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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MASTERPIECE] <오페라의 유령>, 파리 오페라하우스에서 찾은 유령의 흔적 [No.196]

글 |안세영 2020-01-22 7,691

파리 오페라하우스에서 찾은 유령의 흔적 



 

<오페라의 유령>이 이룩한 모든 신화적 성과의 출발선에는 작품의 배경이 된 파리 오페라하우스가 있다. 설계사 샤를 가르니에의 이름을 따 ‘오페라 가르니에’로 불리는 이 호화로운 오페라하우스는 1861년부터 1875년까지 14년의 공사 끝에 완성되었다. 공연뿐 아니라 국가 행사, 축제, 무도회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며 상류층의 사교장 역할을 한 곳이다. 미로처럼 복잡한 17층짜리 건물과 그 안에서 일하는 1500명의 사람들, 거기서 비롯된 수많은 소문과 사건 사고는 작가 가스통 르루로 하여금 오페라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수수께끼의 인물 ‘유령’의 이야기를 구상하게 만들었다. 연출가 해롤드 프린스와 무대디자이너 마리아 비욘슨을 비롯한 뮤지컬 제작진은 르루의 소설을 무대로 옮기기 위해 오페라 가르니에를 꼼꼼히 탐색하였다. 그 결과 우리는 무대에서 실제 오페라 가르니에의 풍모를 발견할 수 있다. 사진을 통해 뮤지컬에 영감을 준 극장의 면면을 살펴보자. 


 

중앙 계단 

두 갈래로 뻗어 나가는 장엄한 중앙 계단은 다양한 색상의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다. 계단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직선이 아닌 곡선 형태로 디자인된 걸 알 수 있는데, 이는 여인이 계단을 오를 때 드레스 자락이 아름답게 퍼질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다. 계단을 둘러싼 사방에는 발코니가 있어, 관객들은 공연 전 이곳에 모여 담소를 나누며 아름다운 자태로 입장하는 다른 신사 숙녀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다. 계단 자체가 일종의 런웨이였던 셈이다. <오페라의 유령> 2막을 여는 가면무도회 장면은 이 중앙 계단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오페라 가르니에처럼 계단 아래 횃불을 든 여인의 조각상까지 완벽하게 재현한 세트가 감탄을 자아낸다. 



 

그랑 푸아이에 

중앙 계단은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가장 화려한 장소인 ‘그랑 푸아이에(Grand Foyer)’로 이어진다. 베르사유 궁전 거울의 방을 모방하여 만든 이 찬란한 황금빛 공간은 관객을 위한 휴게실이자 연회장으로 쓰였다. 아쉽게도 뮤지컬에 이 장소를 배경으로 한 장면은 없다. 하지만 어쩌면 뮤지컬 제작진은 이 방의 눈부신 샹들리에를 보며 유령의 은신처를 장식한 수많은 촛대를 상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샹들리에 

<오페라의 유령>은 샹들리에가 객석 천장에서 무대로 떨어지는 무대 효과로 뮤지컬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 유명한 샹들리에의 원본을 이곳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만날 수 있다. 340개의 등과 청동, 크리스탈로 장식된 이 샹들리에는 그 무게가 무려 8톤에 이른다. 샹들리에를 둘러싼 천장화는 여러 오페라 속 장면을 묘사한 샤갈의 그림으로, 본래 다른 화가에 의해 그려졌다가 1964년 교체되었다. 1881년에는 샹들리에의 가스등이 모두 전구로 교체되었다. 1896년, 이 샹들리에로 인해 끔찍한 사고가 발생하고 마는데, 오페라 공연 도중 샹들리에의 평행추 하나가 부식되어 떨어지면서 관객 한 명이 사망한 것이다. 이 사고는 신문에 대서특필되었고, 훗날 가스통 르루의 소설에 직접적인 영감을 주었다. 



 

5번 박스석 

극 중 유령이 자신을 위해 늘 비워둘 것을 지시하는 극장의 5번 박스석. 실제로 오페라 가르니에에는 5번 박스석과 관련된 기묘한 일화가 전해진다. 19세기 말, 극장 이사회에 매달 자신에게 2만 프랑의 봉급을 지불하고, 매일 밤 5번 박스석을 예약해 줄 것을 요구한 누군가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1873년 극장에서 일어난 화재로 약혼자를 잃고 끔찍한 흉터를 얻은 피아니스트가 으슥한 곳을 배회하며 울부짖었다는 일화 역시 유령 캐릭터의 탄생에 영향을 주었다. 소설과 뮤지컬의 명성이 워낙 자자해서인지 오늘날 오페라 가르니에 5번 박스석 문짝에는 ‘오페라의 유령 자리’라는 표식이 붙어 있다. 

 

지붕의 조각상 

1막 엔딩에서 크리스틴과 라울이 극장 지붕에 올라 달콤한 듀엣을 부르고 떠나면 숨어서 그들을 지켜보던 유령은 천사 조각상에 올라타 분노를 표한다. 실제 오페라 가르니에 지붕 중앙에는 여러 조각상이 자리하고 있다. 중앙에는 예술의 신 아폴로의 조각상이, 좌우에는 ‘조화’와 ‘시’라는 이름의 날개 달린 황금빛 조각상이 서 있다. 뮤지컬 제작진은 아마도 여기에서 영감을 얻었겠지만, 그중 어떤 것도 뮤지컬에 나오는 조각상과 똑같이 생기지는 않았다. 뮤지컬을 위해 새롭게 디자인된 조각상은 악마의 손아귀에서 달아나는 천사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마치 유령과 크리스틴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이 조각상은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극장 프로시니엄 아치 중앙 장식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지하 호수 

뮤지컬에서 유령이 크리스틴을 보트에 태우고 지하 호수를 지나 자신의 은신처로 향하는 장면은 촛불과 안개를 이용해 신비롭게 연출된다. 실제 오페라 가르니에 건물 밑에는 뮤지컬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환상적인 공간은 아니지만 길이 50m, 폭 25m, 깊이 3m의 저수조가 존재한다. 극장의 설계사 가르니에는 공사 시작 단계부터 부지 밑에 흐르는 지하수 때문에 난관에 봉착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8개월간 밤낮없이 펌프를 돌린 뒤, 콘크리트로 저수조를 만들었다. 물론 일반 관객은 이 지하 저수조에 접근할 수 없다. 그래도 극장 입구의 파티아 수반을 보며 바로 밑에 자리한 호수를 상상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6호 2020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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