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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INSIDE THEATER] <오펀스> [No.168]

글 |박보라 사진제공 |악어컴퍼니 2017-09-25 3,561

<오펀스>

아픔과 상처가 다시 태어나는 날




두 번째로 만나는 세상

                     

 

독특하고 매력적인 연극을 소개하는 악어컴퍼니가 7년 만에 신작을 선보인다. 미국의 극작가이자 배우인 라일 케슬러의 대표작 연극 <오펀스>가 그 주인공. 작품은 지난 1983년 LA에서 초연 후 30년 만에 2013년 브로드웨이에 올랐다. 이에 앞서 1987년에는 영화로도 제작됐는데, 1986년 런던 공연 당시 해롤드로 무대에 올랐던 배우 알버트 휘니가 같은 역을 맡아 열연했다. 또 2005년 로스엔젤레스의 그린웨이 코트 시어터에서 공연할 당시 알 파치노가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작품은 필라델피아 북부에 위치한 낡고 허름한 집에 사는 고아 형제 트릿과 필립이 갱스터 해롤드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형 트릿은 좀도둑질로 동생 필립을 부양하고, 그에게 외부와 차단된 순수한 삶을 살 것을 강요한다. 어릴 적 알레르기 반응으로 목숨을 잃을 뻔한 필립은 밖으로 나가면 죽는다고 생각해 집 밖을 나가지 않고, 형 몰래 TV를 보거나 낱말을 맞추며 세상을 엿본다. 그러던 어느 날 트릿은 시카고 갱인 해롤드를 집으로 납치해 오고, 그는 형제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오펀스>는 내면 깊이 배어 있는 아픔과 상처를 지닌 세 인물이 서로의 외로움을 채워주며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을 감각적으로 보여줄 예정. 김태형 연출은 “우리에겐 서로를 성장시킬 힘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어깨를 토닥여주고 격려받을 가치가 있다. 세상으로 한 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픔을 극복하고 격려를 통해 성장해야 한다”면서 작품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우리의 아지트에서

                     

이번 <오펀스>의 연출은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팬레터>, <로기수>, 연극 <모범생들>, <베헤모스>, <카포네 트릴로지> 등 작품마다 도전적인 시도로 주목을 받는 연출가 김태형이 맡았다. 미국 공연을 직접 본 김태형은 먼저 이 작품의 국내 공연을 제안했을 정도로 <오펀스>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후문이다. 작품은 고아였던 세 사람의 이야기가 유쾌하고 독특하게 전개되는데, 관객들은 각 캐릭터가 지닌 이야기를 통해 이들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다. 또한 작품에서 트릿, 필립, 해롤드의 과거사가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과거에 발생한 작은 단서들로 현재 세 사람의 행동들을 추측하는 과정에서 퍼지는 긴장감이 작품의 큰 매력으로 꼽힌다. 


필라델피아의 낡은 복층 주택을 배경으로 한 <오펀스>의 무대는 필립과 트릿의 궁핍한 모습을 현실적으로 표현한다. 여기에 형제가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한 모습을 상징하기 위해 놀이 공간 혹은 아지트 같은 분위기를 꾸몄다. 또한 극 중 세 인물에게 중요한 상징성이 있는 신발, 하이힐, 로퍼, 끈, 총, 칼, 지도, 마요네즈, 참치 등이 흥미롭게 활용될 예정이다.


트릿에게 납치되어 형제들과 함께 살아가는 미스터리한 50대 중년 남자 해롤드에는 박지일과 손병호가 캐스팅됐다.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성격의 형 트릿으로는 이동하와 윤나무 그리고 장우진이 무대에 오른다. 형 트릿의 비정상적인 집착과 보호로 세상과 단절되어 집 안에서 생활하는 동생 필립은 문성일과 김바다가 열연한다.




MINI INTERVIEW

김태형 연출                                         


작품의 관람 포인트는 무엇인가.

<오펀스>는 기묘한 캐릭터들이 서로 갈등을 일으키며 보여주는 스파크 같은 장면과 관계가 역전되면서 드러나는 연극적인 재미를 담고 있다. 여기에 캐릭터들의 과거를 유추해 보는 즐거움, 공연 속에 담긴 자신의 모습을 보고 공감하게 되는 부분 등이 관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원작과 달라진 부분이 있는가.

세 인물의 과거 이야기를 선명하게 추리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여러 소품이 조금 더 상징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장면을 각색하기도 했다. 또 미국 문화 안에서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는 것들을 우리 상황에 맞게 조금씩 수정하거나 자연스럽게 설명했다.


각각의 캐릭터들에서 어떤 특징을 강조하려 했는가.

형 트릿은 거칠고 투박하며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다. 특히 슬픔을 거의 보여주지 않았던 트릿이 마지막엔 감정을 드러내는데, 이때 깊은 감동을 줄 것이다. 또 동생 필립은 집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글도 배우지 않은 채 형의 엉성한 보호를 받으며 자랐다. 그는 원숭이나 짐승처럼 움직이는데, 이러한 그의 움직임이나 말투만으로도 재미있는 캐릭터가 만들어 질 거다. 마지막으로 해롤드는 조직의 보스급 인물이지만 필립과 트릿을 데리고 유사 가족을 이루며 아버지 역할을 해보려는 인물이다. 그에게서 중년 남성의 페이소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공연을 기대하고 있는 관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얼핏 <오펀스>를 보면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데?’라고도 보일 수도 있는 스토리다. 그런데 작품 안에는 유사 가족, 성장, 격려, 감정이 살아 있다.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는 공연이다. 즐겨주시길 바란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8호 2017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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