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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뮤지컬 OST 앨범 제작 과정 및 비하인드스토리 [No.163]

글 |박보라 사진제공 |EMK뮤지컬컴퍼니, 클립서비스 2017-05-02 5,494

최근 OST 앨범을 발매하는 뮤지컬 제작사들이 많아졌다. 과거 뮤지컬 OST 앨범을 발매해 달라는 관객들의 뜨거운 요청에도 소극적이었던 제작사들이 갑자기 이렇게 태도를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장면 하나, 지난 3월 10일 오후엔 <쓰릴 미>가 공연 중인 백암아트홀  로비에 정체불명의 줄이 세워졌다. 무려 공연 두 시간 전부터 하나둘 모여든 사람들로 금세 창자처럼 복잡한 줄이 만들어졌고, 이 줄은 결국엔 공연장을 넘어 큰 도로변까지 이어졌다. 바로 한국 공연 10주년을 기념해 발매한 <쓰릴 미>의 OST 앨범을 구매하기 위한 줄이었다. 마니아들은 이날의 OST 앨범 구매 줄을 ‘백암창자’라고 부르며
<쓰릴 미> OST 앨범에 높은 관심을 쏟아냈다.


장면 둘, 지난 2015년 12월 24일 오후 6시 30분, 뮤지컬 팬들은 컴퓨터 앞 혹은 핸드폰을 부여잡고 ‘피켓팅’ 때처럼 긴장했다. 해당 상품의 구매 페이지가 열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품절’됐다. 뮤지컬 <베르테르>의 15주년 기념 OST 앨범의 온라인 판매였다. 이 OST 앨범에는 2015년 시즌에 출연한 모든 배우가 참여했으며, 포토북을 연상시키는 두툼한 사진과 가사집으로 뮤지컬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했다. 제작사는 갑자기 몰려드는 구매 수량을 감당할 수 없어 일시적으로 구매 페이지를 막았고, 이후 OST 앨범은 몇 번의 재입고 과정을 거쳤다.




작고 동그란 것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OST 앨범은 ‘작고 동그란 것’이라는 애칭으로, 각 작품을 향해 뜨거운 발매 요청이 쏟아진다. 사실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OST 앨범 제작 사례는 해외 시장과 비교했을 때, 거의 드물다. 그러나 2017년에는 몇몇 뮤지컬 작품들이 OST 앨범 발매를 결정하며 뮤지컬 팬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고 있다. 벌써 <팬텀>, <어쩌면 해피엔딩>, <쓰릴 미>, <더데빌> 등이 OST 앨범을 발매했거나 제작 중이다. 소극적이었던 제작사들이 갑자기 OST 앨범 발매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바로 관객이 가장 선호하는 MD이기 때문이다. OST 앨범 소장으로 공연의 감동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쓰릴 미>의 경우에는 공연 시즌마다 꾸준히 OST 앨범의 발매 요청과 문의가 쇄도했고,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어렵게 제작이 결정됐다. 팬들의 OST 앨범 발매 요청은 제작사의 발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더데빌>에서 존 파우스트 역으로 출연하고 있는 송용진 배우는 페이스북 라이브 채팅을 진행했고, 해당 채팅을 통해 팬들은 OST 앨범의 발매 요청을 강력하게 어필했다. 제작사 측에서 이러한 팬들의 반응을 접하고 OST 앨범 발매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됐다. 한편, <어쩌면 해피엔딩>의 경우는 작품의 개발을 책임졌던 우란문화재단의 제안으로 OST 앨범이 발매됐다. 우란문화재단이 작품의 아름다운 음악을 OST 앨범으로 제작해 해당 음원 수익금 기부를 먼저 제안했고, 공연을 기념하고 뜻깊은 일을 함께할 수 있었던 창작자 및 배우, 공연 제작사, 대명문화공장 측이 흔쾌히 힘을 모았다.


이렇게 OST 앨범의 발매가 결정되었다 하더라도 제작 과정에서 상당히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힌다. 바로 제작비. 많은 제작사가 OST 앨범 발매에 필요한 제작비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제작비의 대부분은 MR 제작과 라이선스비, 스튜디오 임대료, 관련 작업 비용(믹싱 및 마스터링 등)으로 지불된다. MR 제작을 위해서 라이브 밴드나 오케스트라가 녹음해야 하는데 이 구성에 따라 제작비가 상당히 달라진다. 특히 배우들의 보컬 녹음 이후에도 세밀한 작업이 더 필요한데, 해당 과정이 얼마나 길어지느냐에 따라서 제작비의 차이가 크다. 참여하는 배우들에게 지불하는 일종의 수고비도 상황에 따라 제작비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창작진과의 라이선스 계약이 따로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라이선스비 또한 제작비에 포함된다. 종종 해외 라이선스 작품의 경우 별도로 판매 수수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OST 앨범 제작에 1억 원 정도의 제작비가 소요될 경우, 4천~5천 장 이상의 판매를 넘겨야만 겨우 수익이 생긴다. 최근 OST 앨범을 발매한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구성이나 사양에 따라 OST 앨범의 제작비는 천차만별이다. 다만 어떠한 구성으로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이익을 얻긴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발매 자체에 의미를 두고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황 앨범 VS 스튜디오 앨범


