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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ULTURE INTERVIEW] <시나위, 夢> 이규운 안무가, 정동극장의 새로운 바람 [No.199]

글 |배경희 사진 |표기식 2020-04-10 3,503

<시나위, 夢> 이규운 안무가
정동극장의 새로운 바람 


정동극장 예술단 단원이자 지도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규운 안무가. 십 대의 끝자락 다소 늦게 무용계에 입문한 그는 국립무용단과 다양한 개인 활동을 거쳐 2014년부터 정동극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오는 5월 처음 공개되는 정동극장 첫 정기 공연 <시나위, 夢>의 개막에 앞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한국 무용계에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무용을 시작하게 됐나.  학창 시절에 교제했던 여자친구 덕분이다. (웃음) 동갑내기였던 그 친구는 어렸을 때부터 무용을 전공했는데, 무용 학원 선생님께서 우연히 학원 앞에 있는 날 보고 춤을 배워보지 않겠냐고 하셨다. 당시 그 학원에 남학생이 부족했던 데다 내가 나름 체격이 좋았던 편이라 그러셨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때 내가 아는 춤은 방송 댄스가 전부일 정도로 무용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선생님께서 지금부터 무용을 배우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 거라고 하셔서 마음이 흔들렸다. (웃음) 

무용을 처음 접했을 때 어떤 경험으로 다가왔는지 기억하나.  내가 처음에 배운 건 전통무용이었다. 학교에서 애들하고 취미로 췄던 방송 댄스는 동작이 현란한 만큼 재미있었는데, 전통무용은 팔을 한 번 올리는데 1~2분씩 걸리니까 너무 지루하게 느껴졌다. 처음엔 ‘이걸 왜 하는 거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 그런데 매일 학원에 가서 선생님들이 연습하는 걸 유심히 지켜보니까, 이건 단기간에 쉽게 익힐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흥미롭게 다가왔다. 방송 댄스는 아무리 어려운 동작이라도 일주일이면 배울 수 있었다면, 전통무용은 여기 필요한 호흡을 익혀야 하기 때문에 쉬운 동작 하나도 금세 할 수 없었다. 그리고 타고난 성격이 워낙 남들에게 지는 걸 싫어해서 이왕 시작한 거 끝까지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무언가에 그렇게 오기가 생겼던 적은 아마 그때가 처음이었을 거다.

2002년 국립무용단에 입단한 후 2005년부터 개인 활동을 시작했다. 정동극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10년 소속 무용수로 발탁되면서였는데, 당시 정동극장 오디션을 봤던 이유가 있는가.  국립무용단을 나온 후에 부산대에서 1년간 무용학과 겸임교수를 맡은 적이 있다. 국립무용단 입단 전에 우연히 부산대 무용과 교수님의 공연에 참여했던 적이 있는데, 그게 인연이 돼서 겸임교수직을 맡게 된 거였다. 당시 교수님께서 너무나 감사하게 내가 공연하는 걸 몇 년 동안 꾸준히 지켜봐주셨고, 2005년 학교에서 사람을 필요로 하자 나에게 좋은 기회를 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엉뚱했다 싶은데, 어느 봄날 혼자 학교 무용실에서 안무를 연습하고 있다가 문득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도 좋지만 무용수로서 꿈을 펼쳐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삼십 대 초반이니까 뭔가를 해봐야겠다 싶었던 거다. 2010년 정동극장에 들어가게 됐던 것은 당시 최정임 예술감독님께서 정동극장 무용 공연쪽에 조금 더 힘을 싣고 싶다고 연락을 주셔서 오디션을 보게 됐다.

