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회 서울연극제
연극으로 즐기는 시간
제39회 서울연극제가 4월 28일부터 5월 29일까지 펼쳐진다. 1977년 연극계 발전을 위한 창작극 개발을 목표로 시작된 서울연극제는 39년 동안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국내 대표 연극 축제다. 올해는 ‘연극은 대학로다’라는 슬로건 아래, 공식 선정작 10편을 무대에 올린다. 그중 초연작은 극단 행의 <깊게 자자, 죽음의 문턱까지>, 극단 하땅세의 <그때, 변홍례>, 극단 놀땅의 <쥐가 된 사나이>, 극단 피악의 <오를라>, 네 편이다. 그리고 프로젝트 아일랜드의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 디렉터그42의 <4 four>, 창작공동체 아르케의 <툇마루가 있는 집>, 연극집단 반의 <이혈(異血) 21세기 살인자>, 창작집단 상상두목의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슬픔>, 그린피그의 <공포>가 재연되며 축제의 라인업을 채운다.
올해 서울연극제는 마로니에 공원 내 연극안내센터를 운영해 시민들과 함께하는 연극제가 되겠다는 노력을 전한다. 연극계 종사를 희망하는 청년 및 구직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취업 정보를 제공하는 서울연극브릿지페어, 매주 토요일 정체불명의 달걀인간이 마로니에 공원을 활보하는 거리 퍼포먼스 <달걀인간의 일상>, 그리고 시민과 배우가 함께하는 희곡 읽기 행사 또한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또한 폐막식에서는 대상, 우수상, 연출상, 희곡상 등 총 9개 부문을 수상하는 자리도 이어진다. 이렇듯 서울연극제는 다양한 작품과 프로그램을 통해 31일간 관객들을 흥미로운 연극의 세계로 초대한다.
<깊게 자자, 죽음의 문턱까지>
<콩나물의 노래>, <줄리엣들> 등으로 잘 알려진 일본 극작가 오가와 미레이의 작품. 1993년 일본 시어터 에코 창작희곡모집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된 그녀의 데뷔작이다. 일본 특유의 정서가 느껴지는 블랙코미디로, 심각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행동하는 밉지 않은 인물들의 농담 따먹기가 잔잔한 감성을 전한다. 깊은 산속, 수상한 자루를 힘들게 옮기고 있는 두 남자. 이들은 산속 오두막에 사는 미치광이 박사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젊은 조수다. 그런데 갑자기 한 여자가 그들을 쫓아오며 수상한 자루를 두고 실랑이를 벌인다. 이런 웃픈 헤프닝을 벌이며 작품은 물신화된 인간들과 그에 반하는 인간들,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경계를 이야기한다.
5월 4~13일
유니플렉스 2관
<그때, 변홍례>
극단 하땅세의 <그때, 변홍례>는 1931년 일제 치하 당시 실제로 일어났던 부산 마리아 참살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이는 부산 초량정 철도국 관사 다카하시 집에서 20세 조선인 하녀 마리아(본명 변홍례)가 처참히 살해당한 채 발견되며 조선을 뒤흔들었던 사건. 당시 다카하시 부인의 소행으로 지목되었지만, 일본인이었던 그녀는 증거 불충분으로 인해 무죄로 풀려나 버렸다. 이 미제 사건을 어단비 작가가 재창작하고, 윤시중이 연출을 맡았다. 무대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조선인 하녀가 살해된 사건, 그리고 이 사건을 극화시키는 예술가의 이야기로 이루어진다. 액자 속 액자를 들여다보는 형식의 메타 연극이다. 수백 명의 일본인 수사관과 재판관 사이 조선인은 피해자 단 한 명이었던 이 사건을 통해 작품은 마리아를 죽인 것이 비단 한 사람이 아니라 모두였음을 역설한다. 이는 오늘날의 권력 사회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라 더욱 깊은 의미를 전한다.
5월 18~27일
아트원씨어터3관
<쥐가 된 사나이>
<쥐가 된 사나이>는 故 윤영선 작가의 미완성 희곡으로 만든 작품이다. 극단 놀당을 이끄는 최진아 연출이 작가의 미완성 희곡을 무대에서 완성해 가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눈길을 끌었다. 이야기는 희미한 등잔불 아래에서 어머니와 딸, 사내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사내는 어젯밤 꿈에 죽은 형님이 찾아와 몇 년 전 집을 나간 아들이 오늘 저녁 돌아온다는 말을 했다며 기대를 한다. 이윽고 어떤 청년이 한밤중에 문을 두드리고, 어머니는 그가 아들이라고 생각하며 그를 붙잡는다. 무대는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초현실적인 상황에 처한 청년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실재하고 있는가’라는 성찰을 이끌어낸다.
5월 18~27일
유니플렉스 2관
<오를라>
<오를라>는 모파상의 동명 단편 소설을 각색한 무대다. 한 남자의 환각을 통해 보이지 않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묘사한 이야기로, 모파상 공포 소설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화자는 언젠가부터 자신에게 알 수 없는 불안과 신체 이상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이 불가사의하고 초현실적인 존재 때문임을 깨닫고, 그것과 맞서 싸우기 시작한다. 공포와 불안 속에 미쳐가면서도 화자는 인간에 대한 사유를 끝까지 놓지 않는다. 나진환이 각색과 연출을 맡아 한 인물의 깊은 사유와 심리를 섬세하게 다룰 예정. 한윤춘이 화자를 연기하며 불가사의한 존재와 투쟁하며 미쳐가는 한 인간의 깊은 사유를 1인극으로 보여준다.
5월 18~27일
동양예술극장 3관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6호 2018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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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CULTURE PREVIEW] 제39회 서울연극제 [No.176]
글 |나윤정 사진제공 |서울연극제 2018-05-08 4,637sponsored adv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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