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상상력을 만나다
<차세대 열전 2017!>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연구생들의 성과 발표회 <차세대 열전>이 작년에 이어 올해 새로운 라인업으로 돌아온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16년 신설한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는 만 35세 이하 청년 예술가에게 작품 개발을 위한 교육 과정과 연구비를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올해 <차세대 열전 2017!>에서 선보일 연극 작품은 총 11편. 연출 분야 선정작 5편과 극작 분야 선정작 6편으로, 1월부터 2월까지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연달아 개막할 예정이다. 차세대 예술가들의 신선하고 날카로운 시각이 담긴 작품을 소개한다.
연출 분야 선정작
<모던 타임즈>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를 현재 시점으로 각색한 작품. 감정 노동, 감시 사회, 인공지능 등의 소재를 통해 현대인의 삶을 들여다본다. 현대 사회의 어두운 면을 이야기하지만 8명의 광대가 등장해 밝은 에너지로 담담하게 풀어낼 예정이다. 연극 <인간대포쇼>로 2016년 김천국제가족연극제 금상, 2017년 거창한여름연극제 은상을 차지한 극단 마방진 소속 서정완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1월 19~21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난민의 노래>
굿의 연극적 요소를 차용한 1인극. 2016년 고국으로 돌아가기 전날 사라진 필리핀 이주노동자의 실제 사건을 재구성했다. 한 명의 배우가 의상과 분장을 바꿔가며 새, 이주노동자, 무당, 반인반수 등 여러 역할을 소화한다. 무대에 자리한 대형 수조는 극이 진행되는 동안 점점 혼탁해지며, 흐르는 세상 속에서 누구나 난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15년 서울시 신진국악인상 최우수상, 2016년 21C 한국음악프로젝트 금상, 세종아티스트페스티벌 최우수상을 받은 극단 극악무도 소속 이승우가 극작과 연출을 맡았다.
1월 26~28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인간의 가장 오래된 외부>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은 시간이 흐르면 해결될까? 작품은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제시하며 현대 사회가 과연 과거보다 진보했는지 묻는다. 무대 위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간군상은 각각의 공간과 관계 속에서 극명하게 다른 태도를 취한다. 누군가는 매 순간 새 역할을 마련해야 하지만, 누군가는 일정한 역할을 유지한다. 작품은 그 차이가 곧 권력임을 이야기한다. 2014년 <실수로 죽인 남자>, 2015년 <클라우드 나인>을 선보인 문재호가 연출을 맡았다.
2월 2~4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이것은 셰익스피어가 아니다>
삶에서 겪는 불일치의 감각을 일상의 사물과 오브제를 이용해 표현한 연극. 1616년 잠든 극작가 셰익스피어를 깨워, 2017년 한국을 살아가는 우리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재창조한다. 셰익스피어의 5개 작품에 나오는 인물의 삶과 작품을 읽어내는 배우 개인의 삶에서 겪는 존재의 불일치가 교차된다. 2015년 <시간의 맛>으로 의정부음악극축제 음악극어워드 우수상을 차지한 극단 자화상 소속 손재린이 연출과 인형 디자인을 맡았다.
2월 9~11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순 6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중국의 무순전범관리소는 일본의 전범을 대상으로 교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전범들에게 죄를 고백하는 자백서를 쓰고 이를 바탕으로 연극을 만들어 피해자를 연기하게 한 것. <무순 6년>은 당시 무순전범관리소의 모습을 재현한다. 150분 동안 극 중 시간이 실제 시간과 동일하게 흘러가며, 전범과 관리소 직원의 감정 변화를 쫓는다. 2015년 <도하
가>, 2016년 <못>, 2017년 <나는 개새끼로소이다>를 선보인 극단 배다 소속 이준우가 연출을 맡았다.
2월 23~25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극작 분야 선정작 (쇼케이스)
<물고기도 고통을 느끼는가>
정신과 레지던트 정원이 자신이 이미 죽었다고 믿는 ‘코타르 증후군’ 환자 예은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정원은 예은에게서 묵묵히 고통을 견디며 살아온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동질감을 느낀다. 한편, 논문 실적이 필요했던 교수는 희귀병 환자인 예은에게 무리한 전기충격요법을 시행한다. 이후 예은에게 나타난 변화는 정원으로 하여금 뜻밖의 선택을 하게 한다. <변기>로 200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당선된 홍지현이 극작을 맡았다.
1월 31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감정의 몰락>
감정 없는 남자의 일생을 통해 감정을 잃어가는 시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 주인공 권담은 어머니의 죽음, 친구의 배신, 동거하던 여자와의 이별 등 연이은 비극 속에서도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공장 노동자로 늙어가던 그는 어느 날 동료로부터 또 한 번 비보를 접한다. 2015년 전국연극제 경기도대회 희곡상, 원주창작희곡공모전 금상을 받고 2017년 KBS 라디오 드라마 <가출>, <화성행 편도티켓>을 발표한 김민수가 극작을 맡았다.
2월 2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노스체>
원전 폭발 30년 후, 사고 중심지로부터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구역’. 이곳에 재난 로봇 노스체(NOSCE)와 사진작가 필, 오래전 구역을 떠났던 연이 찾아온다. 갑작스런 외부인의 방문은 이 땅에 살았던, 살지 않았던, 그리고 살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서서히 균열을 일으킨다. 2017년 음악극 <멘탈 트래블러>를 선보이고, <사막 속의 흰개미>로 2018년 서울시극단 정기공연 창작대본 공모에 당선된 황정은이 극작을 맡았다.
2월 4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나에게는 얼굴을 쓰다듬을 손이 없다>
부대에서 휴가를 나와 함께 자살하기로 약속한 현태와 주영. 두 사람은 미용실, 타투 가게, 술집 등을 오가며 많은 사람을 마주하지만 어디서도 자신들을 보듬어줄 손을 찾지 못한다. 세상과의 관계 맺기에 번번이 실패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씁쓸한 공감을 자아낸다. 2016년 <투명한 집>, 2017년 <나를 사로잡는 촌스러운 감정들>을 선보인 윤미희가 극작을 맡았다.
2월 7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한 밤의 사람들>
조선 광해군 시절 소양 강변에 모여 살던 7인의 서자 이야기로 연극을 만들고 있는 한 연습실. 연습이 진행되면서 서자라는 이유로 권력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던 강변칠우의 이야기가 연극인들이 마주한 현실과 뒤섞인다. 역사 속 비극이라고만 생각했던 일이 현실에서도 계속되고 있음을 알게 된 연출가와 배우들은 점점 혼란에 빠진다. 2017년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을 선보인 양은실이 극작을 맡았다.
2월 9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체액>
마트 회전문 앞에서 아무도 듣지 않는 인사를 반복하는 일을 하는 여자. 불감증에 걸린 여자는 밤마다 다한증에 걸린 남자와 역할극 섹스를 한다. 이런저런 역할 뒤에 숨어 자신의 불감증을 잊고자 하면서. 무엇이 여자를 메마르게 하는 걸까? 작품은 방과 마트라는 두 공간 사이를 오가며 여자의 내면을 파고든다. 2015년 <우리가 아직 살아있네요>, 2016년 <열다섯>을 선보인 신해연이 극작을 맡았다.
2월 11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2호 2018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