OST 앨범은 보통 실황 앨범과 스튜디오 앨범 두 종류로 발매된다. 실황 앨범의 경우 현장에서 녹음이 진행돼 생생한 공연의 느낌을 얻을 수 있지만 스튜디오 앨범은 더 깨끗하고 정확한 넘버를 감상할 수 있어 각각의 매력이 다르다. 실황 앨범을 발매하는 경우 스튜디오 임대료는 줄일 수 있겠지만, 풍부한 음향을 위한 섬세한 후반 작업이 필요하다. 캐스팅 조합과 배우의 컨디션을 고려하여 날짜를 선정하고 공연 녹음을 진행한다. 스튜디오 앨범은 많은 변수가 있는 극장 녹음보다 안정적인 음원 퀄리티를 뽑아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각 제작사의 제작 상황과 제작비에 따라 실황 앨범과 스튜디오 앨범 중 하나를 결정하면, 수록될 곡과 그것을 부를 배우를 정하게 된다. 우선은 창작진들과 스태프들의 회의를 거쳐 일차적으로 협의를 한 후, 최종 녹음을 진행할 배우들을 정한다. 일부 제작사의 경우엔 이 과정에서 관객들의 호응도를 반영하기도 한다. 전곡을 수록한 <더데빌>의 경우에는 총 2장의 CD로 구성됐는데, 첫 번째 CD에는 공연의 흐름을 고려해 넘버들을 수록했고 두 번째 CD에는 지난 초연과 비교했을 때 추가된 곡 위주로 선정했다.




보기 좋은 떡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OST 앨범의 디자인도 빼놓을 수 없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은 <쓰릴 미>의 경우는 10주년이라는 특별한 기회로 발매를 결정한 만큼, 디자인 팀의 열정이 더해졌다. 일반적인 CD 앨범이 아닌 공연 MD로서의 OST 앨범 디자인을 추구한 것. 보통의 뮤지컬 OST 앨범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디자인으로, 마치 공책을 연상시키는 세련된 앨범이 탄생했다. 내부 구성도 알차다. 페어로 OST 앨범의 녹음이 진행된 만큼, ‘그’와 ‘나’의 사진이 담긴 페어별 엽서 그리고 전곡 가사가 접지 형식으로 수록됐다. 사진에 신경을 쓴 OST 앨범으로는 <어쩌면 해피엔딩>이 있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가사집엔 꽤 많은 공연 사진이 수록되어 있다.


해당 OST 앨범을 구매하기 위한 뮤지컬 팬들의 관심은 지대하다. 일부 창작진의 경우에는 라이선스 계약 단계부터 오프라인 판매만 가능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또 OST 앨범을 온라인이나 공연장에서 선예매를 진행하기도 한다. <팬텀>의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 측은 “OST 앨범의 주요 구매자가 관람객이기 때문에 극장에서 선예매를 받음으로써 판매가 촉진되도록 하고 있다. 또 선예매를 통해 주문 수량을 미리 파악하여 제작비를 효율적으로 조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BEHIND STORY


<쓰릴 미>

피아노 한 대의 연주로 진행되는 <쓰릴 미>는 피아니스트가 배우들의 호흡에 맞춰 연주를 진행한다. 무대에서 배우가 충분히 연기한 후 넘버가 시작될 준비가 되면, 피아니스트와 사전 약속한 사인을 통해 박자를 맞추는 식이다. 그러나 OST 앨범 녹음은 피아노 연주가 먼저 작업되고, 연주를 들으면서 배우의 녹음이 진행됐다. 따라서 공연과 반대로 배우가 피아노 반주에 박자를 맞춰야만 해 녹음 초반 어려움을 겪었다.


<더데빌>

<더데빌>에서 존 파우스트 역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송용진이 <더데빌> OST 앨범의 프로듀서를 맡았다. 그는 작품과 음악에 이해도가 깊고, 애정이 강해 프로듀서로 낙점됐다는 후문. 이번 <더데빌> OST 앨범의 녹음은 송용진의 개인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는데, 정욱진은 해당 스튜디오가 집 안에 차려진 작은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휴지를 사들고 가 웃음을 전하기도 했다. 또 박영수는 무심코 스튜디오의 버튼 하나를 잘못 눌러, 레코딩 기계가 부팅되지 않은 상황이 발생. 결국 앞서 녹음을 마친 조형균, 송용진과 이야기만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또한, 공연 기간 중 녹음이 이뤄진 탓에 약 2주간, 주로 야간에 70시간 정도 녹음이 진행됐다. 배우들은 틈틈이 녹음 현장을 인스타나 페이스북을 통해 라이브 방송으로 전해 기대감을 높였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2호 2017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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