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국내 중요 트렌드 중 하나는 혼족의 부각이다. 혼자 밥을 먹고(혼밥), 영화를 보고(혼영), 술을 마시고(혼술), 여행을 가는(혼여) 이들이 많아졌다. 예전 같으면 타인의 시선이 신경쓰여 혼자 하지 않던 일들을 이제는 그다지 거리낌없이 해낸다. 혼자 할 때의 고독보다 자유로움을 즐기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한 시대상을 반영해 <나 혼자 산다>, <미운우리새끼> 같은 나홀로족의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나 <혼술남녀> 같은 드라마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공연계에서도 혼자 공연을 보는 혼공족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혼자가 익숙한 젊은이들
최근 나홀로족이 크게 증가하는 원인으로 1인 가족의 증가를 꼽는다. 2016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는 전체 27.6%에 이른다. 이러한 추세라면 2020년 29.6%, 2035년에는 34.3%로 세 가구 중 한 가구는 1인 가구가 될 것이라고 한다. 1인 가구가 가장 일반적인 가족 형태로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나홀로족이 유행하게 된 것이다. 특히 이러한 문화는 젊은 층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한 매체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혼자 영화를 본 적이 있다’고 답한 20대는 67%였던 반면 40대는 44%에 불과했다. 혼영에 대한 감정도 20대는 ‘매우 긍정적이다’는 답변이 52%였지만 40대는 29%에 머물렀다.
이렇게 젊은 층이 혼자 하는 문화에 익숙한 이유는 한 자녀 가족의 증가와 점점 개인화되는 문화의 확산, 가족이나 집단의 공동체 가치의 축소, 특히 소셜 미디어가 빠르게 생활 속에 자리잡으면서 생긴 소통 방식의 변화에서 원인을 찾는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을 넘어 심지어 적지 않은 젊은이들이 관계 맺기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발표한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4명 중 1명은 관태기를 앓고 있다고 밝혔다. 관태기란 ‘관계’와 ‘권태기’의 합성어로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는 현상을 말한다. 이들은 지인 중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비율이 10명 중 1명도 안 되고, ‘처음 만났거나 그리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의도적으로 피한 적이 있다’고 대답한 비율이 50.1%이었지만 약 80% 정도가 혼자 보내는 시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원만한 관계를 맺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느니 심리적으로 편안하고 안전한 혼자 있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사회와 관계 맺기를 피하는 현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타인에 대한 의존이 낮고 개인 중심적인 삶을 이해하는 시각이 높아졌다. 타인을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의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된 것이다.
혼공족만의 특성
혼밥, 혼술, 혼여에 이어 혼공을 하는 사람들도 늘어가고 있다.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인터파크를 이용한 공연 예매자 중 1인 1매를 구매한 비율이 51%를 차지했다. 2005년 1인 1매 티켓을 구매한 비율은 11.3%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해마다 빠르게 늘어나 2014년에는 33.8%까지 높아졌다. 2017년 드디어 티켓을 구매한 사람 중 절반이 1매만 구매했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9년 사이에 1인 1매 구매자가 22%가량이 증가한 반면, 2014년 이후 불과 3년 만에 17%나 증가했다. 최근 3년 사이 혼공족이 가파르게 증가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혼공족을 연구한 정혜민의 논문 <혼자 공연을 보는 관객(혼공족) 연구>(2017)를 보면 혼공족만의 흥미로운 특징이 드러난다. 일반적으로 공연 관객은 여성이 많다. 2017년 인터파크에서 공연을 예매한 여성은 71%였다. 논문에 따르면 혼공족 중 여성 비율은 82.1%로 일반 공연 관객보다 약 11% 정도 높았다. 그러나 나 혼자 하기의 대표적인 혼영과 혼술 경험은 남자 비율이 높았다. <2016 나홀로족 관련 인식조사>에 따르면 혼영을 해본 남성은 85.8%였지만, 여성은 83.8%였으며, 혼술의 경우는 더 차이가 나서 남자가 71.4%였던 반면 여성은 53.4%였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나홀로족에 대한 인식은 여성이 더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라는 인식은 여성이 더 높았지만, 실제 사회적인 인식이나 상황 때문에 행동으로 옮기는 비중은 적었다. 그러나 혼공의 경우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여성들이 더 많았다.
이는 혼공족이 1인 가구 증가 등 사회적인 요인과 개인화 경향을 바라보는 인식적인 변화 이외에도 또 다른 특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혼자 연극이나 뮤지컬을 관람한 적이있다고 답한 비율이 19.1%였다. 이는 혼밥 69.1%, 혼영 57.4%, 혼자 여행하기 (다양한 여행 평균) 30%, 혼자 해외여행 가기 20.9%, 혼자 노래방 가기 22.7%보다도 낮은 비율이다. 혼공보다 낮은 경험은 혼자 스포츠 관람하기(15.4%), 놀이공원 가기(15.2%), 만화방 가기(16%) 정도이다. 공연계 내에서는 혼공이 익숙하지만 여전히 일반적으로는 혼자 공연 보는 것은 용기를 요구하는 일이다.
정혜민의 논문을 보면 혼공족들의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특성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일단 혼공족의 학력 분포를 보면 일반적으로 공연을 보는 관객들보다 고학력층 비율이 높다. 공연 관객의 대학원 재학 이상의 비율이 10.2%인 데 반해 혼공족의 그것은 20.5%로 두 배가량 높아진다. 또한 연령에서 매우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나홀로족은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나, 인식에서 모두 젊은 층의 비율이 높았다. 그러나 혼공족의 경우는 일반 공연 관객보다 30대와 40대의 비율이 증가했다. 나홀로족의 패턴이라면 젊은 층이 좀 더 혼공에 자유로워야 하는데 오히려 30~40대에서 비율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이들 중엔 공연 지출 비용이 많은 공연 애호가가 많았다.
혼공족은 일반적인 나홀로족과 마찬가지로 공동체 사회에서 개인화된 사회로 체계가 바뀌는 영향이나, 자립해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삶에 대한 긍정적 가치가 높아지는 인식의 변화로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공연을 즐기는 30~40대 고학력 여성 중심으로 취미를 같이 즐길 사람을 찾거나 시간을 맞추는 것이 불편해서, 또는 혼자 즐기는 것이 공연을 더욱 잘 즐길 수 있어서 자발적으로 혼공을 선택하고 있었다.
참고한 자료
정혜민, <혼자 공연을 보는 관객(혼공족> 연구>(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학과 극장경영전공 예술전문사과정, 2017)
박돈규, <혼밥, 혼영... 나홀로 삶 즐기는 이유? 전혀 불편하지 않으니까> (조선일보 2017년 12월 17일자)
보고서 <2016 나홀로족 관련 인식조사>(마크로밀 엠브레인, 2016)
보고서 <관태기를 겪고 있는 20대의 인간관계 인식 및 실태조사 보고서>(대학내일20대연구소, 2016)
이하나, <‘혼족문화’를 바라보는 2가지 시각, 외롭거나 당당하거나>(서울경제 2016년 10월 19일자)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4호 2018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피처 | [COLUMN] 나홀로족과 또 다른 혼공족 [No.174]]
글 |박병성 2018-03-27 6,556sponsored advert
인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