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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lumn] 밀레니엄 그 다음 10년을 준비하며 [No.88]

글 |박병성 2011-01-26 4,634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인 2000년에는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맞아 다양한 일들이 의욕적으로 시작됐다. 공연계만 봐도 LG아트센터가 만들어졌고, 국내 최대 공연 축제인 국제공연예술제가 시작되었으며 그 외에도 새로운 시도들이 다양하게 펼쳐졌다. 뮤지컬계도 2000년에 들어서면서 라이선스 뮤지컬 제작이 활발해졌고 2001년에는 <오페라의 유령>으로 빅뱅을 일으켰다. 지난 10년간 뮤지컬 시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그렇게 10년이 지나고 다음 10년을 시작한다. 뮤지컬계에서 앞으로 10년을 준비하면서 주목해야 할 주요 키워드를 알아본다. 

 

 

 

Keyword 1 창작뮤지컬                         
지난 10년 동안 뮤지컬 시장의 성장은 라이선스 뮤지컬에 크게 의존하였다. 아직 창작뮤지컬의 기량이 라이선스 뮤지컬과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에 다음 10년 역시 라이선스 뮤지컬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 10년과는 같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라이선스 뮤지컬 시장은 더 이상 어떤 작품이 들어와도 시장 자체가 요동칠 만큼 폭발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만큼 우리 뮤지컬 시장이 성장했다는 의미이고 한편으로는 라이선스 뮤지컬의 성장이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의미이다. 결국 지금까지는 성과가 미진했던 창작뮤지컬이 앞으로 시장 성장에 새로운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다. 주로 라이선스 뮤지컬 제작에 몰두하였던 국내 대형 뮤지컬 제작사인 설앤컴퍼니, 신시컴퍼니, 오디뮤지컬컴퍼니 등이 본격적으로 창작뮤지컬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형 뮤지컬 제작사들은 안정된 자본, 체계적인 제작 시스템, 마케팅력까지 고루 갖추고 있어 경쟁력 있는 작품 제작이 유리하다. 국내 뮤지컬계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가기 위해서는 소위 말하는 킬러 콘텐츠의 등장이 필수적인데 대형 제작사의 참여로 그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또한 뮤지컬 시장이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해외로 확대되면서 창작뮤지컬 제작에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자체 저작권이 없는 라이선스 뮤지컬로 변화된 시장에 대처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형 제작사들이 창작뮤지컬에 뛰어드는 것 역시 이러한 시장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창작팩토리, DIMF, CJ크리에이티브마인즈, 두산아트랩 같은, 작품 제작 전에 리딩이나 쇼케이스를 통해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있는 것도 창작뮤지컬의 미래를 밝게 한다. 부족하나마 한예종에 음악극 창작과가 생겼고, ‘연필과 지우개’ 같은 뮤지컬 창작자 양성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BMI 워크숍같이 아마추어 창작자들이 현장으로 진출하기 전 실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면 창작뮤지컬의 발전 속도는 훨씬 빨라질 것이다.

 

 

Keyword 2 해외 시장                        
지난 10년 동안에도 해외 시장 진출은 꾸준히 이루어졌다. <난타>, <점프>가 오프브로드웨이에 입성했고, 그 외에도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해외 진출이 이루어졌다. 앞으로 10년은 해외 시장 진출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 진출이 가시화된다. 이미 CJ엔터테인먼트는 중국대외문화집단공사와 2007년부터 <맘마미아> 중국 공연을 함께 제작하는 등 오랜 우호적 관계를 맺어왔다. CJ엔터테인먼트는 ‘중국판 브로드웨이’를 목표로 중국 협력사들과 2011년부터 본격적인 공연 유치를 시작한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보다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일본 및 아시아 시장의 진출은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드라마와 가요의 한류를 바탕으로 뮤지컬 역시 한류 바람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국내 뮤지컬 배우들의 가창력은 세계에서도 인정을 받는다. 또한 몇몇 제작사에서는 한류 스타를 앞세운 아시아 투어 공연을 기획 중이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시장은 다른 식의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해외 창작진으로 현지에서 제작하여 그 시장에 올리는 것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해외 시장 진출이 시도될 것이다.

