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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BOOK] 공연보다 더 재미있는 무대 밖의 이야기 [No.213]

글 |김슬기(매일경제신문 기자) 사진 | 2022-09-28 519

공연보다 더 재미있는

무대 밖의 이야기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은 저마다 털어놓고 싶은 사연들이 많다. 화려하고 완벽해 보이는 무대를 완성하기 위해서 남몰래 흘리는 땀방울도, 눈물도 셀 수 없기 많기 때문이다. 공연을 사랑하고, 공연으로 밥벌이하는 네 사람이 흥미로운 무대 이야기를 책으로 펼쳐냈다. 배우 이자람, 공연예술인 황정원, 음악감독 김문정, 공연예술이론가 목정원이 쓴 책을 읽고 나면 공연을 더 사랑하게 될 수밖에 없을 거다.

 

 

『오늘도 자람』(2022)
이자람 지음 | 창비

이자람을 여러 번 만났다. 판소리 완창에 도전할 때도, 창작 판소리 <사천가>와 <억척가>를 준비할 때도, 아마도이자람밴드의 보컬로 제비다방에서 콘서트를 열 때도 그는 늘 최선을 다하는 예술가였다. 물속에서 발버둥을 치는 백조인 그를 두고 동료들은 ‘이잘함’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렇게 다재다능한 예술가의 평범한 일상 고백을 만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국보급 소리꾼이라고 불리는 예술가가 자신의 정체성을 “운 좋게 공연예술계에서 먹고살고 있는 사십 대 여성 예술인”으로 규정하는 대목에선 짠한 감정이 올라온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고백에는 위로를 받게 된다. “보이지 않는 축적을 믿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 서서히 쌓이는 것의 강함과 무서움을 안다”라고 말하는 이자람의 고백은 정말 ‘찐’이다.

 

 

『아무튼, 무대』(2022)
황정원 지음 | 코난북스

인기 에세이 시리즈 ‘아무튼 시리즈’의 46번째 책은 ‘무대’가 주인공이다. “음악과 춤, 이야기가 있는 곳, 그 위에서 에너지와 감정이 순간 폭발하고 머물다 사라지는 곳.” 무대를 향해 열렬한 애정 고백을 쏟아내는 황정원은 원래 공연예술과는 거리가 먼 과학도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다 카이스트 재학생 시절, 음악에 매료되면서 삶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다. 뮤지컬 제작 회사에서 뮤지컬을, 예술의전당에서 오페라와 콘서트를 기획·제작하며 무대와 극장을 경험한 것이다. 『아무튼, 무대』는 황정원이 지난 20여 년간 겪었던 무대 안팎의 기쁨과 슬픔을 담은 책이다. 긴장감 넘치는 첫 대본 리딩 현장, 오페라 자막을 고르는 그린룸의 풍경 등 쉽게 접하기 어려운 무대 뒤 내밀한 이야기와 자기 일에 흠뻑 빠져 몰두하는 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이토록 찬란한 어둠』(2021)
김문정 지음 | 흐름출판

“무대와 분리된 피트라는 공간은 연주자들만의 우주였다. 연주자들이 그 우주의 별이었고, 서로의 반짝임이 어우러지며 무대 위와는 별개의 아름다운 밤하늘을 만들어냈다.” 20년간 50여 편의 뮤지컬을 지휘해 온 음악감독 김문정의 첫 에세이집이 나왔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책을 통해 화려한 무대 아래, 좁고 어두운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드는 음악감독이 되기까지의 여정과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을 나눈다. 취미였던 음악을 업으로 삼게 된 이유, 건반 연주자로 시작해 뮤지컬 음악감독이 되기 위해 애쓰던 날들, 음악감독이 된 이후 맡아온 다양한 작품들과 해외 공연 경험 등을 이야기한다. 또 완벽한 공연을 만들기 위해 무대 위의 배우들, 무대 밖에서 땀 흘리는 스태프와 동료들에 대한 신뢰와 존경, 애정도 가득 담아냈다.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2021)
목정원 지음 | 아침달

공연예술이론가 목정원이 2013년부터 프랑스에서 6년, 한국에서 2년 동안 마주했던 예술과 사람에 대해 사유한 책이다. 공연예술은 공연되는 순간에만 존재하고 결국에 소멸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흔적을 남긴다. 목정원은 예술과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그 흔적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배삼식 작가의 연극 <먼 데서 오는 여자>로부터 우리가 아는 죽음들을 읽어내고, 김동현 연출가를 추모한 공연을 본 후에는 고인에게 편지를 쓴다. 그리스 비극 <안티고네>에서는 현실과 작품 속에 죽어간 여성들을 주목한다. 목정원은 시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기억 속에 남은 흔적과 말이 되지 못한 것을 위해 글을 쓴다.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은 사라지는 것들이 남긴 흔적을 더듬는 비평이자 편지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3호 2022년 6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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