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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ODD NOTE] 금지된 사랑의 이야기 [No.173]

글 |박보라 2018-02-28 3,414
유독 ‘금지된 사랑’은 아슬아슬하고 안타깝지만 애처롭게 느껴진다. 욕망과 본능에 충실한 사랑. 최근 뮤지컬계에는 이런 금지된 사랑 이야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황태자와 귀족 아가씨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더 라스트 키스>부터 우연히 마주친 매혹적인 남성에게 마음을 빼앗긴 <안나 카레니나>까지. 이 ‘금지된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은 불륜이다. 불륜을 다룬 매혹적인 이야기를 살펴본다.
 
 
 
황량한 일상 속 열정
 
이와 같은 사랑으로 그녀를 사랑해 준 사람은 이 지구상에 단 한 사람도 없는 것이다.
 
『보바리 부인』은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장편 소설로, 작가가 실제 있었던 사건을 취재하여 약 5년간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다. 주인공 엠마는 북프랑스의 부유한 농가의 외동딸이자 미모의 여자다. 그녀는 평범한 시골 의사 보바리와 결혼하지만 곧 갑갑한 일상에 환멸을 느끼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바람둥이 루돌프는 그녀를 유혹하고, 자신에게 푹 빠진 것을 알게 된 순간 매정하게 관계를 끊어버린다. 절망에 빠진 엠마는 곧 다시 지인의 소개로 만난 젊은 레옹과 사랑에 빠지고 위태로운 밀회를 거듭한다. 엠마는 여러 가지 이유를 만들어 레옹을 만나고, 그를 위해 많은 돈을 지출한다. 심지어 자신의 불륜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의 입을 막기 위해 감당할 수 없는 빚을 내고야 만다. 결국 그녀는 남편의 재산까지 탕진하게 되는데, 남편 몰래 진 빚을 어찌할 수 없었던 엠마는 독약을 마시고 자살한다. 마지막까지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남편 보바리의 품에 안긴 채 말이다. 
 
작품 속 엠마는 결혼 생활에서 자신이 상상한 아름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음에 절망한다. 그녀의 상상 속 결혼은 감상적인 연애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환상이었던 것. 『보바리 부인』은 전형적인 시민 계층이 보여주는 황량한 일상을 묘사하며 많은 공감을 얻었으며, 엠마가 가정을 떠나 다른 남자들과의 낭만적인 사랑을 원하는 감정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당시는 사랑으로 맺어진 결혼이 유럽 문화에 정착했을 때다. 하지만 결혼에 대한 기대가 클수록 현실이 주는 실망도 큰 법. 그렇다 해도 이러한 금지된 일탈은 19세기에서도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행동이었다. 특히나 이런 행동을 한 여자들은 ‘간통한 여자’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사회에서 추방됐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작품은 종교와 해쳤다는 명목으로 재판에 회부됐다. 그러나 결국은 무죄로 판결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육체와 욕망의 끝
 
되돌릴 수 없는 사건의 진실은 그들이 다시금 열렬한 말을 나누게 하여 그 쇠사슬은 팽팽하게 조여졌고 그리하여 그들은 서로 영원히 결박되어 있다고 느껴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의 모티프가 된 소설,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 1860년대 프랑스, 테레즈는 어린 시절 고모와 사촌 카미유와 함께 유년 시절을 보내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카미유와 결혼한다. 이후 파리로 이사한 테레즈는 카미유의 어릴 적 친구인 로랑을 소개받는다. 로랑은 카미유와는 달리 성숙하고 매혹적인 남성. 첫눈에 반한 두 사람은 은밀한 사랑을 이어간다. 결국 두 사람은 카미유를 없애기 위한 계획을 짜고, 배에서 그를 살해해 버린다. 그 후 친구와 남편을 죽였다는 죄책감이 몰려오고, 심지어 죽은 카미유의 환영을 보며 두 사람은 괴로움에 빠진다. 뜨거웠던 사랑이 증오로 변하고, 마침내 서로를 증오하게 된 테레즈와 로랑은 동반 자살을 하게 된다. 
 
작품은 육체와 욕망이 빚어낸 살인 때문에 파멸에 이르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무감한 문체로 풀어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사회적 금기 사항인 불륜과 살인이라는 소재로 출간 당시 논란을 일으켰지만, 이후 이 작품은 자연주의 문학의 초석이 되었다. 소설은 인간의 열정, 탐욕, 질투를 사실적으로 표현했으며, 인물들의 정교한 심리 묘사는 읽는 이들에게 긴장감을 선사한다. 영화 <박쥐>는 원작을 바탕으로 뱀파이어 신부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 인간의 죄악에 대해 강조했다.
 
