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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NOW IN NEW YORK] <미세스 다웃파이어>, 대표 코미디 영화에서 뮤지컬 코미디의 정석으로 [No.208]

글 |여태은(뉴욕통신원) 사진 |Joan Marcus 2022-08-24 1,054

<미세스 다웃파이어>

대표 코미디 영화에서 뮤지컬 코미디의 정석으로

 

 

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변화무쌍한 연기가 돋보였던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Mrs. Doubtfire)>가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돌아왔다. 1990년대 대표 코미디 영화로 손꼽히는 원작은 개봉 당시 <쥬라기 공원>에 이어 전 세계 흥행 수익 2위에 오르는 등 큰 인기를 끌었고, 1993년 아카데미 어워즈 분장상, 골든글러브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애니메이션 더빙 성우인 주인공 대니얼은 세 아이들에게는 좋은 아빠지만, 아내 미란다에게는 현실 감각도 없고 실직만 거듭하는 철없는 남편이다. 남편 뒤치다꺼리에 지친 미란다는 이혼을 선언한다. 세 아이의 양육권은 미란다가 갖고 대니얼은 일주일에 딱 한 번 아이들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자주 만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대니얼은 미란다가 가정부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분장 전문가인 형에게 부탁해 가정부 할머니 다웃파이어로 변신한다. 위장 취업에 성공한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아이들을 돌보는 것부터 집안일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미란다의 신뢰를 얻고, 미란다는 다웃파이어에게 점점 의지하며 자신의 속내까지 털어놓는다. 대니얼은 남편으로서는 알지 못했던 미란다의 진심을 알게 되고, 과거 철없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반성한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대니얼은 미란다와 남자친구의 데이트를 방해하다 결국 모두에게 정체가 탄로 나고 만다.

 

브로드웨이에 입성하기까지


2019년 미국 시애틀 피프스 애비뉴 시어터(5th Avenue Theatre)에서 초연한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2020년 4월 브로드웨이 개막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인한 브로드웨이 셧다운이 결정되면서 개막이 연기되었다가 지난해 12월 5일에 브로드웨이 스티븐 손드하임 극장에서 정식 개막했다.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대본과 음악은 <썸씽 로튼>에서 호흡을 맞췄던 존 오퍼렐과 캐리 커크패트릭, 웨인 커크패트릭 형제가 맡았다. 커크패트릭 형제는 영화 음악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록, 재즈, 힙합, 플라멩코 등 다양한 음악을 통해 뮤지컬 코미디에 걸맞은 흥겹고 키치한 음악을 선보였다.


연출가 제리 작스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코미디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며 앙상블을 활용한 다양한 쇼 장면을 펼쳐 보인다. 관객들이 <미세스 다웃파이어>에서 가장 궁금해하고, 기대하는 장면은 대니얼이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변신하는 장면일 것이다. 작스는 이 장면을 드래그 퀸 쇼를 연상케 하는 뮤지컬 넘버 ‘메이크 미 어 우먼(Make Me a Woman)’에 맞춰 연출했다. 다양한 스타일로 여장을 한 남자 앙상블이 분위기를 고조하는 가운데 한순간 마법처럼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변신한 대니얼이 문 앞에 등장한다. 수많은 시간을 준비하고 연습한 배우들의 멋진 호흡으로 완성되는 명장면이다. 1막 마지막 곡인 ‘로킹 나우(Rockin’ Now)’에서는 대니얼이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퀵 체인지하는 모습을 무대 위에서 가감 없이 보여 준다.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이 장면은 아이들에게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정체가 탄로 나면서 마무리된다.


<비틀쥬스> <디어 에반 핸슨> 등에 참여했던 무대 디자이너 데이비드 코린은 원작 영화의 배경인 샌프란시스코의 도시 전경과 언덕 위에 나란히 선 집 등을 대형 이동식 무대로 구현했다. 최근 뮤지컬 무대에 영상이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추세지만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옛날 방식대로 각 공간을 사실적인 디자인으로 살려 낸 것이 특징이다. 메이크업 디자인을 맡은 토미 커즈만은 얼굴과 목이 이어진 다웃파이어의 얼굴 모형을 만들어 무대 위에서도 퀵 체인지가 가능하도록 했다. 영화가 분장상을 받았던 것처럼 뮤지컬 역시 분장상을 거머쥘 수 있을지 궁금하다.

 

 

배우들의 빛나는 연기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주인공 대니얼은 <썸씽 로튼>에서 셰익스피어의 경쟁자 닉 바텀을 연기하며 눈도장을 찍었던 롭 맥클루어가 맡았다. 롭 맥클루어는 로빈 윌리엄스의 그림자에 가려질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무색하게 만들 만큼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다. 롭 맥클루어의 다재다능한 면모는 작품 곳곳에서 포착된다. 인터넷 요리 영상의 레시피를 따라 요리하는 다웃파이어의 모습을 보여 주는 뮤지컬 넘버 ‘이지 피지(Easy Peasy)’에서는 앙상블과 함께 화려한 탭댄스를 선보이고, 플러스 사이즈 모델로 발탁된 다웃파이어가 런웨이에서 보여 주는 브레이크 댄스까지 기가 막히게 소화한다. 게다가 방송국 프로그램 책임자의 눈에 띄는 장면에서는 루프 스테이션(녹음된 구간 위에 다른 소리를 쌓아 올릴 수 있는 기계)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재능을 한껏 뽐낸다. 롭 맥클루어의 넘치는 끼와 에너지로 꽉 찬 무대 덕분에 객석에서는 웃음과 박수가 끊이지 않는다.


