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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두스인프레임’ 스토리 박스 [NO.170]

글 |안세영 사진제공 | 두스인프레임·최숙경(페이퍼커팅 작가) 2017-12-06 4,985

감동을 상자 속에 담는 법




“난 정말 꼭 알고 싶어. 영원한 추억을 갖는 법. 마법 같은 순간 지나가지 않게 간직해 두는 법.” 뮤지컬 <레베카>의 넘버 ‘행복을 병 속에 담는 법’은 행복한 기억이 사라지지 않게 병 속에 담아두고 싶다는 바람을 노래한 곡이다. 공연을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극장을 나서며 이와 비슷한 소망을 품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행복한 공연의 기억도 어딘가에 담아둘 수는 없을까? 여기 그 행복을 ‘상자’ 속에 담고자 한 이들이 있다. <레베카> 스토리 박스 MD를 제작한 ‘두스인프레임’의 정승호 무대디자이너, 박성연 대표, 최숙경 페이퍼커팅 작가다.


‘두스인프레임(Do's in Frame)’은 이름처럼 사각형 프레임 안에 다양한 스토리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문화 예술 소장품을 개발하는 회사다. 페이퍼커팅과 LED 조명으로 뮤지컬 이미지를 표현한 ‘스토리 두(Story Do)’는 ‘두스인프레임‘이 내놓은 첫 번째 제품. 박스 안에 섬세하게 커팅된 속지를 여러 겹 채워 넣고 조명을 켜면 나만의 작은 무대가 완성된다. 여러 장의 속지를 교체해 가며 다양한 장면을 구현할 수 있는 건 물론, 도안만 그려진 미완성 속지를 직접 커팅해 볼 수도 있다. 무드등이나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해 일상에서도 뮤지컬의 감동을 간직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다.



공연의 기억을 박스 안에 담아 간직한다는 ‘스토리 두’의 아이디어는 정승호 무대디자이너에게서 탄생했다. 현대미술가 조셉 코넬의 영향을 받은 정승호 디자이너는 <스위니 토드>, <내 마음의 풍금>, <레베카> 등 여러 작품에서 박스 안에 든 오브제가 주인공의 기억을 표현하는 독특한 스타일의 무대를 선보였다. 박스 형태의 공연 소장품을 만드는 것 역시 그가 오랫동안 구상해 온 일. 본격적인 사업화가 진행된 것은 지난해 정승호 무대디자이너의 제자로 공연 연출과 경영학을 공부한 박성연 대표가 힘을 합치면서부터다. 여기에 SNS상에서 ‘Perry’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공연을 소재로 한 페이퍼커팅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최숙경 작가가 디자이너로 합류해 드림팀이 꾸려졌다.


‘스토리 두’ 뮤지컬 시리즈는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총 네 종류가 출시되었다. <몬테크리스토>, <팬텀>은 정승호 무대디자이너가, <마타하리>, <레베카>는 최숙경 작가가 속지를 디자인했다. 가격은 5만 원, 공연 MD치고는 고가에 속하지만 1만 원에 속지만 따로 구매할 수도 있다. 박스와 속지 풀세트를 한번 구입해 두면 다음부터는 속지만 따로 구입해 본체 박스에 설치하면 돼, 여러 종류의 속지를 수집하는 구매자가 많다. 게다가 이미 공연 마니아 사이에서 ‘팔아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았던 최숙경 작가의 작품이 실제 MD로 판매된다는 사실에 팬들은 반가워하는 반응이다. ‘두스인프레임’은 뮤지컬 외에도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서울의 풍경을 담은 ‘스토리 두-서울 시티’(디자인 최숙경), 동화적인 크리스마스 풍경을 담은 ‘스토리 두-크리스마스 에디션’(디자인 정승호)을 출시하며 콘텐츠와 타깃층 확장에 힘쓰고 있다. 공연을 사랑하는 사람이 모여 ‘예술을 향유하는 또 다른 방법을 제시하자’는 두스인프레임의 꿈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MINI INTERVIEW 박성연 대표


