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인으로 깨어난 장녹수
<궁:장녹수전>
전통 공연 를 제작한 정동극장이 역사 속 인물 장녹수를 소재로 새로운 상설공연을 선보인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노비 출신 장녹수가 기녀를 거쳐 연산군의 후궁이 되어 권력을 쥐는 이야기를 무용극으로 풀어낸다.
그동안 장녹수와 연산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문화 콘텐츠 속에서 장녹수는 ‘희대의 요부’로 그려져 왔다. <궁:장녹수전>은 장녹수의 위험한 권력욕뿐 아니라 그가 조선 최고의 예인(藝人)이었다는 점을 조명한다. 이를 위해 작품은 장녹수와 연산 외에 제안대군이라는 제3의 인물을 주역으로 등장시킨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연산군과 장녹수의 첫 만남은 예종의 둘째 아들이자 왕위에 즉위하지 못한 왕자 제안대군의 저택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제안대군의 가노비였던 장녹수는 출중한 기예로 연산의 눈에 들어 입궐하게 되었다. <궁:장녹수전> 속 제안대군은 기예를 아끼는 풍류객으로, 장녹수의 끼를 알아보고 그녀를 최고의 기녀로 키워내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작품은 예인 장녹수의 흥망성쇠를 통해 민가의 전통 놀이 문화, 기방 문화, 궁중 연희를 한 무대에서 펼쳐 보인다. 정월대보름 장면에서는 등불춤과 ‘답교놀이’, 백성들이 연산과 장녹수를 풍자하며 노는 장면에서는 경기도당굿에서 사람 크기의 허수아비 인형 ‘정업이’를 활용하는 것에 영감을 받은 ‘정업이 놀이’가 등장해 소담스러운 서민 놀이 문화를 재현한다. 기방에서는 장녹수와 기생들이 장고를 둘러메고 추는 ‘장고춤’, 한량들이 추는 ‘한량춤’, ‘교방 살풀이’ 등을 선보인다. 궁에서는 궁녀들은 꽃을 들고 추는 춤 ‘가인전목단’이 화려하게 펼쳐지며, 장녹수와 신하들이 대적하는 장면에서는 격렬한 북춤이 긴장감을 높인다.
권신들이 연산에게 상소문을 올리고, 긴 상소문이 연산의 몸을 옭아매는 군무 장면은 소품의 활용과 영상 효과가 돋보이는 작품의 하이라이트가 될 예정이다. 상소문으로 사용된 글자는 우리 문화를 알리는 의미에서 ‘한글’로 표현된다. 이성근 화백이 한 자 한 자 그려낸 그림 같은 우리 글자가 영상을 통해 무대 위에 펼쳐진다. 결말에서 연산과 장녹수는 ‘한바탕 잘 놀았노라’라는 허무한 비명을 남기고 반란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이들의 마지막은 배를 타고 즐기는 연희 ‘선유락’으로 아름답고 비극적으로 장식되어, 끝까지 한국적 풍류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궁:장녹수전>에는 전 서울예술단 예술감독 정혜진 안무가와 오경택 연출, 박동우 무대디자이너, 정재진 영상디자이너, 신호 조명디자이너, 이호준 의상디자이너 등이 참여한다.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오후 4시에 공연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5호 2018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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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PREVIEW] <궁:장녹수전> [No.175]
글 |안세영 사진제공 |정동극장 2018-04-06 4,692sponsored adv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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