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인터뷰 | [SPECIAL INTERVIEW] 뮤지컬 콘서트 <Only> 김문정 음악감독, 피트 속에 감춰둔 ​열정 [No.188]

글 |박병성 사진제공 |김지현 2019-05-19 6,397

뮤지컬 콘서트  김문정 음악감독
피트 속에 감춰둔 열정 

 

뮤지컬 스태프 중에 대중들의 인지도가 높은 이는 많지 않다. 뮤지컬 시장이 그만큼 좁고 원래 스태프의 운명이 그렇다. 공연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바가 크지만 언제나 무대 뒤에서 검은 옷을 입고 스포트라이트를 피해 가며 존재하는 이들이 스태프이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팬텀싱어>의 심사위원으로 이제 대중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몇 안 되는 뮤지컬 스태프이다.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것은 최근일지 모르지만 이미 그녀는 오래전부터 함께 일해 온 배우와 스태프들로부터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은 베테랑 음악감독이다. 나서기 좋아하지 않는 천생 스태프인 김문정 음악감독이 자신의 이름을 건 뮤지컬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연주자가 선사하는 아름다움

콘서트를 기획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하고 싶은 일 중 하나였다. 그동안 작품 지휘를 하고 뮤지컬배우들의 콘서트에 참여해 왔다.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그럼 해보자고 나서주는 지인들의 도움으로 하게 됐다. 
 

뮤지컬 콘서트는 많이 한다. 하고 싶은 콘서트는 분명 다를 것 같은데. 뮤지컬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뮤지컬 음악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다. 배우의 노래가 주는 에너지도 있지만 연주자가 선사하는 아름다움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콘서트 제목을 ‘Only’라는 중의적인 제목으로 지어봤다. ‘유일한, 오직, 소중한’의 의미가 있는 말이다. 뮤지컬은 주연 배우들이 가장 돋보이는 장르이지만 그 뒤로 앙상블이나, 보이지 않는 스태프의 열정이 뭉쳐져 있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사람들을 무대 앞으로 끌어내고 싶었다. 
 

그런 기획을 담기 위해서는 콘서트 구성도 일반 뮤지컬 갈라 콘서트와 많이 다를 것 같다. 시각적으로 가장 큰 변화는 오케스트라가 무대 중심에 자리하는 것이다. 이번 콘서트를 준비하는 더 피트의 대표는 내가 배우들 뒤에 있지 않고 앞으로 나오는 무대를 제안했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고민이다. 기존의 갈라 콘서트 무대는 아니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외에도 오케스트라 구성원들의 개인적은 역량이나 성향을 보여주고 싶고, 항상 뒤에서 코러스만 해주던 앙상블에게 솔로 무대를 선사하고도 싶다. 여러 공연에서 다른 장르의 분들을 만났는데 그분들과의 무대도 꾸밀 것이다. 현재로서는 이런 구상 중인데 지금은 기획 단계라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뀐다. 
 

콘서트에 소개할 작품들은 어떻게 선정했나? 그동안 참여했던 작품들을 되돌아봤다. 작품마다 목소리든, 소리이든, 몸짓이든 영감을 받은 순간들이 있다. 내게 좋은 영감을 주었던 순간들을 무대에서 오케스트라와 함께 재현하고 싶다. 물론 그중에는 관객들이 사랑하고 좋아했던 노래도 포함될 거다. 대략 24~25곡으로 예상하고 있다. 
 

뮤지컬 콘서트이고 김문정 음악감독의 이름을 건 콘서트이기 때문에 참여하는 배우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 나와 우리 The M.C 오케스트라가 캐스팅 멤버이다. 아직 출연 게스트는 조율 중이다. 
 

일반적인 뮤지컬 콘서트의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해 개념에 혼동이 있었다. 뮤지컬 콘서트다 보니 참여 게스트도 궁금하다. 작품을 하면서 나에게 예술적 영감을 준 게스트들이 출연한다. 그중에서 안타깝게 시간이 맞지 않은 분들도 계셨다. 작품에서 교감했던 짜릿함을 콘서트 무대에서 재현해 보고 싶다. 구체적인 게스트를 공개하지 않는 것도 고려 중이다. 나와 우리 오케스트라가 어떤 무대를 꾸밀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이 오셨으면 좋겠다. 기대 없이 왔다 좋은 게스트를 만나게 된다면 선물이 되지 않을까. 게스트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메인 캐스팅, 김문정과 The M.C

또 다른 메인 캐스팅은 뮤지컬 전문 오케스트라 The M.C이다. 오래 전부터 The M.C를 운영하고 있다. 클래식 오케스트라와 뮤지컬 오케스트라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뮤지컬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사용된다. 뮤지컬 연주자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센스 있게 소화해 내야 한다. 우리 멤버 중에는 클래식 연주자 출신도 있고 록 연주자도 있고 재즈 연주자도 있지만 이들이 모여서 다양하게 바뀌는 장르의 음악을 소화해 내고 있다. 정통 클래식만 했던 분이 뮤지컬에 오면 아무래도 처음에는 다양한 음악 장르의 맛을 내는 능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뮤지컬 연주자들은 다양한 음악을 많이 듣고 노력해야 한다. 악기도 하나만 연주하기보다는 여러 개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클라리넷 연주자가 색소폰도 불고 바이올린 연주자가 기타를 배워서 치기도 했다. 피아니스트는 클래식 피아니스트, 재즈 피아니스트가 아니라 그냥 피아니스트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에 공감해 주고 따라주어서 실력이 느는 멤버들을 보면 뿌듯하다. 
 

