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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LOSE UP] <뮤지컬 밑바닥에서> 무대 [No.164]

글 |안세영 사진 |심주호 2017-06-02 7,213

밑바닥 인생의 보금자리


막심 고리끼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밑바닥에서>. 근대 러시아 하층민의 절망과 희망을 그린 이 작품에서 극의 몰입도에 크게 한몫하는 것은 선술집을 묘사한 사실적인 무대다. 따스한 색감의 목재 무대는 등장인물들의 그늘지고 추운 삶을 포근히 감싸 안으며, 지켜보는 관객의 마음에도 작은 위안을 남긴다. 세트를 디자인한 서숙진 무대디자이너는 이 무대를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을까.




벽면과 바닥 

<뮤지컬 밑바닥에서>는 제목 그대로 밑바닥 인생들의 이야기지만 세트는 밝고 따스한 분위기를 추구했다. 특히 삼면의 벽을 다양한 소재로 채워, 비좁고 닫힌 공간을 답답하지 않게 표현했다. 하수는 나무벽, 중앙은 돌벽, 상수는 회벽이며, 바닥도 지그재그로 꼬인 헤링본 마루로 디자인했다. 목재를 잘라 일일이 작화한 뒤, 위치에 맞게 끼워 넣어 완성한 바닥은 제작소의 피와 땀이 담긴 만큼 사실적이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테이블과 의자             

중앙 테이블은 인물들이 서로 소통하며 드라마를 진행시키는 공간인 만큼 가구 선택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무대 위 대부분의 가구는 앤티크 가구점에서 구매했지만, 테이블은 일반 판매용보다 묵직하고 큰 사이즈를 얻기 위해 따로 제작했다. 의자는 애당초 컨셉 촬영 때 사용한 것을 그대로 사용하려 했으나, 왕용범 연출이 반대하며 ‘극의 축을 잡아줄 수 있는, 고독과 고뇌가 느껴지는 의자’를 요구했고, 결국 무대디자이너와 제작감독이 이태원을 몇 시간 동안 헤맨 끝에 창고 부서진 가구 더미 속에서 지금의 의자를 찾아냈다. 바실리사와 배우가 앉는 창문가 자리에는 중앙과 달리 있는 듯 없는 듯 왜소한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해 소외감을 살렸다. 




천장 서까래             

객석까지 이어지는 천장의 서까래는 관객 역시 선술집 안에 앉아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 서까래는 조명을 피해 세팅해야 했기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처음에는 서까래를 더 촘촘하게 설치해 무대 위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게 만들 계획이었으나, 그림자가 배우의 얼굴을 가린다는 조명디자이너의 의견에 따라 디자인을 수정했다. 커다란 목재 샹들리에 역시 조명의 제약 때문에 포기했다고.




풍경, 액자 등             

선술집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선술집 밖에서 벌어지는 일과 연관되어 있다. 창문과 문 사이로 내다보이는 바깥 풍경은 벽 너머에서도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을 듯한 느낌을 갖게 해준다. 대본에는 지역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지 않지만, 무대디자이너는 시베리아 벌판을 떠올리며 디자인했다고. 한편, <뮤지컬 밑바닥에서>의 중요한 무대 컨셉 중 하나는 이곳에서 오랫동안 생활해 온 사람들의 손때가 묻어 있어야 한다는 것. 무대 곳곳에 놓인 세트와 소품에서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배어나게 만들었다. 인물들이 하나씩 가져다 놓았을 법한 액자에는 그들의 흐릿한 기억과 소망이 담겨 있고, 등 또한 하나하나 따로 구입했을 법한 다양한 디자인으로 준비했다.



바  
    

조윤형 소품디자이너가 술병 하나하나까지 신경 써서 채워 넣은 바의 찬장.




환풍구, 피아노, 화장대  
   

무대 중앙의 커다란 환풍구는 왕용범 연출의 아이디어. 돌아가는 프로펠러 사이로 빛과 공기가 새어 들어오는 환풍구는 갑갑한 인생을 상징하는 이 닫힌 공간에 숨통을 터준다. 아름다운 디자인을 자랑하는 업라이트 피아노는 구하기까지 애를 먹은 제품. 사실 1순위로 찍어 놓은 제품이 따로 있었으나 소유자가 교회에 기증하면서 구매가 무산되고 말았다는 슬픈 비화가 있다. 나스짜의 화장대는 선술집이라는 공간과 다소 동떨어진 세트였기 때문에, 접시를 올려놓는 수납장 위에 거울을 걸고 화장대처럼 사용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벽난로             

벽난로는 공간에 따듯하고 오래된 느낌을 더할 뿐 아니라, 타냐가 불빛을 보며 회상에 잠기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예쁘장한 벽난로보다는 투박한 화덕 같은 이미지를 의도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4호 2017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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