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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OH! BROADWAY] 토니 어워즈, 그 영광의 무대 [No.190]

글 |황주민 배우 2019-07-03 5,856

토니 어워즈, 그 영광의 무대



 

브로드웨이의 크리스마스라 불리는 토니 어워즈. 1947년 출발해 올해로 73회를 맞이한 역사적인 이 시상식에 올해는 더욱 반가운 얼굴이 등장했다.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프롬>에 출연 중인 황주민이 한국 국적을 가진 배우로서는 처음으로 오프닝 무대에 선 것! 토니 어워즈 참여 이후 핸드폰에 불이 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는 그가 뉴욕에서 편지를 보내왔다. 

 

제73회 토니 어워즈가 열린 6월 9일 일요일. 브로드웨이 배우들 사이에서 죽음의 스케줄로 유명한 토니 어워즈의 하루는 오전 7시에 시작된다. 오후 3시에 시작하는 일요일 공연(배우들이 출연 중인 작품의 공연)에 참여하려면 낮 12시까지 토니 어워즈 카메라 리허설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각자 참여 중인 공연을 끝낸 후에는 다시 시상식이 열리는 라디오 시티 뮤직홀로 건너와 시상식 시작 1시간 30분 전인 오후 6시 30분까지 준비를 마쳐야 한다. 게다가 시상식 전날인 토요일은 보통 하루에 2회 공연을 하기 때문에 3~4시간만 자고 나서 하루 동안 토니 어워즈 리허설, 브로드웨이 공연, 토니 어워즈 본 시상식 스케줄을 소화하게 되는 셈이다. 시상식 시간에 가까워질수록 피곤함이 커지지만 설렘 또한 최고조로 상승하기 때문에 배우들은 토니 어워즈를 결혼식에 곧잘 비유해 말하곤 한다.

올해의 오프닝 공연은 다섯 편의 베스트 뮤지컬 후보작 <에인트 투 프라우드>, <비틀주스>, <투씨>, <하데스타운>, <프롬>과 베스트 리바이벌 뮤지컬 후보였던 <오클라호마!>, <키스 미, 케이트>의 출연진이 총출동해 무려 150여 명의 배우들이 사회자 제임스 코든과 함께 시상식의 시작을 알렸다.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토니 어워즈 시상식 무대에 오르는 것은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왜냐하면 출연 중인 작품이 해당 시즌의 베스트 뮤지컬 후보에 선정된다고 해도 축하 공연의 기회는 한 팀에 한 번만 주어지기 때문이다. 가령 현재 내가 출연 중인 <프롬>에서 배리 역을 맡고 있는 브룩스 애시맨스카스만 하더라도 지금까지 50여 편의 브로드웨이 공연에 출연했지만, 토니 어워즈에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라고 한다. 그런데 내가 그 무대에 서게 됐다니! 유튜브에서 보던 전설적인 베테랑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섰다는 사실이 아직도 꿈만 같고 믿어지지 않는다. 특히 오프닝 공연이 끝난 후 객석을 가득 메운 6,000명(라디오 시티 뮤직홀은 뉴욕에서 규모가 가장 큰 극장이다)의 관객들이 기립 박수를 보내주는 광경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감동이었다. 

이번 시상식에서 가장 감동스러웠던 순간은 이미 화제가 된 두 배우의 수상 소감을 들을 때였다. 먼저 <하데스타운>으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앙드레 드 실즈의 소감을 옮기면 이렇다. “50년이 넘는 제 배우 인생에 감사해야 할 사람이 너무 많지만 제게 주어진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감사 인사 대신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 가지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첫째, 당신을 반짝이는 눈으로 봐주는 사람들을 곁에 두세요. 둘째, 천천히 가는 것이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장 빨리 가는 방법입니다. 셋째, 당신이 지금 오른 이 산의 정상은 다른 산의 바닥입니다. 계속해서 산을 오르세요.” 

<오클라호마!>에 출연해 여우조연상을 받은 알리 스트로커는 장애인 배우로서 처음으로 토니상을 거머쥐었는데, 그녀는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올라 이렇게 말했다. “이 상은 지금 이 방송을 보고 있는 아이들 가운데 장애가 있는 아이들, 언젠가 당신과 같은 사람이 이 무대에 서길 기다려왔던 모든 이들, 바로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나도 언젠가 내 평생의 꿈인 토니상을 받아서 인종의 벽을 깨고 이런 수상 소감을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쁠까. 십 년 전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겠다는 꿈을 꿀 때 아무도 실현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처럼(심지어 나조차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실현 불가능하게 느껴지는 이 꿈도 언젠간 이룰 수 있을 거란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긴다. 하하! 이날의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고 초심을 잃지 않아야겠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0호 2019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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