뮤지컬 전문 오케스트라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듯하다. 뮤지컬 전문 오케스트라로 불러주는 것은 고마운데 아직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는 못했다. 뮤지컬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문 뮤지컬 오케스트라가 필요한데 고용이 일정하게 보장되지 않으니까 힘들다. The M.C는 아직까지도 월급제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우리 일에 먼저 달려와 주는 사람들을 The M.C라고 했는데 내가 책임져야 하는 연주자라고 생각한다. 뮤지컬 전문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에 걸맞게 시스템을 갖추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궁극적으로 이분들이 뮤지컬 전문 오케스트라라는 프라이드를 가지고 활동하다가 은퇴했으면 좋겠다. 
 

이번 콘서트를 제작하는 더 피트(The PIT)에 대해 설명해 달라. 더 피트는 오케스트라 출신의 연주자로 구성된 곳이다. 항상 안 보이는 공간에서 수동적으로 음악을 해왔다면 능동적으로 우리의 소리를 들려주는 작업을 하고 싶어서 만든 단체이다. 그와 관련된 이러저러한 사업들을 구상하고 있다. 내가 뮤지컬 연주자들의 새로운 작업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갈라 콘서트의 취지는 이해됐다. 이번 갈라 콘서트의 구성에 대해 말해 준다면. 이번 뮤지컬 갈라 콘서트에서는 소리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콘서트의 큰 컨셉 중 하나는 세상의 모든 소리가 이야기가 된다는 것이다. 모든 소리들이 음악이 될 수 있고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뮤지컬에서 이야기가 있는 음악이 얼마나 중요한가.  배우는 목소리로 표현하고 연주자는 악기로 이야기를 표현한다. 내가 어렸을 때 좋아하던 음악들이 어떤 계기가 되어서 지금 공연계에서 일하고 있는지 그 인연들과 소리가 이야기가 된다는 것이 이번 콘서트의 큰 축이다. 
 

45인조 오케스트라가 참여하는데 오케스트라 연주가 돋보이는 섹션도 있을 것 같다. 45인조의 부피감을 보여주는 섹션이 있다. 한 명의 연주자가 연주하다가 한 명씩 악기가 더해지면서 음악적으로 풍성하고 화려해지는 짜릿함. 그런 에너지를 느끼는 섹션이 있다. 
 

이번 콘서트에서 한 장면을 구체적으로 오픈해 줄 수 있나? 관객들은 완성된 작품을 만나지만, 작품을 해석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려고 한다. 이 곡이 왜 사랑을 받았는지 해석하고 분석해서 시연하는 장면이 있을 것 같다. 공연을 알고 나면 재밌는 요소들이 많고 새로운 시각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을 콘서트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 
 

음악감독, 작곡가, 보컬코치, 지휘자로 뮤지컬 내에서 음악과 관련된 모든 일을 한다. 그중 뮤지컬 지휘자로 가장 짜릿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손으로 얘기하는 마술이 통했을 때. <미스 사이공> 공연했을 때 한 배우가 감정에 너무 몰두해서 몇 소절을 건너뛰어 뒷 소절로 넘어가 버린 적이 있다. 당황해서 손으로 사인을 주었는데 너무나 놀랍게도 연주자들이 모두가 같은 소절로 넘어가 똑같이 끝났다. 너무 신기해서 공연이 끝나고 물어봤다. 뭔가 이상해서 봤더니 감독님 손이 끝을 하라고 지시하고 있었단다. 이들이 매 순간 나를 보고 있으니까 내 손끝이 하는 말을 알아들었던 거다. 이게 우리의 믿음이구나 싶었다. 너무 짜릿했다. 
 

언어를 넘어선 교감이 이루어진 순간이라니 듣기만 해도 짜릿하다. 매일 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공연을 보는데, 뮤지컬 지휘자석에서 보는 공연은 어떤가? 지휘자석에 서면 공연 이상의 것이 보인다. 출연 전에 떨고 있는 도도한 배우도 보이고, 멋진 척 연기하다가 들어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배우도 보이고, 조명이 안 들어와 깜박이는 등도 보인다. 배우들의 몸 상태도 느껴지고 연주자들의 상황이나 분주하게 움직이는 스태프들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다. 공연의 감춰진 부분까지 희로애락이 느껴진다. 
 

이번 콘서트가 감독님이나 연주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되기를 바라나? 우리가 하는 일에 프라이드를 느끼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매일 밤 연주자로 구덩이(피트)에 있지만 우리만의 음악과 소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 소리를 잘 닦고 연마해 앞으로 더 잘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좋겠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8호 2019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