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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무대 세트 창고 탐방 [No.164]

글 | 배경희 사진 |심주호 2017-06-02 6,095

공연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런 궁금증을 가져보았을 것이다. 공연이 대단원의 막을 내린 후 무대 세트는 어디로 가는 걸까? 소품은? 의상은? 그 질문에 대답을 지금 파헤쳐본다.





제작사별로 운영하는 세트 창고

라이선스 공연의 무대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오리지널 프로덕션이 제작한 투어 공연용 세트를 대여해 쓰는 경우, 둘째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세트를 구입해 온 경우, 셋째 무대 제작 바이블과 도면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제작한 경우. 세트를 대여한 경우에는 공연이 끝나면 다시 반환해야 하지만, 나머지 두 경우는 재공연이 올라갈 때까지 어딘가에 보관해야 한다. 국내에서 제작되는 창작뮤지컬은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공연 제작사들은 대부분 세트 보관을 위한 창고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


공연 세트의 경우 층층이 쌓아 올려 보관할 수 없기 때문에 창고 규모가 클 수밖에 없는데, 매달 창고 임대료로 지출되는 비용은 제작사의 일 년 운영비에서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한다. 위치에 따라 일 년에 수천에서 억 단위의 비용이 들어가기도 한다. 때문에 국내 주요 제작사들은 땅값이 싼 지방의 외곽 지역의 땅을 매입해 창고를 짓기도 한다. 알앤디웍스는 경기도 여주에, 신시컴퍼니는 경기도 이천에, EMK뮤지컬컴퍼니는 충청북도 진천군에 1천 평 이상 규모의 창고를 운영 중이다. 화려한 볼거리를 선호하는 국내 공연 문화와 달리 심플한 무대 세트를 지향하는 일본의 경우엔 세트 보관료보다 세트 제작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한 시즌 공연이 끝나면 대부분 세트를 폐기한다.




큰 공간을 필요로 하는 세트 보관

공연이 끝나면 해당 작품에서 사용한 세트나 의상, 소품을 창고로 운반할 수 있도록 짐을 싸는 것은 각 팀에서 담당하지만, 창고에 도착한 물건을 정리하고 관리하는 것은 대개 무대 팀이 맡는다. 세트 보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관 면적을 최소화하는 것. 또한 통상 국내에서는 보통 1년에서 1년 반 주기로 재공연이 이뤄지는 것을 감안해 출반입이 용이하도록 작품별로 구획을 나눠 보관하는 것도 중요하다. 알앤디웍스의 창고를 관리하고 있는 핸즈 팀은 작품별로 자재의 특성 또는 크기에 따라 배치한 후 각각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도면으로 그려 문서화한다.


다양한 세트 중에서도 오토메이션 장치는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고가인 데다 기계는 오래 사용하지 않으면 녹이 슬어 고장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7월 재공연을 앞두고 있는 <캣츠>에서 제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장치는 엔딩 장면에서 새 삶을 얻은 고양이 그리자벨라가 거대한 타이어를 타고 하늘로 올라 갈 때 사용되는 리프트로, 모터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주기적인 점검이 이뤄진다는 게 핸즈의 염호민 기술감독의 설명이다. 그보다 한달 앞서 개막하는 또 다른 대형 뮤지컬 <마타하리>에서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히는 대형 프랑스 국기의 공중회전 장면이나 비행기 모형이 이륙하는 장면에서 사용되는 오토메이션 장치도 각별한 관리가 요구된다. 장기간 공연되지 않아 향후 재공연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작품은 내부 결정에 따라 세트를 폐기하는데, 무대 팀이 자체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폐기물 업체에 의뢰해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이때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의상과 소품

EMK뮤지컬컴퍼니 작품들의 무대 설치 및 관리를 맡고 있는 캠프 이연구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창고에서 세심한 관리가 요구되는 파트는 의상을 보관하는 곳이다. 보관 환경에 따라 모양이 쉽게 변형되는 특성상 의상 창고는 햇볕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습기가 차지 않는 곳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자외선을 완벽히 차단하는 게 의상 보관에서 가장 중요하다. 물론 의상을 창고 안에 그냥 걸어두지 않고 옷장 박스에 걸어서 보관하지만, 햇빛에 조금이라도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빛이 바래는 변색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상 보관 창고에 창문이 없는 이유다. 의상 창고는 먼지 관리 또한 용이한 곳이어야 한다. 가령 먼지가 많이 일어나는 곳에 의상을 보관하게 되면, 나중에 세탁이나 손질 작업에 더 많은 손이 가게 된다. 캠프 팀의 의상 보관법은 육안으로 봤을 때 어느 정도 간격이 있을 만큼 사이를 두고 걸어두는 것. 특히 시대극 의상은 옷에 액세서리가 많은 특성상 앞뒤로 걸려 있는 의상이 서로 부딪치거나 걸리지 않게 간격을 띄워야 한다. 시대극 의상이 아니더라도 의상이 포개져 있으면 세탁 후 남아 있는 미세한 냄새가 빠지지 않기 때문에 통풍이 가능하도록 간격을 띄워 보관하는 것이 좋다. 실리카겔 같은 제습제의 사용도 필수다. 대개는 작품별로 보관하지만, 시대극 의상의 경우 공연 중에 자주 쓰이지 않는 의상이라면 시대별로 보관하기도 한다.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에서 간혹 소품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소품은 대개 박스 안에 보관하는데, 의상처럼 캐릭터별이 아닌 장면별로 구분지어 담아 놓는다. 그래야 다음 시즌 공연에 들어가기 앞서 장면별 공연 연습이 진행될 때 쉽고 빠르게 소품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품은 의상이나 세트에 비해 보관에 큰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데, 조각품이 많은 경우에는 많은 공간을 차지하기도 한다. 과거엔 스티로폼을 조각해 그 위에 작화 작업을 한 후 조각품처럼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스티로폼 조각에 석고 재질을 덧입힌다. 따라서 깨질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보관에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4호 2017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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