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오페라 락> 오디션
<태양왕> 이후 오랜만에 흥행을 기록한 프랑스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이 지난 6월 말 한국 공연을 위한 오디션을 시작했다. 2012년 1월,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초연될 <모차르트 오페라 락>은 18세기 오스트리아의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사랑과 그의 능력을 질투하는 살리에리의 열등감이 주된 줄거리다.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재공연을 거친 빈 뮤지컬 <모차르트!>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모차르트를 보여줄 이 작품은 프랑스 뮤지컬 특유의 귀에 쏙 감기는 중독성 있는 음악과 눈을 뗄 수 없는 춤을 보여줄 예정이다.
2009년 9월, 파리 팔레 데 스포르에서 개막한 <모차르트 오페라 락>은 2010년 7월까지 프랑스 내 투어와 불어권인 벨기에, 스위스 투어를 거쳐 또 한 번의 프랑스 국내 투어를 마치고 2012년 1월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으로 한국을 찾는다. 이미 두 해에 걸쳐 공연된 빈 뮤지컬 <모차르트!>는 천재성과 자연인 모차르트 사이의 고민과 가족애를 다룬 1999년 초연 작품이라면, 내년 1월에 소개될 프랑스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은 모차르트의 첫사랑과 천재를 바라보는 범인(凡人) 살리에리의 고뇌가 좀 더 부각된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성 스루로 진행되는 프랑스 뮤지컬은 전형적인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비해 정해진 음색과 가창력의 중요성이 특히 두드러진다. 지난 6월 20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이번 오디션에서 각 배역에 요구된 사항과 지정곡, 그리고 DVD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이미지를 살펴봤을 때이런 록 오페라에 맞는 배우 찾기가 쉽지 않겠고, 한편 기성 배우 중에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될 배우는 누구이며, 또 한번 신인 탄생을 기대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모차르트 오페라 락>의 음악감독으로 이번 오디션에 참석한 원미솔 감독은 이 작품의 음악에 대해 “캐릭터들의 스토리 전개 및 정서를 대변하는 록 음악이 모차르트의 실제 음악에 교묘히 스며들거나, 어느 기점엔 대단한 충돌을 이뤄내는 느낌이 매우 매력적”이라 운을 뗐다. 오디션에는 각 캐릭터 별 지정곡 1곡과 ‘록 오페라’라는 특징에 맞는 록 발라드 등 록 음악의 분위기에 맞는 자유곡 1곡을 준비하도록 당부했고, 애니메이션 주제가나 클래식 발성을 요하는 곡은 제외했다고 전했다.
타이틀 롤인 모차르트 역은 자유분방한 천재로 섬세하고 예민한 감성으로 예측 불가능한 모습과 자신의 재능과 실력에 대한 당당한 자신감을 보여주어야 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예민한 예술가적인 감성을 살리지 못한 채 자유분방한 모습만 보여줄 경우 자칫 방만한 비호감 캐릭터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그의 천재적인 모습과 자유로운 영혼을 설득력 있게 보여줘야 한다.
이런 성향을 대변하듯 그의 솔로곡들은 감성을 분출하는 느낌의 곡이 많다. 원미솔 감독은 “매우 높은 음역대와 섬세한 표현을 필요로 하는 하이테너가 필요하다”며 오디션은 “작더라도 기민하고, 자신만의 강점을 자신 있게 어필할 수 있는 당당함을 지닌 배우를 찾는 과정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의 다른 한 축이자, 범인(凡人)들의 감정을 대변하는 살리에리가 있다. 천재의 세계를 다룬 작품은 많지만, 그 세계 안에 사는 범인들을 다루는 경우는 많지 않다. 살리에리는 관객들이 스스로를 투영할 수 있고, 그의 노래에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다. 주인공과 갈등 관계를 가지는 인물의 드라마 구조상 ‘악의 교향곡(l`assasymphonie)’과 같이 매혹적이며 존재감이 큰 노래를 가진 역할이다. 이번 오디션에서 가장 지원자가 많이 몰렸다고 알려진 이 역할에 대해 원미솔 감독은 “동시대의 뛰어난 음악가였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캐릭터”라 강조한다. “열등감 때문에 질투와 번민에 휩싸이나, 자신과 상대를 인정하고 자신의 것을 찾고자 하는 강한 열정을 가진 역할”이기 때문에 “따뜻한 음색 또한 필요로 하는 드라마틱한 테너”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이 두 역할이 대부분의 주제 선율을 담당하며, 이른바 ‘젖혀서 노래하는’ 록적인 고음을 자유자재로 낼 수 있어야 한다. 고음역을 드라마틱하게 넘나들어야 하는 남자 캐릭터와 달리 여자 캐릭터의 음역은 비교적 평이한 편이다.