정동극장에 들어가서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을 텐데, 단체에 애착을 갖게 해준 작품이 있을까.  2009년에 처음 올라간 창작무용극 <춘향연가>를 오래 공연한 만큼 그 공연에 대한 애정이 깊다. 고전 소설 『춘향전』을 오늘날 관객들의 취향에 맞게 바꿔서, 이도령과 춘향, 사또를 삼각관계로 재창작한 공연이다. 상설공연으로 진행한 작품이라 거의 3년 정도 참여했는데, 처음 1년 동안은 이도령을 맡았다가 나중에는 사또로 역할을 바꾸게 됐다. 당시 예술감독에서 극장장으로 직무가 변경되었던 최정임 극장장님의 아이디어였다. 솔직히 처음에는 소위 말하는 악역을 맡아 본 적이 없었던 터라 괜찮을까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우리 작품에서 사또는 사대부 집안에서 태어난 카리스마 있는 청년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꽤 잘 소화한 것 같다. 원작 소설의 내용을 모르는 해외 관객들에게 춘향이가 사또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의아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웃음)

2014년부터는 정동극장의 지도위원직을 맡게 됐다. 지도 위원의 중요한 역할은 무엇인가.  
013년 정현욱 극장장님이 새롭게 부임하면서 조직에 변화가 생겼다. 이전에는 예술감독과 극장장장이 따로 있었는데, 2013년부터는 예술감독 없이 극장장이 운영을 총괄하는 체제로 바뀐 것이다. 따라서 단원 가운데 예술감독의 역할을 해줄 누군가가 필요했고, 내가 가장 선배였기 때문에 지도 위원을 맡게 됐다. 중요한 주 임무는 정동극장 운영 특성상 상설공연되는 작품이 종료될 때까지 첫 공연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게 하는 거였다. 예를 들면, 외부 안무가는 공연 기간 내내 극장에 상주할 수 없기 때문에 짜놓은 안무가 바뀌지 않도록 매일 신경써야 했다. 그런데 사실 2~3년 동안 공연되는 작품의 퀄리티를 유지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같은 동작을 매일 반복하다 보면 익숙해져서 몸을 움직일 때 자연히 에너지를 덜 쓰게 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배우로서 장기 공연에 참여했던 경험 덕분에 단원들을 독려하며 팀을 이끌 수 있었다. 




5월에 공연되는 <시나위, 夢>에서는 직접 안무를 맡는다. 어떤 공연인지 설명해 달라.  <시나위, 夢>은 정동극장이 상설공연 체제에서 벗어나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첫 정기 공연이다. 극장 소속 예술단의 활동을 공식화한 후 처음하는 공연이라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지만, 각각 무용 단원들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 고유의 ‘시나위’ 형식을 차용한 한 판의 굿 같은 무대로 계획할 수 없는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로한다는 컨셉이다. 고정된 선율 없이 즉흥 연주를 선보이는 게 시나위의 매력이지만, 우리는 거기서 조금 변주된 무대를 선보일 계획이다. 안무 컨셉은 ‘어반(Urban)’을 키워드로 삼아 한국무용에 최신 트렌드 요소를 더한 현대적인 안무를 짰다. 이전의 상설공연은 스토리텔링이 있는 드라마에서 단원들이 캐릭터로서 매력을 드러냈다면, 이번 <시나위, 夢>은 무용수의 기량이 돋보일 수 있는 추상적인 무대로 단원들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어떤 정기 공연을 선보일 계획인가.  올해는 세 번의 정기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실험적인 현대무용 공연인 <시나위, 夢> 이후에는 스토리텔링 중심의 신작과 차세대 신진 안무가의 공연을 차례로 선보인다. 세 번째 정기 공연은 12월에 올라갈 예정인데, 극장 소속 단원들이 직접 창작부터 연출까지 맡는다. 우리 극장 예술단의 장점 중 하나가 젊은 무용수들이 많다는 거라 그들이 재능을 꽃 피울 수 있는 무대를 기획하고 싶다. 현재 계획으로는 세 개로 팀을 꾸려 공연을 올릴 건데, 여기서 좋은 작품이 탄생한다면 추후에 기획 공연으로 제작할 수도 있다. 정동극장에 또 한 번의 변화가 생긴 만큼 다양한 시도에 나서 단원들의 역량을 강화해가는 게 앞으로의 목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9호 2020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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