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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임금 미지급 사태의 심각성, 한국뮤지컬협회 임상우 사무국장 MINI INTERVIEW [No.189]

글 |배경희 2019-07-01 4,214

MINI INTERVIEW

한국뮤지컬협회 임상우 사무국장 



 

뮤지컬 장르의 예술인 신문고 접수는 한국뮤지컬협회에서 맡고 있다. 임금 체불 관련 피해 신고가 들어오면 어떤 조치가 이뤄지나.

피해 사례가 접수되면 협회에서 1차 상담을 진행한 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해당 사건을 이관한다. 하지만 복지재단 또한 일종의 분쟁 조정 기관으로 시정 명령을 할 수 있을 뿐이지 강제 집행력이 없다 보니, 임금 미지급 피해자가 신문고를 통해 실제 돈을 받는 사례가 많지 않다. 물론, 피해자가 소송을 통해 구제 받고자 할 경우 복지재단이 일정 비용을 지원해 주지만, 개인이 회사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진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작품 활동을 하면서 소송을 벌일 시간적 여유도 없고, 더 솔직히는 서로 아는 사이에 얼굴 붉히는 일을 하기가 꺼려지기 때문이다. 보통 피해자가 다수일 경우 보이콧 같은 집단행동을 할 수 있지만, 공연계에서 이 같은 공동 대응이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안타깝지만 이게 임금 미지급 피해 문제의 현주소다. 
 

유독 앙상블 가운데 피해 사례가 많이 나오는 이유가 있나.

요즘에는 주·조연급으로 활동하는 뮤지컬배우들도 보통 소속사가 있지 않나. 임금 미지급 같은 부당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소속사에 속한 배우들은 개인이 아닌 회사 차원에서 대응하기 때문에 피해를 덜 입을 수있다. 하지만 프리랜서가 제작사에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앙상블로 활동하는 배우들 중 90퍼센트 이상이 프리랜서라는 것이다. 게다가 앙상블 배우들 대부분이 비교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피해를 당해도 적극적인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 임금 미지급 피해를 입은 스태프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따라서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최선의 방안 중 하나는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처럼 각 파트별 조합을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
 

배우 조합의 필요성은 한국뮤지컬협회 배우분과에서 몇 해 전부터 꾸준히 제기한 내용이다. 하지만 쉽게 출범하지 못하는 이유는 뭔가. 

조합 출범은 소수가 아닌 다수가 움직여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대다수의 배우들이 배우 조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앞서 말했듯이, 그들에게는 이미 소속사라는 울타리가 있기 때문이다. 조합이 만들어진다 해도 소수만 가입한다면,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브로드웨이에서는 배우든 스태프든 일정 자격을 갖춰야 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데, 조합 소속이 아닐 경우 활동에 제약이 따른다. 비 조합 배우의 경우 오디션 지원 자체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조합 출범에 대해 협회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없나. 

지난봄 임금 미지급 사태가 잇따라 언론에 보도되면서 최근 개최된 이사회에서 다시 한 번 조합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당시 모임에서 배우 중 누군가 선봉에 나서지 않는다면 협회가 직접 움직여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고, 앞으로 배우분과와 함께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다. 사실 국내에서 올라가는 뮤지컬 대다수가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작품이다 보니 제작 방식도 영미권을 따라가고 있는데, 실제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처우는 이에 못 미친다. 거듭 말하지만, 공연 예술인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 
 

조합 출범 외에 또 어떤 해결 방안이 있을까?

기본적으로 공연이 올라가려면 극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때문에 임금을 문제를 일으키는 제작사가 극장 대관을 할 수 없다면 임금 미지급 문제가 발생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 공연계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일부 제작자들이 제작사가 재정난을 겪을 경우 다른 사람 명의로 사업자를 만들어 무리하게 공연을 제작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업자에 행정상 문제가 없으면 극장에서는 대관을 안 해줄 명분이 없다. 따라서 임금을 상습적으로 체불하는 제작사, 또 공연 제작에 충분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제작사는 대관을 할 수 없도록 각 극장에서 대관 신청 기준을 높이고 심의를 좀 더 엄격하게 진행하는 것도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제작사들이 한국콘텐츠공제조합에 가입하는 것도 또 다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콘텐츠공제조합은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자금 대여와 채무보증, 이행보증 등 기업의 금융지원을 해주는 조합인데, 이러한 공제제도를 활용하면 예기치 못한 사태에 대한 제작사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끝으로 임금 미지급 사태에 대해 전하고 싶은 있다면?

임금 미지급 문제를 일으킨 제작사 대표들은 돈을 주고 싶어도 작품이 흥행에 실패해서 줄 돈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만약 제대로 된 투자가 이루어졌다면, 애초에 투자금으로 제작비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임금 정산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제작비가 투명하게 집행된다는 가정 하에 말이다. 하지만 투자사들에게 불신이 쌓여 투자 원금 상환을 조건으로 진행되는 현재의 공연계 투자는 사실상 대출에 가깝지 진정한 의미의 투자라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다. 배우와 스태프에게 지급되는 인건비가 공연 전체 제작비의 60퍼센트를 차지할 만큼 일부 배우들의 개런티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 국내 뮤지컬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온 것이다. 제작자는 배우나 스태프의 적이 아니고, 배우나 스태프는 제작자의 적이 아니다. 적이 돼서도 안 된다. 양쪽이 같이 살 수 있도록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시기인 것 같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9호 2019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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