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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덕후가 세상을 만든다, 컨셉 사진 찍는 소낙비 [No.181]

글 |박보라 사진제공 |소낙비 2018-10-15 6,363

덕후가 세상을 만든다


공연계 입문자라면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그 용어, 마니아. 하지만 공연을 향한 마니아들의 사랑과 그 힘으로 완성되는 재능의 크기는 상상을 넘는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공연을 즐겨 온라인상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명의 마니아와 팬심이라는 위대한 사랑이 낳은 팬아트 11선, <최후진술> 사례를 통해 들여다본 팬들의 열정 어린 메모리북 제작 과정까지. 지금부터 당신을 상상 초월 마니아의 세계로 초대한다.


연출을 위해 거울을 부수어 촬영한 <팬레터>의 컨셉 사진

컨셉 사진 찍는 소낙비

<쓰릴 미>와 <사의찬미>를 통해 연극·뮤지컬에 본격 입덕한 소낙비는 원고지 동화를 쓰는 작가로 활동하는 동시에 공연 이미지를 연출한 사진을 공개하며 주목을 받았다. 앞으로의 소망은 다양한 공연을 관람하면서, 하루에 한 작품씩, 100일 동안 연극·뮤지컬 컨셉 사진을 촬영하는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것. 



<팬레터>의 컨셉 사진. 원고지 조명과 나무 조명의 무대 연출이 떠올라 배경으로 원고지 몇 장을 겹쳐놓았고, 옆에는 마른 안개꽃을 배치했다. 개인적으로 해당 대사를 통해 위로를 받았는데, 따뜻한 봄 같은 느낌을 주려고 조명이 아닌 실제 오후 1시의 햇살 아래에서 촬영했다. 

어떻게 컨셉 사진 촬영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평소 원고지에다가 시를 필사하며 캘리그래피를 하는 게 취미였어요. 캘리그래피를 하시는 분들이 문구에 맞게 배경을 연출하는 것을 보고, 컨셉 사진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문구, 가사, 대사 등의 분위기에 따라 배경을 연출하는 촬영을 고민했고 직접 시도하게 됐어요. 

컨셉 사진 촬영 과정을 설명해 주세요. 
우선 공연에서 인상 깊었던 대사나 가사를 고른 후, 그 대사나 가사가 나오는 장면을 떠올리려고 노력해요. 해당 장면이 지닌 전체적인 분위기는 물론 조명의 색이나 소품 등의 세부적인 부분까지요. 그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어떻게 사진을 찍고 싶은지 구상해 가볍게 스케치해 봅니다. 그때 전체적인 색감과 필요한 소품 리스트도 옆에 메모해 두죠. 준비가 끝나면 사진을 찍고 마지막으로 포토샵으로 보정을 합니다.



<키다리 아저씨>의 컨셉 사진. 캘리그래피 by @Handwith_Da 

컨셉 사진을 촬영하면서 힘들 때나 고충이 생겼을 때는 언제인가요?
작품을 잘 표현하려면 공연 소품과 비슷한 걸 사용하는 게 좋은데, 소품을 구하기 힘들어 곤란할 때가 종종 있어요. 예를 들어 <프랑켄슈타인>의 생명 창조 기계, <쓰릴미>의 1920년대 타자기, <어쩌면 해피엔딩>의 반딧불이 담긴 병, <위키드>의 엘파바 모자 등은 무대 소품이 아닌 이상 구하기 힘들어요. 어떻게든 최대한 주위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로 대체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제작 과정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연출을 위해 소품을 많이 박살(?)내는 편이에요. <모래시계>를 위해서는 시계와 모래시계를 망치로 부수고, <비스티> 작업 때는 샷 글래스 엠디도 깨부수고, <팬레터>와 <스모크> 연출 때엔 거울도 부수었어요. 다행히 결과물이 잘 나와서 흡족했지만 파편을 주울 때 조심해야만 했습니다. 또 불에 타는 소품을 촬영할 때가 많아요. <사의찬미>의 ‘죽음의 비밀’이라는 뮤지컬 넘버에 나오는 ‘사라져라 비밀이 되어라’ 가사를 연출하려고 원고지에 불을 붙이고 사진을 찍는데 원고지가 생각보다 잘 타서 위험했던 적이 있어요. 책상을 다 태워먹기 전에 불을 꺼서 다행이었습니다. 



<사의찬미>의 컨셉 사진

좋아하는 공연을 바탕으로 창작한 작품을 소개해 주세요.
<사의찬미>에서 ‘우리는 이제 새로운 세계로 갈 거야, 준비됐어?’라는 구절을 연출한 사진이요. 주인공 김우진과 윤심덕이 그들의 비극적 운명을 피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기 전에 하는 대사로 원고지 여러 장을 펼쳐놓은 채 물로 적시고, 그 위에 푸른 잉크를 뿌려 바다와 파도 같은 느낌이 날 수 있도록 연출했어요. 그리고 김우진이 쓰는 안경과 윤심덕을 연상시키는 물새의 깃털을 배치했습니다. 왼쪽 위쪽에는 무대에 있는 갑판 느낌이 나도록 종이로 그림자를 만들기도 했어요. <사의찬미>처럼 우울하지만 희망은 있는 색감과 느낌이 나와서 만족스러웠어요. 



<용의자 X의 헌신>의 컨셉 사진. 종이 뒤에 수식이 적혀진 종이 여럿을 겹쳐놓고 뒤에 조명을 켜서 수식들이 그림자로 흐리게 나타나게끔 연출했다. 천재 수학자인 이시가미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을 표현한 것이다. 해당 가사가 나오는 장면의 조명이 밝았던 것을 기억해 전체적으로 밝은 색감으로 표현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1호 2018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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