노웨스의 진행으로 열린다. 




2014-15 시즌에 새롭게 올려진 15편의 뮤지컬(신작 11편, 리바이벌 4편) 중 아홉 작품이 여러 부문에서 골고루 후보에 올랐다. 가장 많은 지목을 받은 작품은 12개 부문에서 후보에 오른 <파리의 미국인(An American in Paris)>과 오프브로드웨이 극장인 퍼블릭 시어터에서 극찬을 받아 브로드웨이로 옮겨 온 <펀 홈(Fun Home)>이다. 그다음을 뒤따르는 작품은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썸씽 라튼(Something Rotten)>과 9개 부문 후보에 오른 <왕과 나> 이다. <파리의 미국인>, <펀 홈>, <썸씽 라튼>세 작품은 모두 최우수 뮤지컬 부문에 후보로 올랐고, <왕과 나>는 <20세기 이야기(On the Twentieth Century)>, <온 더 타운(On the Town)>과 함께 최우수 리바이벌 뮤지컬 부문 후보에 올랐다. 


지난 4월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한 <파리의 미국인>은 1951년에 제작된 동명의 영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으로, 호평 속에 공연하고 있다. 조지 거슈윈의 음악과 고전미가 살아있는 안무, 로맨틱한 파리의 분위기를 잘 살린 무대와 의상, 원작에 비해 다층적으로 그려진 인물과 그들의 관계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게 전반적인 평이다.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하기 전 미국이 아닌 프랑스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는데, 성공적인 파리 공연의 기운을 이어가고 있어서 올해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상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결과를 단정 짓기 어려운 이유는 지난 4월 오프브로드웨이에서 브로드웨이로 무대를 옮긴 <펀 홈>이 평단의 극찬 속에 상연 중이기 때문이다. 앨리슨 벡델이 쓴 자전적인 만화 소설인 <펀 홈: 가족희비극(Fun Home: A Family Tragicomic)>을 바탕으로 만든 이 뮤지컬은 주인공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닫게 되는 과정과, 아버지와의 관계를 반추하는 가볍지 않은 내용을 다룬다. 미국 사회를 여전히 뜨겁게 달구는 이슈 중의 하나인 성 소수자의 결혼 평등권이 다시 거론되는 시점에 개막해 흐름을 잘 탔고, 작품의 완성도 자체에 대한 평가도 높다. 오프브로드웨이 연극계에서 인정받는 리사 크론의 대본과 오랜 여운을 남기는 제닌 테소리의 음악은 물론, 연출과 무대 세트, 조명 모두 완성도가 높다는 평단의 찬사가 쏟아졌다. 보수적인 브로드웨이에서 이 정도의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인데, 내용적으로나 형식적으로나 <펀 홈>과는 반대 성향을 띠는 <파리의 미국인>과의 맞대결이 조금 더 흥미진진하게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캐리 커크패트릭과 웨인 커크패트릭이라는 형제 작가가 쓴 형제 작가에 대한 이야기인 <썸씽 라튼>은 이번 시즌 가장 혜성처럼 나타난 작품이다.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160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셰익스피어와의 경쟁에서 늘 뒤처지는 형제 극작가가 사이비 예언가의 도움을 받아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뮤지컬을 조각조각 연결한 뮤지컬 <오믈렛>(아믈릿: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와 이름이 비슷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을 만드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코미디를 그린다. 원래 시애틀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이 예정돼 있었는데 지난 11월에 세인트 제임스 극장에서 개막한 <사이드 쇼>가 일찍 막을 내리자 작품에 대한 신뢰가 컸던 책임 프로듀서 케빈 맥컬럼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브로드웨이에서 바로 막을 올렸다. <북 오브 몰몬>과 <알라딘>에서 연출과 안무를 맡았던 케이시 니콜라우의 연출과 커크패트릭 형제의 대본은 두 시간 반 동안 관객들에게 끊임없는 웃음을 주고, 셰익스피어와 경쟁하는 닉 바텀으로 나오는 브라이언 다시 제임스, 1600년대의 아이돌 같은 셰익스피어를 연기하는 크리스천 볼, 그리고 허술한 예언가를 연기하는 브래드 오스카의 조합 역시 진지함과 유머의 균형을 맞추며 공연을 완성시킨다. <북 오브 몰몬>만큼 화제를 유발하지는 않지만,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작품의 중심에 담아낸 점이 무척 기발하다. 


최우수 리바이벌 부문에서는 “기본은 했다”는 평을 들었던 <온 더 타운>보다는 고전을 원작에 충실하게 잘 풀어낸 두 작품 <20세기 이야기>와 <왕과 나>가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그 외에도 이번 토니어워즈에서 흥미롭게 지켜볼 만한 경쟁은 <파리의 미국인> 에서 어려운 안무들을 소화해 캐릭터를 완성시켰다고 평가받은 리안 콥(여섯 번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 경력은 없는 배우)과 <왕과 나>의 켈리 오하라,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베테랑인 <20세기 이야기>의 크리스틴 체노웨스, 이번 공연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브로드웨이의 죽지 않는 노장인 <비지트>의 치타 리베라, <펀 홈>의 어른 앨리슨 역할을 맡은 베스 말론, 이렇게 다섯 명이 경쟁하는 여우주연상 부문이다. 또 드물게도 <썸씽 라튼>의 커크 패트릭 형제를 제외하고 테렌스 맥날리의 <비지트>, 리사 크론의 <펀 홈>, 그리고 크레이그 루카스의 <파리의 미국인> 등 연극적인 작가들이 후보에 올라 있는 최우수 대본상 부문도 눈여겨볼 만하다. 




사실 지난 몇 년간 텔레비전 생중계에 광고가 충분히 붙지 않아서, 중계를 중단하느냐 마느냐로 고민이 많은 토니 어워즈였다. 지난 몇 년간 휴 잭맨과 닐 패트릭 해리스 같은 유명 스타를 시상식의 진행자로 썼던 것도 그 같은 난점을 극복하려는 시도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좀 더 많은 대중에게 어필하려는 노력이, 공연에 오랫동안 몸담아 왔던 사람들을 공연계의 잔치에서 등했시한다는 비판의 씨앗이 되기도 했다. 올해는 앨런 커밍과 크리스틴 체노웨스라는 ‘브로드웨이 베이비’를 사회자로 선택했으니 이번 시상식은 좀 더 공연계 사람들에게 가까운 시상식의 모습을 보여줄지, 그리고 보수적인 브로드웨이가 어느 작품들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1호 2015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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