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크 엘루아즈 <서커폴리스>
상상 그 이상의 무대
지금 이 순간의 서커스
세계적인 컨템퍼러리 서커스 단체 서크 엘루아즈가 7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서크 엘루아즈는 우리에게 익숙한 ‘태양의 서커스’와 함께 캐나다를 대표하는 서커스 단체다. 창립자인 제노 팽쇼는 지평선상에 보이는 번개의 번쩍임을 표현하는 단어에서 영감을 받아 단체명을 지었다. 서크 엘루아즈는 캐나다 국립 서커스학교 출신의 일곱 젊은 곡예사를 중심으로 1993년 창단됐다. 첫 공연 <서크 엘루아즈>부터 <서크 오케스트라> 등 초창기 작품들이 호평을 받으며 젊은 서커스 단체로 주목을 받았고,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 나가며 지난 25년간 11편의 공연을 제작했다. 전 세계 50개국, 500개 이상의 도시를 투어하며 사랑받은 서크 엘루아즈는 특히 에든버러 페스티벌을 비롯한 세계 유명 축제와 극장에서 투어 공연을 이어가며 약 350만 명에 이르는 누적 관객을 기록했다. 또 뉴욕 브로드웨이와 런던 웨스트엔드에서도 여러 차례 공연했다. 2000년대 초반 연출가 다니엘 핀지 파스카와 함께 선보인 <노마드>, <레인>, <네비아>가 커다란 성공을 거두며 세계적인 서커스 단체로 입지를 굳혔다. 한국에서는 <레인>, <네비아>, <아이디> 등이 소개됐는데, <아이디>는 세계 최초로 인천 송도에서 공연해 의미를 더한다.
대표적인 서커스 단체로 꼽히는 태양의 서커스가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작품을 통해 서커스의 대중화와 상업화를 이끌었다면 서크 엘루아즈는 탄탄한 스토리와 예술성이 돋보이는 서커스라는 새로운 예술 장르를 확립했다. 그것이 곧 서크 엘루아즈만의 컨템퍼러리 서커스라 불린다. 기존의 전통적인 서커스가 신체적인 기교와 동물의 출연 등 볼거리를 중요시했다면, 서크 엘루아즈는 무용, 음악, 연극 등 타 예술 장르와 결합한 스토리와 테마로 현대적인 서커스 공연을 탄생시켰다. 특히 서정적이면서 연극적인 요소가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아름다움으로 지배하는 도시
서크 엘루아즈가 한국에서 선보일 작품은 바로 SF영화의 고전으로 꼽히는 <메트로폴리스>를 재해석한 <서커폴리스>다. 2012년 9월 초연된 작품은 2014년 ‘뉴욕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에서 특별한 공연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원작 <메트로폴리스>는 SF 디스토피아의 원형을 그렸는데, 영상물로는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SF 영화의 고전이다. 영화는 미래 도시 메트로폴리스를 배경으로 노동자들이 사는 지하 세계와 자본가들이 사는 지상 세계와의 갈등과 투쟁을 그렸다.
<서커폴리스>는 영화가 만들어낸 차갑고 삭막한 미래 대도시의 반란을 아이러니하게도 아름답고 환상적인 서커스 판타지로 담아냈다. 회색빛으로 가득한 세계 속에서 공장의 기계처럼 단조롭게 움직이는 노동자의 도시는 책상 위를 뛰어다니고 텀블링하는 사람들에 의해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 작품 특유의 폭발적인 힘은 단조로움과 고독함이 파괴되면서 놀라움과 유머, 아름다움과 다채로운 색이 가득 찬 도시가 재탄생되는 과정이다. 여기에 단조로운 무대에 꽉 찬 영상을 사용해, 무채색의 도시를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해 냈다. 화려함을 강조한 다른 서커스 공연과 달리 <서커폴리스>는 대사와 배우들의 희화화를 최소한으로 축소시켰고, 다소 심심할 수 있는 빈자리를 고난도의 테크닉으로 채워 넣으며 ‘서커스’의 본질에 주목했다.
작품은 지루하고 따분한 사무실에서 시작된다. 사람들은 무채색 옷을 입은 채로 업무를 이어 나가고, 그 뒤로는 딱딱한 콘크리트 빌딩과 톱니바퀴 영상이 쉴 새 없이 펼쳐진다. 마치 찰리 채플린의 무성 영화를 연상시키듯 말이다. 그러나 무대는 곧 현대적인 음악과 조명을 통해 그 전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강렬한 대비를 만들어낸다. 곡예사들과 저글러들은 책상 위에서 균형을 잡고 오피스를 뛰어다닌다. 작업복을 입었던 배우들은 캐비닛을 이용해 묘기를 펼치거나 무대 위를 날아오르고, 밧줄, 공중그네, 로프를 이용해 회전하기도 한다. 시르 휠(훌라후프와 비슷하게 생긴 바퀴를 이용하는 기술로, 곡예사가 바퀴 안에서 조종해 움직이고 회전한다.) 기술이나 옷걸이를 이용한 로맨스 연기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특히 공연 중반부 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아티스트가 보여주는 5분의 공중 애크러배틱과 컨토션(연체곡예)은 신체가 빚어내는 극도의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이처럼 중력을 거스르는 움직임이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서커폴리스>는 서크 엘루아즈의 창립자이자 예술감독 제노 팽쇼와 안무가 데이브 생피에르가 공동 연출했다. 12명의 숙련된 아티스트들이 트래피즈(공중그네), 에어리얼 로프(천장에 매달린 로프를 손과 발을 이용해 오르내리는 기술), 디아볼로(두 장대와 연결된 줄을 이용해 공중에서 중국식 팽이를 돌리는 기술), 저글링(여러 개의 물건을 동시에 손으로 던지고 받는 기술), 뱅퀸(두 명 이상의 곡예사가 텀블링을 하며 공중회전 등을 선보이는 기술), 차이니즈 폴(수직으로 세워진 기둥을 활용하는 기술), 휠(바퀴를 활용하는 기술) 등 서커스의 다양한 테크닉을 활용해 긴장감 넘치는 무대를 꾸민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8호 2018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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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INSIDE THEATER] 서크 엘루아즈 <서커폴리스> [No.178]
글 |박보라 사진제공 |LG아트센터 2018-07-18 4,124sponsored adv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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