‘두스인프레임’은 어떻게 설립됐나?
서울예대에서 연출을 전공하면서 정승호 무대디자이너님과 사제의 연을 맺었다. 이후 뉴욕 라마마 극장에서 기획·마케팅 인턴 생활을 하고, 한국에 돌아와 서울대 경영대학원에 들어갔다. 당시 공연과 연관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고 있던 내게 정승호 디자이너님이 지금의 ‘스토리 두’ 제작을 제안하셨다. 작년부터 준비를 시작해 국가창업지원금을 받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개발 과정에서 처음 계획과 달라진 점이 있나?
공연의 감동을 간직할 수 있는 기념품이자, 그 자체로 예술적 가치가 있는 소장품을 만들겠다는 방향성은 그대로다. 다만 처음에 구상한 건 뚜껑을 열지 않고도 박스 위로 속지를 끼웠다 뺐다 하며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형태였는데, 아쉽게도 제작 공정이 까다로워 포기해야 했다. 블루투스 스피커가 달리고 조명 색깔을 바꿀 수 있는 시제품도 만들어봤지만 단가가 너무 높아지더라. 게다가 실제로 제작해 보니 아날로그 성격을 살렸을 때 훨씬 제품이 빛났다. 기술을 앞세우기보다는 예술적인 작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기대했던 만큼 수익을 거두었는가?
솔직히 크게 수익이 남는 구조는 아니다. 디테일한 레이저 커팅이 가능한 기계가 국내에 드물고 커팅 비용도 비싸다. 처음에는 제작 업체에서 무조건 천 개 이상만 주문을 받는다고 하여 필요 이상으로 제작해야 했는데, 지금은 업체와 신뢰가 쌓여 100~200개 한정판으로 제작하고 있다. 또 워낙 고가의 MD이다 보니 인기 있는 대극장 작품 위주로 제작할 수밖에 없다. 현재는 EMK뮤지컬컴퍼니하고만 작업 중이다. 애초에 첫 제품은 수익을 내는 것보다 회사를 알리고 좋은 이미지를 쌓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국가지원금을 받아 시작한 만큼 좋은 제품을 만들어 사회에 환원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제는 수익을 남길 수 있는 두 번째 제품을 준비 중이다. ‘스토리 두’보다 조명 효과가 큰 제품이 될 예정이다. 이것 역시 최숙경 작가와 함께 작업하고 있다. 뮤지컬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해 타깃을 넓히고 해외 시장 진출도 노릴 계획이다.




MINI INTERVIEW 최숙경 작가


‘스토리 두’의 속지 디자인을 맡게 된 계기는?
6년 전부터 취미 삼아 페이퍼커팅을 해오다가, 2015년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이하 한밤개)>을 보고 감동해 공연을 주제로 페이퍼커팅을 시작했다. 당시 <한밤개> 배우와 스태프에게 작품 사진을 엽서로 만들어 선물했는데, 정승호 무대디자이너님이 그걸 기억해두셨다가 ‘스토리 두’의 디자인을 제안하셨다. 커팅한 종이를 여러 겹으로 쌓고 조명을 비춰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스토리 두’의 포맷은 내 작업 스타일과도 일치했다. 더욱이 공연과 관련해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쁘게 참여했다. <한밤개> 때문에 공연에 빠졌는데 <한밤개> 무대디자이너님과 함께 일하게 되다니, 운명이 아닌가 싶다.


뮤지컬을 주제로 페이퍼커팅을 할 때 중시하는 것은?
개인 작품은 공연을 본 후 내게 감명 깊었던 장면을 박제한다는 생각으로 작업한다. 하지만 ‘스토리 두’는 공연 개막에 맞춰 출시되기 때문에 3개월 전부터 미리 디자인 작업에 들어간다. <마타하리>는 다행히 초연을 본 적이 있었지만 <레베카>는 공연을 본 적이 없어 자료 조사를 꼼꼼히 했다. 프레스콜 영상과 음악은 물론 원작 소설, 영화, 관객 후기까지 살펴본 뒤, 레베카를 향한 댄버스의 집착과 음산한 분위기에 초점을 맞춰 디자인했다. 댄버스가 가장 유명한 넘버 ‘레베카’를 부르는 테라스 장면을 중심으로 어떻게 하면 다른 속지와 조합했을 때 효과적인 장면 전환이 가능할까 고민했다. 레이어가 겹쳐졌을 때, 조명이 켜졌을 때의 전체적인 조화를 중시한다.


‘스토리 두’로 만들어보고 싶은 공연이 있나?
사실 <한밤개> 초연 당시 만들어두었던 페이퍼커팅 작품이 그대로 MD화될 예정이었는데, <한밤개> 재연 자체가 취소되면서 수포로 돌아가 아쉬움이 남는다. 또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중소극장 공연에서는 ‘스토리 두’ 같은 고가의 MD를 내놓기 어렵다는 점도 아쉽다. <블랙메리포핀스>와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를 좋아해 개인 작품으로 만들어둔 것이 있는데 만약 MD화된다면 기쁠 것이다. 요즘은 개인 작업을 할 때도 ‘스토리 두’ 박스를 애용한다. 최근에는 영화 <더 테이블>을 보고 ‘스토리 두’ 포맷에 맞춰 속지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이 제품의 실용성을 알리고 싶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공연을 보고 만든 페이퍼커팅 작품이 관심을 받게 되면서 다양한 창작 활동의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 5월에는 출판사 제의로 페이퍼커팅 북 <종이조각>을 출간했고, 지금은 페이퍼커팅을 접목한 무대디자인에 대한 얘기가 오가고 있다. 한동안 일이 몰려 정신이 없다가 이제 조금 여유를 되찾아 페이퍼커팅 클래스를 열어볼 생각도 하고 있다.



<레베카> 스토리 두 디자인



속지 레이어 순서에 따라 발코니 밖이 되기도 안이 되기도 한다.



레베카의 흔적으로 가득한 방.




레베카의 화장대 거울이자 댄버스의 브로치. 의자에 놓인 레베카의 옷이 비치고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9호 2017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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