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속 코제트
<레 미제라블>의 상징이 된 포스터 속 소녀는 바로 어린 코제트. 부모를 잃고 노예처럼 살다가 주인공 장 발장에게 구제받는 이 소녀는 비참한 삶 속에서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모든 등장인물을 대변한다. 포스터에 사용된 그림의 원본은 1862년 소설 『레 미제라블』 초판본에 실린 화가 에밀 비야르(Emile Bayard)의 판화. 헐벗은 코제트가 자기 키보다 큰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쓸고 있는 이 그림은 작곡가 클로드 미셸 쇤베르크와 작사가 알랭 부빌이 1980년 프랑스에서 컨셉 앨범을 발매할 때 재킷 이미지로 처음 사용됐다. 그리고 1985년 작품이 런던에서 초연될 때 포스터 이미지로 채택됐다. “우리는 수십 가지 이미지를 찾아보았지만, 결국 원래의 작은 소녀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프로듀서 캐머런 매킨토시와 손잡고 소위 4대 뮤지컬로 불리는 <캣츠>, <레 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의 로고를 모두 디자인한 그래픽 디자이너 러스 에글린(Russ Eglin)은 당시 일을 이렇게 회상한다. “앨범 재킷에는 빗자루를 든 코제트의 전신이 들어갔는데, 그녀는 꼭 무도회에 가지 못한 신데렐라처럼 보였다.”
그래서 에글린은 코제트의 호소력 있는 얼굴에 집중했다. 그는 확대한 코제트의 얼굴에 프랑스 삼색기를 겹치고,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혁명의 불꽃처럼 표현하여 한층 강렬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이후 공연이 새로운 도시를 방문할 때마다 에글린은 지역 문화를 반영한 다양한 코제트 이미지를 선보였고, 덕분에 이 침울한 소녀는 세계를 여행하는 투어리스트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주인공인 장 발장은 왜 포스터 모델에서 밀려난 걸까? 1992년 데저트 뉴스(Desert News)와의 인터뷰에서 에글린이 밝힌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도 해봤지만 그게 더 우울해 보여서.”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6호 2015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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