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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뮤지컬 티켓 가격의 변화 [No.194]

글 |박병성 2019-11-28 13,341

뮤지컬 티켓 가격을 말하다

 

대중이 즐길 수 있는 대중 예술을 표방하지만 그 비용이 결코 대중적이지 않는 뮤지컬 티켓. 2001년을 기점으로 오늘까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는 동안 우리나라의 뮤지컬 티켓 가격 역시 많은 변화를 겪었다. 뮤지컬 티켓 가격 특집에서는 지금의 뮤지컬 티켓 가격이 책정되기까지의 변천사를 살펴보고, 설문 조사를 통해 관객이 체감하는 뮤지컬 티켓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뮤지컬 티켓 가격의 변화

 

한국 뮤지컬 시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만큼 뮤지컬 티켓 가격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현재 대극장 뮤지컬의 티켓 가격은 VIP석 14만 원, R석 12만 원 수준이다. 소극장의 경우 대략 R석 6만 원, S석 4만 원 선에서 책정되고, 중극장의 경우 최고 가격이 8~9만 원대 수준이다. 대중 예술이지만 대중들이 즐기기에는 무리가 되는 비용이다. 관객들이 체감하는 뮤지컬 티켓 가격은 비싸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금의 뮤지컬 티켓 가격이 책정되기까지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국내 뮤지컬 티켓 가격의 변화
 

2001년 7개월간 공연한 <오페라의 유령>은 한국 뮤지컬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다. 티켓 가격 역시 <오페라의 유령> 이후 큰 변화를 겪는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까지 대형 뮤지컬 티켓 가격은 R석 5만 원 수준이었다. 2006년 이전만 해도 VIP석은 극장 중앙 블록 4~6줄 정도의 100석을 넘기지 않는 진정한 VIP석이었다. <오페라의 유령>은 R석 10만 원, VIP석 15만 원을 책정했다. VIP석 티켓가는 프로그램북 및 주차권과 공연 전 VIP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특별 서비스가 포함된 가격이었다. <오페라의 유령>이 뮤지컬 티켓 가격을 두 배 상승시킨 이후 2004년 <맘마미아!>나 <미녀와 야수> 등 대형 뮤지컬이 R석을 10만 원으로 책정하면서 2010년까지 이 가격이 자연스럽게 유지되었다. 내한 공연의 경우 좀 더 높은 가격에서 티켓 가격이 결정됐다. 내한 공연의 경우 관객들도 어느 정도 높은 티켓 가격을 이해하곤 했다. 2005년 <사운드 오브 뮤직> 내한 공연은 VIP석 14만 원, R석 12만 원이었고, <페임>은 R석 12만 원, <오페라의 유령>은 VIP석 14만 원, R석 11만 원으로 책정됐다. 특히 <오페라의 유령> 내한 공연은 주말 가격을 등급마다 1만 원씩 높게 책정하는 주말 가격 차등제를 실시했다. 같은 해 프랑스 뮤지컬의 붐을 일으킨 <노트르담 드 파리>는 60석 한정이긴 했지만 부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VIP석 가격이 25만 원이었다. R석도 15만 원으로 높게 책정했다. 당시 내한 공연의 티켓 가격이 높게 책정될 수 있었던 이유는 2003년 야외 오페라 <투란도트>가 성공했기 때문이다. <투란도트>의 최고가는 50만 원에 달했다. 다음 해 공연한 대형 오페라 <카르멘>과 <리골레토> 역시 R석을 30만 원에 판매해 고가 티켓 공연이 이슈가 되면서 내한 뮤지컬 역시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었다.

2010년대까지 VIP석 12만 원, R석 10만 원이라는 시장에서의 암묵적인 원칙이 좀처럼 깨지지 않았다. 제작사와 관객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형성된 가격을 깰 경우 관객들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제작비가 올라가자 제작사에서는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VIP석 12만 원, R석 10만 원을 깨기 시작한다. 최근 몇몇 작품에서 시도되는 주말 가격 차등제도 그중 하나이다. 주말 가격 차등제는 2005년부터 간간이 시도되었다. 관객 입장에서는 공연 관람이 여유로운 주말에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해서 불만이 있었지만, 제작사 입장에서는 제작비 상승에 따른 수익률 악화를 만회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주말 가격 차등제뿐만 아니라 한때 성수기와 비수기의 티켓 가격을 달리하는 방식도 시도되었다. 2009-2010년 시즌 <오페라의 유령> 라이선스 공연은 4~10월에는 주중가 R석 10만 원을 책정했지만, 관객들이 집중되는 11~12월에는 11만 원으로 가격을 올렸다가, 1~3월까지는 9만 원으로 오히려 낮추는 가격 정책을 벌였다. 탄력적인 티켓 가격 운영을 통해 관객을 분산시키려는 의도였다. 2009년 <명성황후> 역시 연말에 1만 원을 인상하는 시즌 가격 변동제를 운영했다. 전체 관객을 분산시키겠다는 의도였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해 현재는 거의 시도되지 않는다. 