 
 
비극의 시대에서
 
서서히, 서서히, 영혼에 박힌 상처는, 느리지만 그 끔찍한 고통이 점점 깊어가는 타박상처럼, 그 존재가 느껴지기 시작하고 마침내는 영혼 전체에 퍼져 가득차게 된다.
 
『채털리 부인의 사랑』은 D. H. 로렌스의 작품으로 최초 집필부터 탈고까지 두 번에 걸친 전면 개정으로 총 세 개의 판본이 존재한다. 교양 있는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컨스턴스는 클리포트 채털리라는 젊은 귀족과 결혼한다. 그러나 클리포드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하반신 불구로 돌아온다. 남편을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던 컨스턴스는 결국 마음의 병을 얻고 주변 숲을 산책하다 사냥 관리인 올리버 맬러즈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컨스턴스가 여행을 간 사이 두 사람의 추문이 퍼지고 결국 맬러즈는 해고된다. 이 사실을 안 컨스턴스는 클리포드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작품은 중산 계급 사람들의 위선과 하층 계급 사람들의 비애를 잘 묘사했으며, ‘사랑’의 본질적인 의미를 회복하려는 의도를 더했다. 또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영국 지배 계급의 위선적인 성적 억압을 나타내는 동시에, 인간의 욕망을 주목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미가 크다. 
 
작품은 적나라한 성행위 묘사 때문에 판매 금지가 되기도 했다. 1959년 미국, 1960년 영국에서 재판에 승소했고 각국 그로브 출판사와 펭귄 출판사를 통해 정식 발간됐다.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에도 불구하고 문학 작품으로 인정받은 드문 경우다. 특히나 『채털리 부인의 사랑』은 한국 에로 영화에도 큰 영향을 끼치며, 정숙했던 아내가 성불구 혹은 일중독인 남편에게 불만을 느끼고 다른 남자와 간통을 저지른다는 익숙한 플롯을 탄생시켰다. 
 
 
 
당신을 위한 복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문구가 새겨진 팻말이 식탁 위에 없으면 내가 시킬 일이 있으니 위층으로 올라오라는 뜻이라는 걸 잊지 마.”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옌롄커가 2005년 발표한 장편 소설이다. 옌롄커는 오랫동안 노벨상 후보로 거론된 중국의 대표 작가다. 작품은 파격적인 정사 장면과 스토리로 출간 직후 중국 정부로부터 판매 금지 조치를 당했다. 출판 및 홍보, 게재, 비평, 각색을 할 수 없는 ‘5금(禁) 조치’가 내려졌고, 21세기 중국판 금서가 됐다. 제목은 마오쩌둥의 유명한 슬로건으로, 혁명의 성스러운 언어라고 할 수 있는 이 문장은 소설 속 위태로운 두 사람의 관계에 정점을 찍는 도구가 된다. 작품은 마오쩌둥의 열렬한 지지자인 군인 우다왕이 사단장의 아내 류롄의 유혹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우다왕은 마오쩌둥의 어록을 줄줄 외울 정도로 사상이 투철한 숙련된 취사병이다. 우다왕은 사단장의 전속 요리사로서 그의 집에서 일하게 된다. 그러다 군대의 규율을 따르던 우다왕에게 예기치 않은 시련이 닥친다. 류롄은 사단장인 남편이 장기 출장을 떠난 틈에 우다왕을 유혹한다. 그녀는 시간이 지날수록 우다왕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점차 위험 수위를 넘어선 것들만 요구한다. 혼란스러운 우다왕에게 류롄은 마오쩌둥의 정치 구호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가 새겨진 나무 팻말을 가리키며 명령을 내린다. 즉, 국가를 위해 복무해야 하는 군인으로서 책무를 해야 하는 만큼 사단장의 부인인 자신을 위해 애정을 다해 최선의 봉사를 하라고 명령한다. 작품은 엄격한 군대 내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위태로운 관계 그리고 딱딱하고 엄격한 군대 사회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한국에서는 북한을 배경으로 한 병사와 장군의 아내를 통해 북한 군사회의 인간군상 단면을 그리는 영화로도 제작할 예정이었으나, 안타깝게도 무산됐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3호 2018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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