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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INSIDE THEATER] <킬롤로지> [No.175]

글 |박보라 사진제공 |Mark Douet, 연극열전 2018-04-10 5,561
<킬롤로지>
후회와 고통으로 칠해진 삶    


“당신은 지금 희생자를 처형 중이에요. 
심장에 총을 쏴요, 빠르고 정확하게, 그럼 일 점.
배에 총알을 박아 천천히 죽이면? 백 점!
머리에 비닐봉투를 씌워서 질식사시키는 동안, 
손가락과 발가락이 하나씩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망치질을 해요. 
그럼 천 점.”
- <킬롤로지> 중




<연극열전> 일곱 번째 시즌의 첫 번째 작품이 공개됐다. 그 주인공은 바로 <킬롤로지>다. 작품은 개인을 둘러싼 거대한 사회 시스템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건네는 작가 게리 오웬의 최신작이다. 게리 오웬은 현재 영국에서 주목받는 작가 중 하나다. <킬롤로지>는 영국의 로열 코트 시어터와 웨일스를 대표하는 셔먼 시어터의 공동 제작으로, 지난해 3월 초연되며 큰 관심을 받았다. <킬롤로지>는 시의성 높은 소재와 독특한 형식으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냈는데, 이를 증명하듯 ‘웨일스 시어터 어워드’ 극작상과 최고남자배우상, 2018 ‘더 스테이지 어워드’ 올해의 지역극장상을 받았다. <킬롤로지>의 국내 초연은 다양한 작품을 통해 사람과 관계에 대한 통찰을 새로운 형식으로 그려온 박선희 연출이 참여한다. 그녀는 “환상과 허구의 만남 속에서 논의되는 ‘너는 누구냐?’라는 질문이 가슴에 와 박혔다. 후회와 고통밖에 남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가 마음에 닿았다”면서 작품에 합류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최근 한국에서는 충격적인 소식이 쏟아졌다. 2017년 3월 인천 여아 살인 사건, 2017년 9월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2017년 11월 성동구 초등학생 투신 사건 등 아동과 청소년 대상 범죄들이 그것이다. 이런 범죄들은 단순히 범행의 잔인함을 넘어 범행 방식이나 동기 그리고 가해자의 신원 등이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을 띠며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또 이러한 충격적인 범행의 빈도가 잦아지면서 강력 범죄가 더 이상 특별한 뉴스가 아니라, 실제로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공포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킬롤로지>는 이런 끔찍한 범죄들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거대하고 견고한 사회 시스템의 문제로 바라본다. 사회적인 안전장치 없이 부모의 양육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서적으로 부모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들이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성장하는 현실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의 원인과 그 책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무대에는 서로 다른 상처를 가진 세 인물이 등장하는데, 작품은 모놀로그 형식을 표방하며 각각의 인물들이 독백을 통해 사건과 감정을 쏟아낸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마주하는 순간 관객은 인물들의 관계와 상황, 사건에 대한 단서를 찾게 된다. 작품은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다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된다. 박선희 연출은 “작품은 단서처럼 던져지는 이야기들로 구성됐다”면서 “관객들은 이 퍼즐을 풀어야 한다. 누군가는 이 퍼즐들이 엮여 있는 관계를 바로 이해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더 많은 조각을 모아야만 그 의미를 알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누구나 이 퍼즐을 풀게 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먹먹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킬롤로지>는 ‘킬롤로지’라는 유명 게임처럼 처참한 희생자가 되어버린 데이비와 아들 같은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고 싶은 아버지 알런 그리고 게임과 현실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폴, 세 사람의 이야기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비극을 밝히며 무대를 이끌어간다.  게임과 같은 방법으로 아들을 처참하게 잃은 아버지 알런 역으로는 김수현과 이석준이 출연한다. 싸움이 아닌 살인을 위한 게임 킬롤로지가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는 폴 역으로는 김승대와 이율이 캐스팅됐다. 게임 킬롤로지의 한 장면처럼 잔혹한 죽음을 맞는 열여섯 살의 데이비로는 장율과 이주승이 무대에 오른다. 



MINI INTERVIEW
박선희 연출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감정은 무엇인가.
지금 충분히 사랑하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알았으면 좋겠다. 중요한 어떤 것이 떠나버리고 나서 후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킬롤로지>의 결말은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관객들은 이를 통해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그리움을 느꼈으면 좋겠다.   

작품에 영감이 된 것은 무엇인가.
넷플릭스에서 본 다큐멘터리 <더 마스크 유 리브 인(The mask you live in)>이다. 추천을 받아 보게 된 작품이다. 미국에서 찍은 다큐멘터리였지만 <킬롤로지>에 나오는 영국의 청소년이나 한국의 청소년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큐멘터리에는 아직 앳된 문제아들과 어쩌면 그들의 끔찍한 자화상이 될 수도 있는 샌프란시스코 교도소에 수감된 살인범들의 인터뷰가 나온다. 살인범들이 직접 말하는 미화되지 않은 살인의 경험은 결국 그들의 어린 시절 경험과 연관되어 있다. 이들은 살인을 통해 어떤 쾌락 또는 환희를 맛보았지만 대신 아주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고 고백한다. 또 어린 시절 아버지의 부재 또는 좋은 남자 롤모델을 갖지 못했던 소년이 또래 집단이나 성장 과정 속에서 사회집단으로부터 어떻게 잘못된 남성성을 학습하게 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폭력적 행위에 대한 동경과 실행으로 연결되는지 말하고 있다. <킬롤로지>의 인물들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들이 제 역할을 못 했던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공연을 기대하고 있는 관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이 작품을 통해 사회 운동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적인 행위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통감하고 있다. 이것은 기본적이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킬롤로지>가 재미있는 극이 되었으면 한다. 하지만 작품에 담겨 있는 메시지 속에서 우리의 아이들에게 어른이 된 우리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5호 2018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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