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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민찬홍 작곡가의 내가 사랑한 뮤지컬 [No.186]

글 |민찬홍 작곡가 2019-03-29 3,756

내가 사랑한 뮤지컬  

당신이 기억하는 첫 번째 뮤지컬은 무엇인가요? 당신을 가장 많이 웃음 짓게 했던, 또 가장 많이 울게 했던 뮤지컬은요? 당신에게 뮤덕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한 뮤지컬도 있나요? 바람 잘 날 없는 뮤지컬계 관계자들에게 당신을 붙잡아 두고 있는 인생작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공개되는 프로 관극러들의 덕밍아웃 다이어리!

민찬홍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뮤지컬 <레 미제라블>
한예종 예비 학교를 다니던 중학생 시절 작곡 레슨 받으러 가는 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첫 내한 공연을 온 <레 미제라블> 포스터를 보았습니다. 이전에는 한 번도 뮤지컬을 본 적이 없었던 저는 갑자기 이 공연을 꼭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께 졸라 혼자 극장 4층 꼭대기에서 공연을 봤습니다. 저에게 <레 미제라블>은 뮤지컬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알려준 운명 같은 작품입니다. 

워너비 작곡가를 만나다 <미녀와 야수>
저에게 알란 맨켄이란 ‘덕심’입니다. 제 첫 뮤지컬 작업은 알란 맨켄이 작곡한 <리틀 숍 오브 호러스>의 음악조감독이었고, 군대 첫 휴가를 나와 첫 번째로 한 일도 LG아트센터에 <미녀와 야수>를 보러 간 것입니다. 알란 맨켄의 많은 작품을 좋아하지만 군 시절, 추운 겨울 저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준 <미녀와 야수>는 저에겐 절대 바뀌지 않을 ‘최애작’입니다.  



험난한 OST 구하기 <어쩌면 해피엔딩>
<어쩌면 해피엔딩>의 트라이아웃 공연을 본 후,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윌 애런슨의 음악에 매료되었습니다. 본 공연이 올라간 후 드디어 OST가 발매된다는 기쁜 소식을 접했지만, 간절한 기다림에도 계속 매진되는 상황… 극장을 여러 번 찾아 열심히 줄을 선 끝에 어렵게 손에 넣을 수 있었죠. 이 OST로 음악을 들으며 공연을 떠올릴 때면 더욱 행복합니다.  



함께 호흡했던 뮤지컬 <스위니 토드>
2017년, 뉴욕에서 공연된 <스위니 토드>는 이머시브 시어터로 관객들이 러빗 부인의 파이 가게에 방문한 게스트 역을 맡습니다. 저 또한 파이 가게의 게스트로서 러빗 부인과 스위니 토드, 조안나와 눈앞에서 교감하며 파이 가게의 흥망성쇠를 지켜보았습니다. 배우들의 생생한 에너지와 유쾌하고 신선한 연출에 감동받았던 작품입니다. 물론 가장 좋았던 것은 머릿속에 계속 울려 퍼지는 ‘조안나’를 만든 손드하임의 음악입니다.    



In NY, You can be a new man! <해밀턴>
<해밀턴>에 대한 세간의 극찬을 들으며 이 공연에 대한 궁금증은 점점 커져갔습니다. ‘힙합 뮤지컬+미국 근현대사?’ 물음표도 커져갔습니다. 그리고 공연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새롭고 놀라웠습니다. 세 시간이 삼십 분으로 느껴질 정도로 음악과 이야기에 빠져 넋을 놓고 볼 정도로 흥미진진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작품의 가사인 ‘In NY, You can be a new man(뉴욕에서는 너도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어)’이란 구절처럼 뮤지컬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지평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트렌디하고 세련된 음악 <웨이트리스>
운이 좋게도 이 뮤지컬을 작사·작곡한 사라 바렐리즈가 직접 무대에 서고, 그 상대역으로 제이슨 므라즈가 출연한 공연을 보았습니다. <웨이트리스>는 가정 폭력에 시달리며 웨이트리스 일을 하는 여주인공의 홀로서기를 다룬 작품이지만, 시종일관 유머와 위트를 잃지 않아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힘은 바로 사라 바렐리즈의 대중적이고 현대적인 감각이 살아 있는 음악과 공감 가는 가사입니다.   

이런 작품을 쓸 수만 있다면 <패션>
국내에서 아직 정식 공연되지 않았으며, 본 공연에 오르기가 힘들 것만 같은 뮤지컬 <패션>을 좋은 기회에 워크숍 공연의 편곡으로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손드하임 말년의 원숙한 음악적 깊이에 더없는 감동을 느꼈죠. 이야기와 완벽하게 결합하는 음악적 모티프의 사용으로 드라마와 음악이 혼연일체가 되는 경지를 보며 ‘이런 작품을 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늘 생각합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6호 2019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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