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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OCUS] TV 뮤지컬 오디션 <캐스팅 콜> [No.176]

글 |안세영 사진제공 |MBC플러스 2018-05-17 3,990
내일의 별을 찾아라 

심사위원석에 나란히 앉은 뮤지컬 배우와 음악감독. 그들 앞에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 출연자였던 백승렬이 서 있다. 성악을 전공한 그는 멋진 중저음으로 <더 라스트 키스>의 ‘날 시험할 순간’을 노래해 만장일치 합격을 따낸다. 하지만 쓴 소리도 면치 못한다. 뮤지컬 배우 김호영은 “너무 노래에만 신경 쓴 것 아닌가. 이 노래를 부르는 이유와 상황을 드라마적으로 풀어야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반면 영화배우 김율호는 의상과 소품까지 준비해 <윤동주, 달을 쏘다.>의 ‘달을 쏘다’ 장면을 열연하고도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 김성수 음악감독은 “연기를 하다가 어느 시점에서 노래로 돌아와야 한다. 클라이맥스에서 미리 발성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일침을 가한다. 




뮤지컬 오디션의 차별화된 재미 
위의 내용은 케이블 TV 채널 MBC뮤직, MBC드라마넷에서 3월 23일부터 4월 27일까지 총 6회에 걸쳐 방송된 뮤지컬 오디션 프로그램 <캐스팅 콜>의 한 장 면이다. <캐스팅 콜>은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레트 버틀러 와 스칼렛 오하라 역을 찾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에게는 레트 역 의 신성우, 김준현, 테이, 스칼렛 역의 바다, 김보경, 루나와 함께 대극장 뮤지 컬 주연으로 서는 기회가 주어져 1,2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경력과 나이 에 제한을 두지 않아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과 직업의 지원자가 나섰 고, 그중에는 외국인 지원자도 있었다. 여타 TV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나 아 이돌 그룹 멤버도 눈에 띄었다. 이들 가운데 노래, 안무, 그룹 미션, 듀엣 미션 등 단계별 미션을 거쳐 살아남은 최후의 6인만이 생방송 결승 무대에 올랐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출연하는 테이가 MC를 맡고 뮤지컬 배우 박해미, 신성우, 카이, 김호영 그리고 음악감독 김성수가 심사위원으로 나서 지원자의 가능성을 평가했다. 

뮤지컬 배우를 선발하는 <캐스팅 콜>이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점 은 평가의 초점이 노래와 춤에만 집중되어 있지 않다는 것. <바람과 함께 사라 지다>의 제작사인 쇼미디어그룹 측은 “노래, 춤, 연기, 안무 습득 능력, 배역에 어울리는 이미지, 무대 위에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표현력이 모두 평가된다. 또한 뮤지컬은 여러 배우, 스태프가 모이는 거대 프로젝트인 만큼 팀 워크에 맞는 성향과 인성도 중요하다”고 평가 기준을 설명했다. 의상과 소품을 갖춰 특정 뮤지컬 장면을 재현하는 3차 오디션 그룹 미션은 <캐스팅 콜>만의 특색을 잘 드러낸다. 6~7명씩 팀을 이룬 지원자들은 <레 미제라블>의 ‘내일로’ 를 한국 배경으로 각색하거나, 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의 ‘This Is Me’를 한 국어로 개사해 선보였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인간은’을 부른 팀은 밧줄 을 이용한 새로운 안무를 짰다. 이를 통해 지원자들은 노래와 춤 실력은 물론 조화로운 앙상블, 캐릭터 몰입, 작품 해석 능력을 증명해야 했다. 

<캐스팅 콜>의 최종 오디션은 생방송 무대로 꾸며졌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의 듀엣 넘버와 주인공 레트, 스칼렛의 솔로 넘버를 심사해 지원자가 실제 공 연에 출연할 역량을 갖췄는지 평가했다. 치밀한 검증을 위해 기존 심사위원 외 에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박영석 프로듀서와 브래드 리틀 연출, 스칼렛 역 배우 바다가 심사에 참여했다. 또한 사전 온라인 투표와 실시간 문자 투표 결과를 50% 반영해 스타성을 갖춘 지원자를 선발했다. 4월 27일 생방송을 통 해 결정된 남녀 우승자는 다음 날 바로 연습에 투입되어 무대에 설 날을 기다 리고 있다. 3차 오디션에서 탈락한 두 명의 지원자도 조연으로 깜짝 캐스팅되 었다. 쇼미디어그룹 측은 “정순원, 이아름솔 배우는 주연인 레트와 스칼렛 역 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노예장, 벨 와틀링 역에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두 배 우가 탈락한 직후 출연을 제안했고 브래드 리틀 연출, 김성수 음악감독의 추가 오디션을 거쳐 발탁했다”고 캐스팅 배경을 설명했다. 





