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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TAFF] 그레고리 브랄 예술감독 [No.175]

글 |나윤정 사진제공 |의정부음악극축제 2018-04-30 3,822
음악으로 교감하는 세계

제17회 의정부음악극축제가 오는 5월 ‘Liminality: 경계를 넘어’란 주제로 펼쳐진다. 올해 축제를 찾는 공식 초청작 중 는 폴란드 극단 송오브더고트시어터의 작품. 송오브더고트시어터는 그레고리 브랄과 안나 주브리스키가 1996년 창단한 극단으로, 연극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며 유럽의 혁신적인 극단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움직임, 목소리, 곡, 대사의 통합을 추구하며, 음악성이 내재된 공연을 만들어 관객과의 감각적인 교감을 시도해 오고 있는 송오브더고트시어터. 특히 2016년 첫선을 보인 는 에든버러 페스티벌, 넥스트 웨이브 페스티벌 등에 초청되며,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을 혁신적으로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송오브더고트시어터를 이끌고 있는 그레고리 브랄 예술감독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예술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송오브더고트시어터는 유럽에서 주목받고 있는 혁신적인 극단 중 하나다. 극단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단체마다 다양한 스타일을 추구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극단만의 특유한 스타일을 창출하는 것이다. 송오브더고트시어터의 특별한 점은 음악을 통해 텍스트를 해석한다는 거다. 예를 들면, 우리 극단은 다성음악으로 셰익스피어 작품을 해석한다. 작품 속 이야기와 등장인물을 말이 아닌 사운드로 상상하는 것이다. 사운드로 스토리텔링을 한다는 점은 어찌 보면 한국의 판소리와도 비슷할 수도 있다. 무대에서 반드시 말이 필요한 게 아니라고 느꼈다. 사운드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극단은 사운드로 감정, 느낌, 생각, 행동을 표현한다. 다양한 소리로 스토리를 만드는 것, 이것이 우리 극단이 하는 일이다.

극단 이름이 인상적이다. 무슨 뜻이 담겨 있나?
유럽 언어들은 고대 그리스어에 기반을 두고 있다. 물론 폴란드어도 고대 그리스어와 많은 연관이 있다. 극단 이름인 염소의 노래(Song Of The Goat)는 그리스어로 ‘비극’이란 단어를 직역한 것이다. 즉, ‘비극 극단’이란 뜻을 담고 있다.

송오브더고트시어터는 트레이닝, 리허설, 공연 과정이 하나의 실험실과 같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공연 제작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
우리 극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이다. 그래서 먼저 작곡하는 친구들에게 음악을 의뢰한다. 그리고 내가 추구하는 것에 대한 영감을 불어넣는다. 작곡가와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과정을 거쳐 음악이 완성된다. 그러고 나면 음악과 함께 연습을 시작한다. 우리 극단은 음악을 연습하는 단체라고 할 수 있다. 음악에서 다양한 의미, 상황, 감정들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내게 음악은 미지의 풍경이자 미지의 숲이다. 또한 우리 작품에서 음악은 공연의 연출가로서의 역할도 맡는다. 음악 자체가 배우들의 움직임, 연기, 동작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 비극에서 중요한 세 가지 요소는 바로 동작, 방향, 자세다. 따라서 고대 그리스 희곡은 우리 극단의 작업 방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음악에도 동작, 자세, 방향이 있기 때문이다. 니체는 비극의 근원이 말이 아니라 음악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것이 우리 극단이 유럽 희곡의 근원을 탐구하는 이유다.



오는 5월 국내 무대에 오르는 는 리어왕의 비극을 12곡의 노래들로 강렬하게 전하는 작품이다. 이 공연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는 무척이나 단순한 공연이다. 무대미술, 의상 등의 연극적 요소들이 너무나 단순해서 거의 존재하지 않게 느껴질 정도다. 배우들은 검은색 의상을 입고 검은색 의자에 앉아 있다. 그리고 조명은 최대한 밝게 무대를 비춘다. 그 외에는 아무런 장치도 없다. 그리고 모든 것은 몇 가지 간단한 동작으로 이루어진다. 무엇보다 이 공연을 통해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고자 했다. 위대한 라트리아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는 음악적 미니멀리즘으로 유럽에 이름을 알렸는데, 나는 특히 그의 미니멀한 음악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또한 추상미술의 창시자인 바실리 칸딘스키의 그림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는 마치 칸딘스키의 작품 12개를 모아놓은 것과 같은 느낌을 줄 것이다. 이는 한국의 서예 작품과도 닮은 점이 있다. 공연의 매 장면은 이전 장면에서 조금씩 발전된 형태를 보일 거다. 단순한 내레이션을 사용하고 있지만, 매우 강렬한 공연이다. 공연을 보면 느끼겠지만, 특히 마지막 장면이 강렬할 거다.

는 리어왕의 정서를 전달하기 위해 노래, 떨림, 움직임을 이용해 원초적인 감정을 잡아낸다. 이를 통해 전하고 싶은 바는 무엇인가.
음악에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음악을 통한 우리의 작품 접근법을 정말 흥미롭게 여길 것이다. 우리 극단에 음악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게 음악은 동작, 감정, 무대이다. 모든 것이 음악인 셈이다. 때문에 우리 극단의 공연은 교향곡이라 할 수 있다. 오케스트라가 없을 따름이지, 움직임과 동작으로 이루어진 교향곡인 것이다. 이 작품은 매우 단순하다. 결국 ‘느낌’에 관한 작품이다. 관객들이 자신의 느낌대로 자유롭게 공연을 보고 듣고 느꼈으면 한다.

전 세계 배우 및 공연예술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브랄연기학교를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것을 가르치나?
브랄연기학교에서 ‘브랄 방법’을 가르친다. 지난 25년 동안 티베트 스승들의 영적 가르침을 기반으로, 예술가, 배우, 무용수, 가수를 위해 매우 특별한 작업 방식을 개발했다. 우리는 이를 코디네이션 방법(Coordination Method)이라고 부른다. 브랄연기학교에서는 송오브더고트시어터가 연구하고, 적용하고 있는 작업 방식들을 가르친다. 따라서 대본, 연기, 스타니슬랍스키 등을 가르치는 일반적인 연기 학교와는 다르다.

창작자로서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대상은 무엇인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에 무척 관심이 많다. 수년째 셰익스피어에 대한 탐구를 하고 있다. 그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극작가다. 그의 글과 비극 작품들은 수세기 동안 보편적인 이야기일 거다. 그의 작품은 절대 늙지 않을 것이며, 항상 동시대 작품으로 여겨질 것이다. 물론 지난 400년 동안에도 그의 작품은 항상 동시대 작품처럼 여겨졌다. 나는 비극의 근원에 대해 관심이 많다. 무엇이 비극을 만드는지, ‘객관적인 비극’은 무엇인지 탐구하고 싶다. 객관적 비극이란 천 년, 오천 년 전에도 한결 같은 작품을 의미한다. 이런 객관적인 비극과 객관적인 연극에 관심이 많다. 무엇이 비극을 영화, TV, 서커스, 카바레와 구별하게 만드는지, 비극이 왜 그토록 강렬하고 중요한지에 대해 늘 집중하고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5호 2018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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