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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따끈따끈한 아홉 개의 창작뮤지컬 OST 앨범 [No.193]

글 |안세영 2019-10-28 7,078

따끈따끈한 아홉 개의 창작뮤지컬 OST 앨범

 

공연 때마다 ‘작고 동그란 것’을 부르짖는 관객 앞에 제작사가 비용 문제로 난색을 표하던 게 그리 오래전 일도 아니건만, 최근 들어 각종 창작뮤지컬 OST 앨범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창작뮤지컬을 중심으로 앨범 제작이 활성화된 이유는 대극장 라이선스 뮤지컬에 비해 앨범 제작비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앨범 수요가 한정적인 만큼 손해의 위험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앨범 제작에 나선 이유는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고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서라는 게 여러 제작사의 한결같은 대답. 지난 7월 말에서 9월 중순에 걸쳐 발매된 9개의 뮤지컬 OST 앨범을 통해 이 작고 소중한 앨범 시장의 특징을 살펴보았다. 

 

대세는 캐스팅별 전곡 녹음 


 

최근 나온 뮤지컬 OST 앨범을 살펴봤을 때 두드러진 추세는 전곡을 캐스팅별로 녹음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 과거에는 몇몇 대표곡만 여러 배우 버전으로 싣곤 했는데, 최근 발매된 <스웨그에이지>, <너를 위한 글자>, <미아 파밀리아>의 앨범은 전곡을 캐스팅별 버전으로 나눠 녹음했다. 관객마다 선호하는 캐스팅이 다르고, 서로 다른 배우의 해석이 궁금해 같은 공연을 반복 관람하듯 OST 역시 다양한 배우가 부른 음원을 비교 감상하고 싶어 하는 관객들의 욕구를 반영한 결과다. <미아 파밀리아>는 9명의 배우를 세 팀으로 나누어 전곡을 녹음해, 팀별로 2장씩 총 6장짜리 앨범을 제작했다. 이때 함께 녹음하는 배우를 어떤 기준으로 조합할 것인가도 중요한 고려 사항. <미아 파밀리아>는 초연 멤버인 이승현, 유성재, 허규 팀, 서울예술단 출신의 동갑내기 친구들인 김도빈, 조풍래, 박영수(일명 슈또풍) 팀, 그리고 각 역할의 막내들이 모인 권용국, 안창용, 박규원 팀으로 나뉘어 녹음을 진행해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별한 녹음 멤버


 

OST 앨범을 통해 역할 변신을 한 배우도 있다. 2018년 <프랑켄슈타인> 공연 당시 괴물을 연기한 박민성은 이번에 처음 발매된 OST 앨범에서 빅터 역 노래를 불렀다. 사실 그는 <프랑켄슈타인> 초연을 앞두고 이성준 작곡가의 부탁으로 오디션용 가이드 송을 녹음하면서 이미 빅터의 노래를 부른 경험이 있다. 앨범의 7번 트랙 ‘위대한 생명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는 2014년 녹음한 이 가이드 송을 리마스터링한 것이다. 이성준 작곡가는 “창작 당시 대극장 뮤지컬을 시도한다는 것만으로 많은 의구심에 부딪혀야 했기 때문에 가이드 버전도 많은 공을 들여 만들었다. 그런 만큼 첫 앨범에 꼭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공연에 출연하지 않았던 배우 옥주현이 ‘산다는 거’를 불러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곡이 카뜨린느 역의 유일한 솔로곡이었던 만큼 기존 출연진의 목소리로 해당 곡을 듣지 못하는 데 아쉬움을 표하는 관객도 적지 않았다.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새롭게 발매된 <빨래>의 OST 앨범에는 현재 공연 중인 출연진뿐 아니라 역대 출연진인 이규형, 박지연, 이정은이 참여해 작품의 역사를 돌아보게 했다. <빨래>의 주인 할매 역으로 2008년 제1회 젊은 연극인상을 받은 이정은은 2009년 앨범에 이어 이번에도 ‘내 딸 둘아!’를 녹음했는데, 같은 배우가 부른 같은 곡이 10년의 간격을 두고 어떻게 다르게 표현되는지 귀 기울여볼 만하다.

