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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TAFF] <백설공주(또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 사뮤엘 에르퀼, 새로운 세상을 향한 열쇠 [No.187]

글 |배경희 사진제공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2019-04-05 3,732

<백설공주(또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 사뮤엘 에르퀼, 새로운 세상을 향한 열쇠  

 

‘시네 퍼포먼스’를 표방하는 프랑스 극단 라 코르도네리가 제18회 의정부음악극축제를 통해 처음 한국을 찾는다. 국내에서 첫선을 보일 작품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화 『백설공주』에 베를린 장벽 이야기를 녹여낸 현대판 백설공주. 오는 5월 관객과 만나기 전 라 코르도네리의 예술감독이자 배우인 사뮤엘 에르퀼이 서면으로 먼저 인사를 전해 왔다. 


 

라 코르도네리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라 코르도네리는 1997년에 저와 작곡가 겸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티모시 졸리가 함께 만든 극단입니다. 공동 예술감독이자 배우인 마틸드 웨얼강은 2003년에 합류했죠. 극단 이름은 우리가 첫 번째 리허설을 진행한 장소의 이름에서 따왔어요. 우리의 첫 리허설은 리옹 중심부에 위치한 ‘라  코르도네리’라는 이름의 신발 수리점의 뒷방에서 이뤄졌거든요. 우리는 활동 초기 연극과 영상 그리고 음악이 결합돼 있는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을 만드는 데 주력했는데, 이를 ‘시네 퍼포먼스’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우리는 관객들에게 공연을 통해 세상의 문을 다르게 열 수 있는 열쇠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아이와 어른 모두를 위한 공연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죠. 
 

라 코르도네리의 특징 중 하나는 앞서 말한 것처럼 연극에 영화적 요소를 결합한 스타일입니다. 일명 ‘시네마 퍼포먼스’라 이름 붙인 이 아이디어는 극단 설립 당시부터 추구한 스타일이었나요?  네, 우리 공연의 특징은 영화, 연극, 음악이라는 각기 다른 장르가 한데 어우러진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모든 창조 활동을 시작할 때 이 세 요소의 관계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합니다. 지난 20년간 ‘시네마 퍼포먼스’라는 이 새로운 스타일을 엄청나게 발전시켜 왔지만, 여전히 세 요소가 하나의 유기적인 형태로 더욱 진화할 수 있길 바라죠.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는 대신 『헨젤과 그레텔』, 『돈키호테』, 『햄릿』 등 잘 알려진 고전을 레퍼토리로 삼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우리가 레퍼토리로 삼는 원작은 보통 세상 사람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 아니면 최소한 한 번쯤은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작품들입니다. 세상에 잘 알려진 이야기를 새로운 시대에 다른 장소에서 변화된 버전으로 태어나게 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바이자 의도하는 점이거든요. 우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를 새롭게 각색하는 작업을 정말 좋아해요. 왜냐하면 『헨젤과 그레텔』, 『돈키호테』, 『햄릿』 같은 훌륭하고 위대한 고전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공감할 수 있고 생각해 볼 점이 있으니까요.   
 

이번에 한국에 첫선을 보일 <백설공주(혹은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어떻게 시작된 프로젝트인가요? 많은 고전 가운데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요. 또 2015년 프랑스 초연 당시 어떤 반응을 얻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선보이는 <백설공주>는 디즈니 버전과는 달리 악당 캐릭터인 새엄마를 좀 더 부각했습니다. 왜냐하면 기존의 원작에서 주인공 백설공주는 착한 사람으로서 그 역할이 도드라지는데, 우리는 선인 백설공주와 악인 새엄마에 대한 시선이 바뀌길 원했거든요.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기존에 세상에 나와 있는 이야기가 우리의 작업을 통해 관객들에게 놀라운 이야기로 다가가길 바라니까요. 새로운 생명을 가진 이야기가 되길 바라죠. 초연은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근처에 위치한 성 퀸틴 이블린 시어터에서 공연됐는데, 관객들에게 매우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백설공주 스토리에 베를린 장벽 이야기를 접목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우선 기존 <백설공주>에서 새엄마는 전통적으로 악인으로 여겨지는 캐릭터입니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고스룩을 즐겨 입는 사춘기 소녀의 이야기로 풀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새엄마에게도 비행기 승무원이라는 새로운 설정을 부여했죠. 두 사람은 둘 사이에 마치 가상의 벽이라도 있듯 소통에 문제를 겪고 있는데, 사실 이 상황은 사춘기 아이들과 부모들 사이에서는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죠. 여기에 베를린 장벽 이야기를 더하게 된 계기는 이 이야기를 구상하던 2015년 당시에 파리에서 무차별 테러가 일어났어요. 많은 사람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거리로 모여들었죠. 그리고 테러 발생 이후 많은 사람들의 삶에 변화가 생겼어요. 이 사건을 바라보며 역사적인 사건이 개인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공연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어린이 관객에게는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인데, 이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나요?  우리의 공연을 본 후 어린이 또는 청소년 관객들이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 또는 가상의 벽이 사실은 부서질 수 있는 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길 바라요. 
 

라 코르도네리의 공연을 처음 접할 한국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우리 극단이 한국을 찾는 것은 처음인데,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공연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에요. 그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설레죠. 새로운 관객을 만날 생각을 하면 언제나 기쁘거든요. 라 코르도네리는 이전에 미국이나 브라질, 캐나다 등 다양한 나라에서 공연하면서 우리 작품이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어 관객과 연결되는 놀라운 경험을 했어요. 이번에는 한국 문화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7호 2019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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