신인 발굴과 홍보 효과 
제작사 쇼미디어그룹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TV 공개 오디션을 기획한 이유는 신인 발굴과 작품 홍보였다. 쇼미디어그룹 측은 “<캐스팅 콜>이 검증된 기량과 스타성을 고루 갖춘 배우들의 등용문이 되기를 바랐다. 더불어 홍보 · 마케팅 측면에서 작품을 자연스럽게 알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 혔다. 스타 캐스팅 없이는 흥행이 어려운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TV 뮤지컬 오 디션은 배우와 작품의 인지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수단이다. 이름 없는 신 인이라도 프로그램을 통해 잠재력을 뽐내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인기 를 얻고, 이는 곧 티켓 파워로 이어진다.

10년 전인 2008년에도 국내에서 TV 뮤지컬 오디션이 붐을 이룬 시기가 있었다. <마이 페어 레이디>, <헤드윅>, <돈 주앙>이 경력에 상관없이 주인공을 뽑는 공개 오디션을 열었고, 이 과정을 케이블 TV 채널을 통해 시리즈로 방송했다. 당시만 해도 무명 배우였던 임혜영, 이주광, 강태을이 각 오디션에서 우승을 차지해 얼굴을 알렸다. 

2008년 이 같은 프로그램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이유는 이즈음 뮤지컬 본 산지인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에서 TV 리얼리티 쇼를 통해 주인공을 캐스 팅해 큰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2006년 <사운드 오브 뮤직> 웨스트엔드 프 로덕션은 영국 공중파 TV 채널 BBC와 손잡고 주인공 마리아 역을 찾는 오 디션 프로그램 <마리아를 어떻게 할까?(How do you solve a problem like Maria?)>를 방송했다. 방송에는 수천 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마리아 학교’에 들어간 지원자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과정이 담겼다. 해당 공연의 기획자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직접 심사에 참여했고, 시청자 전화 투표도 병행했다. 우승을 차지한 코니 피셔는 무명의 전화 교환수에서 스타로 떠올랐다. 그가 출 연한 공연 또한 막대한 흥행을 기록했다. 



이 같은 호응에 힘입어 2007년에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또 다른 뮤지컬 <요 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가 BBC 방송을 통해 주인공을 선발했다. 같은 해 미국 NBC 방송도 유사한 방법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그리스>의 주 인공을 찾았다. BBC는 이후에도 2008년 <올리버!>, 2010년 <오즈의 마법사>, 2012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2017년 <더 밴드>의 주인공 선발 과정 을 담은 뮤지컬 오디션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국내에서 한동안 뜸했던 TV 뮤지컬 오디션이 다시 돌아온 배경에는 오디션 프 로그램 자체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인기가 자리하고 있다. 쇼미디어그룹 측은 “최근 기획사가 주체가 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트렌드였던 점에서, 뮤지컬 오 디션 역시 현재 흐름의 일환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작년 한 해에만 SBS , 엠넷 <프로듀스 101>, KBS <더 유닛>, JTBC <믹스나인> 등 여러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왔다. 2016년과 2017년 방영한 JTBC <팬텀싱어>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남성 4중 창 그룹을 뽑는 이 오디션에 여러 뮤지컬 배우가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우승자 를 비롯해 방송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 다수가 전보다 커진 티켓 파워를 자랑 했다. 

앞서 성공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그랬던 것처럼 <캐스팅 콜> 역시 숨은 인재를 발굴하고 뮤지컬 장르에 대한 대중의 흥미를 고취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 과를 갖고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완성도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캐스 팅 콜>은 프로그램 초반 지원자의 외모나 특이한 이력을 부각한 편집, 조 편성 과 심사 방식의 허술함, 합격자가 무대에 서기까지 짧은 연습 기간으로 인해 뮤지컬 팬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2008년 TV 뮤지컬 오디션이 배출한 우승자들은 이후 뮤지컬 무대에서 활발한 활약을 펼치며 프로그램의 신인 발굴 효과를 톡톡히 증명했다.향후 <캐스팅콜>에 대한 재평가 여부도 결국 우승자가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6호 2018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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