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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PREVIEW] <적로> [NO.170]

글 |배경희 사진제공 |세종문화회관 2017-11-10 3,441

예술가들의 꿈같은 하룻밤

<적로> 





지난 2016년 9월 1일에 새롭게 개관한 서울돈화문국악당이 개관 1주년을 맞아 기념 공연을 올린다. 창덕궁 앞길인 율곡로에 위치한 서울돈화문국악당은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 음향을 추구하는 전통 한옥 구조의 국악 전문 공연장이다. 개관 1주년 기념작인 음악극 <적로>(부제: 이슬의 노래)는 서울돈화문국악당이 선보이는 첫 번째 브랜드 공연으로, 관객들에게 신뢰받는 실력파 창작진이 의기투합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예술가의 혼이 서린 악기 끝의 핏방울이란 의미에서 탄생한 제목처럼 작품은 소리를 위해 평생 떠돌며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대금 연주가 박종기와 김계선, 현대에 잘 알려지지 않은 두 실존 인물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1879년에 태어난 박종기는 대금 산조의 창시자로 그의 연주에 산새가 날아왔다는 일화가 전해지는 전설적인 인물. 대표적인 남도 민요 진도아리랑 또한 그가 창작한 것이다. 그보다 10여 년 늦게 세상에 나온 김계선은 조선왕조 왕립음악기관의 후신인 이왕직아악부의 간판스타로 이름을 날린 장인이다. 궁중 악사 신분으로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동해 이단아로 불리기도 했다.


작품의 배경은 1941년 초가을 경성. 경성살이를 접고 고향 진도에 내려가기로 마음을 정한 대금 연주가 종기와 누구보다 그의 소리를 잘 알아주는 동료 계선은 이별주를 한잔 걸친 상태다. 둘은 청계천변의 어느 돌다리에 서서 종기의 귀향을 놓고 옥신각신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데, 두 사람 앞에 난데없이 나타난 인력거 하나가 그들을 데리고 어디론가 떠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문도 모른 채 인력거에 올라탄 두 사람이 도착한 곳에서 그들을 맞는 이는 십수 년 전 불현듯 사라져버린 기생 산월. 세 사람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난 세월을 반추하며 꿈같은 하룻밤을 보낸다.


<적로>의 극작은 지난 7월에 공연된 연극 <1945>로 다시 한 번 뜨거운 호평을 받은 극작가 배삼식이 담당했다. 인간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잃지 않는 그답게 이번에도 두 실존 인물을 새롭게 재창조해 따뜻한 인간애를 그린다. 음악은 그동안 실험적인 작품을 많이 선보여온 최우정 작곡가가 맡아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당시 유행하던 스윙 재즈 같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경성의 밤’, ‘조금만 더 놀다 가오’, ‘시절은 좋구나’, ‘아주 가진 못하였네’ 등 총 열여덟 곡의 음악 가운데 배우들이 직접 작창에 참여한 노래도 있어 기대를 모은다. 연출은 무용뿐 아니라 연극이나 뮤지컬 등 다방면에서 활약해 온 안무가 겸 연출가 정영두가 맡는다. 주인공 박종기는 최근 소리극 <서편제>에 출연한 바 있는 베테랑 소리꾼 안이호가, 김계선은 공개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신예 정윤형이 낙점됐다. 산월 역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하윤주가 캐스팅됐다.


11월 3~24일   

서울돈화문국악당   

 02-3210-7001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9호 2017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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