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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OLUMN] 불법 프리미엄 티켓 판매 악용 사례 [No.188]

글 |박병성 2019-05-24 11,189

불법 프리미엄 티켓 판매 악용 사례

 

매진이 되어서 표를 구하기 어려운 공연들도 막상 공연장에 가보면 빈자리가 눈에 띄곤 한다. 티켓을 구매하고 안 온 것일까, 아니면 제작사가 판매하지 않았던 표가 있었던 것일까. 



 

좌석 확보로 인한 피해

티켓을 구하기 힘든 인기 공연 객석이 비어 있으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빈자리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몇몇 자리는 무통장 입금으로 잡아두었던 자리를 결국 결제하지 않아 아무도 구매하지 못한 경우다. 해당 공연이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는 핫한 스타가 나오는 공연이라면 앞서 말한 이유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한 티켓 예매처 관계자에 따르면 유명 뮤지컬의 경우 무통장 입금으로 확보했다가 마지막까지 구매하지 않은 티켓이 회당 5~10석 정도여서 꾸준히 피해를 입는다고 한다. 관람이 목적이 아니라 수익을 남기는 수단으로 무통장 입금 방식을 악용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티켓을 관람 이외의 목적으로 다량 잡아두었다가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하는 사람들의 수법은 단순하다. 일단 티켓 오픈을 하면 매크로 등의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여러 예매처에서 무통장 입금 방식으로 티켓을 확보한다. 무통장 입금은 다음 날까지 입금하지 않으면 취소가 된다. 이들은 다시 매크로 등으로 같은 자리를 반복해서 잡아둔다. 그러고는 아직 구매하지 않은 티켓을 중고나라나, 티켓베이, 트위터를 통해 프리미엄을 붙여 상품으로 내놓는다. 구매자가 생기면 잡아두었던 티켓을 그때서야 결제하고, 끝까지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공연 전날까지 보유하고 있다가 결국 아무도 살 수 없는 티켓으로 만든다. 핫한 공연의 경우 구매 매수를 한 회당 4매 정도로 제한하지만 이들은 여러 개의 아이디를 이용하기도 하고 다양한 티켓 예매처를 이용해 적게는 수십 장에서 많게는 수백 장까지 한 공연의 티켓을 확보해 두기도 한다. 관람 목적이 아니라 수익을 취하려는 이들 때문에 제작사나 그 공연을 보려던 관객, 티켓 예매처 모두 피해를 입는 것이다.

 

불법 티켓 거래를 막기 위한 노력 

티켓 예매처에서도 이러한 행위를 인지하고 있고 막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국내 최대 티켓 예매처인 인터파크는 비교적 이러한 행위를 막기 위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안심결제 시스템이다. 매크로 사용의 효용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안심결제 시스템을 통해 중간에 사람이 직접 문자를 입력하는 과정을 넣는다. 인터파크의 예매 대기 시스템도 이러한 피해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이미 구매된 자리라도 예매 대기를 신청한 이가 있으면 그 자리의 취소표가 발생했을 때 먼저 대기자에게 구매 기회를 주는 제도이다. 동일인이 일주일에 50회 이상 예매를 시도할 경우 구매 이용을 불허하는 장치도 마련돼 있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 콘서트처럼 너무나도 핫한 공연일 경우 추첨제를 통해 구매하도록 해서 관람 이외의 목적으로 티켓을 확보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이러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보니 무통장 입금 악용 사례는 후발 주자인 티켓 예매처에서 훨씬 빈번하게 일어난다. 하나티켓, 멜론티켓, 클립서비스 등 중소규모 티켓 예매처에서도 구매 매수 제한이나, 일정 기간 카드로만 구입이 가능하게 하거나, 약관을 바꿔 강제 취소의 근거를 마련하는 등 이들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을 비웃듯 이것을 피해 가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기를 반복한다.

개인 사정으로 예매한 공연을 가지 못할 경우 양도나 재판매는 불가피하다. 그런 것이 아닌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 암표가 공연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 2차 티켓 판매 시장이 다양한 형태로 활성화되면서 여러 문제들을 양산하고 있다. 이는 이웃 나라 일본이나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도 마찬가지다. 연극이나 뮤지컬은 오히려 양호한 편이다. 콘서트의 암표는 공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유명 아티스트 콘서트의 경우 몇 배에서 수십 배까지 가격이 뛰기도 한다. 정상적인 양도가 아닌 비정상적인 온라인 암표 거래는 마니아 관객이 많은 작품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대부분 공연 경험이 적은 대중들이 많이 찾는 대형 공연에서 주로 일어난다. 공연 관람 경험이 적다보니 정식 티켓 구매처와 2차 티켓 판매처를 구분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피해도 생긴다. 포털에 공연명을 입력하면 광고를 한 2차 티켓 판매처가 상위에 링크되다보니 이것을 정식 판매처로 오인하는 것이다. 2차 티켓 판매처에서 구입한 티켓은 중복 판매이거나, 실제 구매하지 않은 티켓을 판매하는 등의 사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이럴 경우 제작사나 현장 공식 티켓 예매처 등 그 누구도 도움을 줄 수가 없다. 피해와 책임은 오로지 정식 판매처가 아닌 2차 티켓을 구입한 관객에게 돌아간다.

 

올바른 티켓 예매를 위해서

불법 인터넷 암표를 뿌리 뽑는 가장 좋은 방법은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는 2차 티켓을 소비자들이 구매하지 않는 것이다. 수요가 사라지면 공급도 사라진다. 그러나 이것은 너무 이상적인 생각이다. 구하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에 프리미엄 티켓이 사라질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현실적인 방법은 2차 티켓 금액을 원래 구입한 가격 이상으로 받지 못하게 하거나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는 최대치를 책정해서 이를 수익으로 삼는 거래를 근절하는 것이다. 올해 일본의 <레 미제라블> 공연에서는 지나치게 높은 금액으로 재판매되고 있는 티켓에 대해 제작사가 직접 나서 그 좌석을 공개하고 이 티켓을 토호에서 직접 구입한 관객이 아닐 경우 입장이 불가하다는 내용을 공지했다. 거대 제작사가 고가의 프리미엄 티켓에 대해 단호한 대처를 한 것이 처음이라 이슈가 됐다. 런던의 티켓마스터는 올해부터 공식 재판매 사이트에서 티켓을 정가의 10% 이상 높게 책정하여 팔 수 없도록 했다.

미국이나 영국, 일본은 기본적으로 티켓 예매 취소가 안 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양도나 재판매 시스템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공연 하루 전까지도 취소가 가능하다. 물론 취소 수수료를 물긴 하지만 재판매를 불허하는 것까지도 검토해 볼 수 있다. 현재 프리미엄 티켓 가격 한도에 관한 법안, 매크로 사용에 관한 법안, 인터넷 암표 방지법 등 인터넷 암표 거래에 관한 세 개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이 중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것은 영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프리미엄 티켓 가격을 제한하는 법안이다. 티켓 재판매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악용될 소지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전이라도 프리미엄 티켓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 고가의 프리미엄 티켓은 사지도 말고, 팔지도 말아야 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8호 2019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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