공연 제작비가 해마다 빠르게 올랐지만 VIP석 12만 원, R석 10만 원이 10여 년 동안 불문율처럼 유지되었다. 제작사는 제작비 상승으로 인한 낮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주말 가격 차등제나, 높은 티켓 가격인 VIP석과 R석의 비중을 높이는 방법으로 관객들의 거부감을 줄이면서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을 택했다. 2000년대에 비해 현재 VIP석과 R석의 비중은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2011년이 되면 스타들이 출연하는 인기 뮤지컬을 중심으로 VIP석 12만 원, R석 10만 원 선이 무너진다. 조승우가 출연한 <조로>를 시작으로 2012년 <닥터 지바고>, <맨 오브 라만차>, <광화문 연가>, <라카지> 등 대형 뮤지컬들이 VIP석 13만 원, R석 11만 원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이 가격이 암묵적인 가격으로 변화가 없다가 2014년 연말 대형 인기 뮤지컬 VIP석 가격이 14만 원인 작품들이 등장했다. 2015년에도 소수의 몇몇 작품이 VIP석을 14만 원으로 책정했지만 R석 11만 원은 상징적으로 지켜왔다. 그러던 것이 2015년 김준수가 출연한 <데스노트>에서 이마저도 무너진다. VIP석 14만 원, R석 12만 원으로 ‘R석 11만 원’이라는 암묵적 가격을 깼다. 이를 계기로 R석의 가격을 12만 원으로 책정하는 작품들이 하나둘 늘어나다가 현재에 이르렀다. 

 

뮤지컬 티켓 가격 내려갈 수 있을까.
 

한국의 뮤지컬 티켓 가격은 프리미엄 티켓 가격을 인정하면서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보다는 싸지만, 일본보다는 비싼 편이다. 브로드웨이 2018-2019 시즌 뮤지컬 평균 티켓 가격은 123달러이다. 대략 뮤지컬 평균 가격이 14만 원인 셈이다.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핫한 뮤지컬 <해밀턴>의 경우 약 80만 원까지 공식적으로 프리미엄 티켓을 판매할 수 있다. 최근 인기를 끄는 <물랑루즈>의 경우 지금 브로드웨이에서 관람하려면 40만 원대를 지불해야 한다. 웨스트엔드 역시 최고가는 우리보다 비싸다. 작품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최고가가 20만 원대에 이른다. 그러나 웨스트엔드는 다양한 가격의 좌석들을 선택할 수 있어 저가로 공연을 볼 수 있다. 우리도 A, B석 등 저가의 좌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형 뮤지컬의 낮은 등급의 좌석은 무대와의 거리도 멀 뿐만 아니라 관람 환경이 열악하다. 웨스트엔드는 상대적으로 좌석에 따른 열악함이 덜하다. 우리의 경우 1층 객석은 VIP석 아니면 R석이 대부분이지만 웨스트엔드의 경우 가장 낮은 등급 티켓 가격으로도 1층에서 관람할 수 있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경우 주말이나 공연일이 가까울수록 티켓 가격이 오르지만 반대로 평일이나 상대적으로 기간이 많이 남아 있는 경우 예약한다면 우리나라와 비교해 더 저렴한 비용으로 좋은 좌석에서 관람할 수 있다. 웨스트엔드의 핫한 공연 중 하나인 <북 오브 몰몬>의 가장 낮은 등급 좌석은 평일 24 파운드인데 부지런한 예매자라면 4만 원이 안 되는 금액으로 1층 좌석을 구매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제작사마다 티켓 가격대가 다르다. 극단 시키의 작품은 대략 1만 2천 엔에 최고가가 형성된다. <알라딘>이나 <오페라의 유령>을 13만 원 정도면 볼 수 있다. <레 미제라블>이나 <미스 사이공> 같은 토호의 작품은 최고 가격이 약 15만 원 정도이다. 가장 싼 가격이 약 5만 원으로 전체 가격을 평균낸다면 우리나라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의 대형 뮤지컬의 티켓 가격은 공연 선진국에 비해 결코 싸지 않다.  

그럼에도 티켓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고가 좌석의 비중이 많고 절대적인 가격이 높음에도 제작사의 수익률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이는 공연 제작비가 지나치게 높은 데다가 5천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내수시장의 한계 때문이다. 2010년 뮤지컬 실태 조사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6%였다. 이는 배우와 스태프 인건비를 모두 포함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대형 뮤지컬의 경우 전체 제작비 중 인건비 비중이 40%를 넘어서 50%에 이르는 작품들도 생겨나고 있다. 인건비를 비롯한 전체적인 제작비가 증가하다 보니 티켓 가격을 높여도 수익률이 그다지 좋지 않은 시장이 되어 버렸다. 지나치게 제작비가 높은 뮤지컬 제작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뮤지컬 티켓 가격이 낮아질 가능성은 요원하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4호 2019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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