 


Keyword 3 지역 시장                        
인터파크 2008년 공연 결산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역 공연 판매 비중이 70퍼센트를 넘었다.(인터파크 티켓 판매에 한함) 문화의 서울 집중 현상은 뚜렷하다. 이는 역설적으로 지역 시장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서울의 공연 시장은 성장의 한계가 있고 결국 불모지와 같은 지역 시장이 성장해야 국내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히 바람이 아니다. 2000년대에는 대구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하여 뮤지컬 도시로 거듭나면서 지역 시장의 활성화 가능성을 증명했다. 지방 자치제에 따라 각 지역마다 경제, 문화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문예 회관 수만 180여 개에 달한다. 공연장 인프라의 증가는 자연스럽게 시장의 성장을 가져온다. 지역 공연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대중 예술인 뮤지컬이 주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 시장의 성장은 단순히 공연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와 맥이 닿는다. 기형적으로 커버린 서울의 기능을 분산시키고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순리이다.

 

 

Keyword 4 스타 창작자                     
현재 공연 시장은 지나치게 스타 배우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주인공이 누구냐에 따라 흥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스타 창작자’를 꼽는 것은 바람에 가깝지만 스타 창작자의 등장은 한국 뮤지컬이 대를 이어 지속해야 할 숙원사업이다. 웨버, 손드하임, 줄리 테이머, 해롤드 프린스, 수잔 스트로만처럼 그 사람이 작품을 만든다는 것만으로 관심이 생기는 국내 창작자가 등장해야 한다. 그것은 스타 중심에서 작품 중심의 공연 문화로 변환하는 것을 의미하며, 창작뮤지컬이 경쟁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천재적인 뮤지컬 작곡가, 작가, 연출가의 등장은 절대 중요하다. 이것 역시 꿈만은 아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활동하고 있는 장유정, 추민주, 김혜영, 이희준, 이지혜, 성재준 등 젊은 창작자들은 공연계 입문을 뮤지컬로 한 세대들이다. 즉 이전 세대가 연극이나 그 밖의 장르에서 이입된 사람이라면 이들은 젊은 시절부터 뮤지컬에 꿈을 키워온 브로드웨이 키드라는 것이다. 게다가 김혜영, 이지혜, 이희준 등 해외에서 뮤지컬을 공부하고 돌아온 창작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할리우드 키드가 우리 영화의 발전에 단초를 마련했듯이, 이들이 기반이 되어 스타 창작자들의 탄생을 도울 것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연출자나 제작자 중심으로 운영되었지만, 뮤지컬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작업하는 스타 창작자가 등장해야 국내 뮤지컬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기대할 수 있다.

 

 

Keyword 5 해체와 장르의 확장          
뮤지컬이란 장르는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오페레타나 벌레스크와 보드빌 같은 뮤지컬의 선조격인 형태에서 북 뮤지컬이 발생하고, 통합 뮤지컬에 반발해 컨셉 뮤지컬이 등장하기도 했다. 2001년 배우가 노래하지 않고 기존 음악에 춤이 위주가 된 <컨택트>에 토니상이 주어진 사건은 뮤지컬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발레와 현대무용이 위주가 된 매튜 본의 작업들, 오페라를 그대로 가져온 뮤지컬 <라보엠> 등 장르를 해체한 뮤지컬이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은 영상의 사용이었다. 거대한 무대 세트 대신 가볍고 빠른 영상을 통해 뮤지컬은 표현의 가능성이 넓어졌다. 2010년대에는 뮤지컬이 익숙하게 사용하지 않았던 매체를 자유롭게 받아들이고 다른 장르를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작품들이 더욱 많이 등장할 것이다. 이는 뮤지컬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공연계 전체의 흐름이기도 하다. 현대극은 언어 중심의 연극에서 해체의 연극으로 발전하고 있다. 세계공연예술제에 참가하는 다수의 작품들이 기존 극을 해체하고 자유롭게 타 매체를 받아들이는 혼종(Hybrid)을 시도하고 있다. 극과 노래, 춤이 결합된 종합 예술인 뮤지컬은 태생부터가 혼종의 산물이다. 뮤지컬은 더욱 적극적으로 타 매체를 받아들이면서 새롭게 진화해 나가기에 유리하다. 상업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면에서 뮤지컬은 보수적인 장르이기 때문에 실험을 하지는 않겠지만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수준에서 서커스나 콘서트, 스포츠, 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그 어떤 양식을 결합한 작품이 등장할지 모른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8호 2011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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