대니얼의 전 부인 미란다와 세 아이 리디아, 크리스토퍼, 나탈리는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또 다른 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한다. 특히 영화보다 비중이 커진 첫째 리디아는 중요한 순간마다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뮤지컬에서는 영화와 다르게 첫 장면부터 대니얼과 미란다의 갈등이 전면에 드러나는데, 이때 나오는 곡인 ‘왓츠 롱 위드 디스 픽처(What’s Wrong With This Picture)’는 주로 리디아의 시각에서 진행된다. 철없는 남편 때문에 지칠 대로 지친 미란다와 그런 엄마를 이해하면서도 어떻게든 둘을 화해시키려고 애쓰는 큰딸을 대비시키는 첫 번째 장면부터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인다. 특히 리디아 역의 아날리스 스칼파치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역 시절부터 쌓은 경험과 탄탄한 실력으로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원작 영화 VS 브로드웨이 뮤지컬


원작 영화와 뮤지컬 사이에 약 30년의 시차가 있는 만큼, 뮤지컬은 영화에 등장하는 요소들을 현재에 맞게 각색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기술의 발달로 달라진 일상을 반영한 것이다.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메일, 휴대전화, 태블릿PC 등이 뮤지컬에 등장한다. 영화에서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아이들의 과도한 TV 시청을 막기 위해 리모컨을 어항에 빠뜨렸다면, 뮤지컬에서는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바꿔 핸드폰이나 태블릿PC를 못 쓰게 한다. 또 요리책을 보며 요리를 하는 장면은 인터넷에서 요리 영상을 보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 장면은 ‘이지 피지’라는 흥겨운 곡에 맞춰 화려한 탭댄스 장면으로 연출되는데 중간에 의약품 광고가 튀어나와 웃음을 자아낸다.


또 뮤지컬은 인물의 다양성을 확보하며 원작 영화와는 다른 노선을 택했다. 영화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았던 미란다의 직업은 다양한 사이즈의 여성복을 만드는 의류 사업가로 설정했다. 대니얼에게 어린이 프로그램의 호스트 자리를 제안하는 방송국 보스는 백인 남성에서 아시아계 여성으로 바꾸었다. 의외로 돋보이는 캐릭터 변화는 법원 소속 사회복지사 완다 셀러다. 영화에서는 백인 중년 여성이 맡았던 역할로 심드렁한 표정으로 웃음을 주는 캐릭터였지만 존재감은 미약했다. 뮤지컬에서는 흑인 배우 채리티 앙헬 도슨이 완다 셀러를 맡아 대니얼을 위기 상황으로 몰고 가며 극의 재미를 더하는가 하면 마지막에는 미란다에게 결정적인 깨달음을 준다. 또 대니얼의 악몽 장면에 나오는 뮤지컬 넘버 ‘플레잉 위드 파이어(Playing With Fire)’에서는 고음을 시원하게 내지르는 디바의 면모를 보여주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뮤지컬에는 또 다른 새로운 흑인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대니얼의 형 프랭크의 파트너 안드레다. 안드레는 특정 성별로 규정되는 것을 거부하는 논 바이너리 캐릭터다. 프랭크와 안드레는 입양이 쉽지 않은 퀴어 커플의 현실을 언급하는데, 뮤지컬 코미디에 걸맞게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은 입양한 아이를 품에 안고 등장하며 해피엔딩을 맞는다. 하지만 프랭크와 안드레 캐릭터가 평면적으로 묘사되고 대니얼이 중심이 된 장면에서는 코미디 요소로만 활용되어 아쉽다.

 

 

철없던 한 남자의 성장 스토리


원작 영화에서 대니얼은 가족을 속이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게다가 후추 알레르기가 있는 미란다의 남자친구 음식에 고의로 후추를 뿌려 한바탕 소란을 일으키는 등 사고를 치며 주변을 곤란하게 만든다. 영화는 미세스 다웃파이어와 대니얼의 모습을 왔다 갔다 하며 좌충우돌하는 상황을 우스꽝스럽게 그려내는 데 치중해 대니얼의 인간적인 성장에는 집중하지 못했다. 반면 뮤지컬의 대니얼은 자신이 미세스 다웃파이어라는 걸 밝히고 싶어 고뇌하다가도, 모든 것이 다 밝혀질까 봐 악몽을 꾸기도 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대니얼은 아빠로서 부족했던 자기 모습을 깨닫는 한편, 인간으로서, 아빠로서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러한 대니얼의 성장은 작품의 마지막에 사랑만 있다면 어떤 형태의 가족이든 다 괜찮다는 메시지를 더욱 설득력 있게 보여 주며, 관객에게 큰 감동을 안긴다. 원작 영화와 뮤지컬 사이에 무려 30년의 세월 차이가 있지만,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지금 우리 시대에 맞게 원작을 각색하여 이야기를 매끄럽게 만들고 캐릭터에 깊이를 더한 셈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8호 2022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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