 

가사만큼 대사도 소중해 


 

중소극장 뮤지컬의 경우 대부분 공연 때 미리 녹음한 MR 반주를 사용하기 때문에, OST 앨범을 녹음할 때도 이 MR을 활용하면 된다. 하지만 대극장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나 <벤허>는 앨범 제작을 위해 공연 때 라이브로 연주하던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따로 녹음해야 했다. 앨범의 총괄 프로듀싱을 맡은 이성준 작곡가 겸 음악감독은 “공연장에서 연주되던 음악을 가능한 한 생동감 있게 전달하면서도 공연 때에는 여러 연기적, 기술적 이유 때문에 잘 전달되지 않은 음악을 더 잘 표현해 보려고 했다”고 편곡 방향을 설명했다. 이렇게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앨범은 음악적으로 높은 완성도와 음질을 보장한다. 반면 <엑스칼리버>의 음반은 실제 공연 당시 녹음한 소리를 편집과 보완 작업을 거쳐 내놓은 실황 앨범이다. <엑스칼리버>의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는 공연 실황 앨범을 내놓은 이유가 높은 스튜디오 녹음 비용 탓만이 아니라 “현장감이 살아 있는 실황 녹음 앨범에 대한 관객의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황 앨범에는 노래 중간에 나오는 대사며 배우의 연기 호흡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관객이 실제 공연을 관람할 때와 유사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때로는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뮤지컬 OST 앨범도 드라마 전달을 위해 노래와 대사를 함께 녹음하곤 한다. <너를 위한 글자>의 앨범은 노래 사이사이의 대사를 충실히 옮겨 담았는데, 대사 딱 한 단어가 녹음이 안 되는 바람에 집에 가는 배우를 다시 불러 녹음을 부탁하기도 했다고. 

 

앨범에서만 만날 수 있는 노래 


 

<리틀잭>은 주인공 잭이 이끄는 밴드 ‘리틀잭’의 컴백 앨범을 컨셉으로 만든 미니 앨범을 선보였다. 이 앨범은 실제 공연 소품으로 쓰이는 LP와 케이스 디자인이 동일하며, CD 또한 LP판 모양으로 디자인되었다. 수록 곡은 딱 네 곡인데, 극 중 나오는 리틀잭의 노래 ‘All About Me’, ‘My Girl’과 이 앨범만을 위해 새롭게 작곡된 ‘Unkle Jack’, ‘Whisper of Poems’다. ‘Unkle Jack’은 잭이 자신에게 기타를 물려준 삼촌 잭을 추억하는 내용, ‘Whisper of Poems’는 줄리와 함께한 아름다운 순간을 추억하는 내용으로, 다미로 작곡가가 잭이라면 이런 곡을 불렀으리라 상상하며 만들었다. 이처럼 공연 때 사용되지 않았던 곡을 스페셜 트랙으로 수록한 앨범은 또 있다. <너를 위한 글자>는 본 공연에서 아쉽게 잘려 나갔던 곡 ‘나와는 달랐던 너’, ‘새로운 세상’을 앨범을 통해 공개했고, <빨래>는 ‘참 예뻐요’의 영어 버전인 ‘So Beautiful’을 앨범에 담아 호기심을 자아냈다. 

 

소장 가치를 높이는 패키지 


 

OST 앨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음원의 퀄리티겠지만 팬들에게는 앨범 자체가 좋아하는 공연을 추억하기 위한 기념품인 만큼 디자인이 아름다울수록 반응이 좋은 법. <영웅>의 10주년 기념 OST 앨범은 ‘1909년으로부터 도착한 소포’를 컨셉으로 포장 패키지를 신경 써서 디자인했다. 대한국인 안중근이라고 쓰인 소포 모양 케이스 안에 그 시절 영웅들이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컨셉이다. CD에는 10주년 기념 공연 포스터의 일러스트를 입혀, CD 위 안중근의 굳건한 의지를 담은 얼굴이 앨범 케이스 배경의 사진과 연결되게끔 디자인했다. <엑스칼리버>의 앨범도 센스 있는 케이스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 엑스칼리버가 은박으로 새겨진 케이스를 바위산이 그려진 별도의 투명 케이스가 감싸고 있는 형태라서, 투명 케이스에서 내용물을 위로 잡아 빼면 마치 바위에 꽂혀 있던 엑스칼리버를 뽑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미공개 공연 사진이 포함된 약 120쪽 분량의 두툼한 포토북 겸 가사집으로 소장 가치를 높였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3호 2019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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