모차르트의 첫 사랑으로 특히 이 작품에서 강조된 알로이지아 베버는 모차르트가 연주 여행을 하던 중 독일의 만하임에서 만나게 되는 운명적 여인이다. 처음 등장할 때 부르는 ‘빔밤붐’은 몽환적인 일렉트로닉 록으로 음역대가 평이하게 들리나, 마음을 줄듯 말듯 밀고 당기는 기술을 유지하는 연기 표현과 테크닉이 요구된다. 여성스럽고 섹시하고 신비로운 이미지인물로 손에 닿을 수 없는 비극적 첫사랑의 이미지다.
알로이지아의 동생이자 모차르트의 부인이 되는 콘스탄체 베버는 이에 비해 활동적이고 사랑스러운 여성으로 손에 닿을 듯 친근한 캐릭터다. ‘예술가의 아내’를 고민하던 빈 뮤지컬 <모차르트!>의 콘스탄체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며, 전체적으로 고른 음역대와 톤, 그리고 자유로운 리듬표현을 필요로 한다. 모차르트의 누나 난넬은 동생과 가족에 대한 염려와 사랑을 가장 넓고 따뜻한 톤으로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로, 두성과 진성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한다.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드 모차르트 역은 강하고 남성적인 하이 바리톤으로, 나이에 어울리도록 음색의 깊이를 필요로 한다.
원미솔 감독은 <모차르트 오페라 락>의 음악이 멀티트랙과 라이브 록 밴드의 구성으로 구현될 것임을 밝혔다. 모차르트의 실제곡인 클래식하고 어쿠스틱한 소스는 멀티트랙(각각의 악기를 트랙화하여 멀티레코더로 플레이)으로 플레이 하면서, 록적인 소스는 현장 라이브와 멀티트랙 소스를 동시에 플레이하여 궁극적으로는 록 오케스트라의 사운드가 구현될 것이다. “모차르트 음악에 대한 정확한 재현과 록 오케스트라와의 기막힌 어우러짐을 보여주고자 한다”. 라이브 밴드의 구성은 리듬악기와 전자악기를 중심으로 드럼, 퍼커션, 기타, 베이스, 건반들로 이뤄질 예정이다.
현재 캐스팅은 70% 정도 완료된 상황이다. 하지만 모차르트 역은 공석이다. 책임 프로듀서 서명욱 국장은 “뛰어난 배우들이 많이 지원했지만, 모차르트의 매력을 100% 표현할 수 있는 적합한 배우가 없었기에, 완벽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과감히 캐스팅 보류를 결정했다”는 것. 원미솔 감독은 이 작품에 대해 “굉장한 가창력도 필요하지만, 배우의 톤이 중요한 작품이다. 록 발성으로 고음도 소프트하게 내지를 수 있는 멋진 음색, 자기만의 매력적인 음색이 많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고 말했지만, 모차르트 역의 적임자가 곧 등장할거라 믿고 있었다.
한편, 프랑스 뮤지컬은 늘 댄서부분이 따로 구성되어 있고, 전문적인 댄서가 주인공의 심리를 대변하는 춤을 춰 드라마를 보강한다. <노트르담 드 파리>나 <로미오와 줄리엣>이 현대무용을 기반으로 스트릿 댄스, 애크러뱃 등 다양한 춤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면, <모차르트 오페라 록>의 안무는 기본적으로 “토슈즈를 신어야 하기 때문에 발레와 재즈댄스 등의 기본기를 가진 사람이 출 수 있는 춤”이라 노지현 안무 감독은 운을 뗐다. “주로 노래의 분위기에 따라 춤의 분위기가 따라가는 편이고, 기존의 프랑스 뮤지컬의 안무에 비해서는 선이 곱다”며, “처음 이 작품을 봤을 때 클래시컬하면서도 섹시한, 묘한 에너지에서 풍기는 아름다움에 매료됐다”고 밝혔다. 18세기 의복을 입고 왈츠를 추다가 갑자기 현대무용과 재즈댄스적인 느낌의 다이나믹한 동작들로 변환되며 섹시하고 유혹적인 느낌의 무대가 펼쳐지기도 한다. 특히 2막에서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의 곡을 듣고 환희와 절망을 동시에 느끼게 되는 ‘Le bien qui fait mal’ 장면은 앞서 설명한 이 작품의 모든 설명이 그대로 반영된 가장 큰 군무 장면이다.
3차에 걸쳐 진행된 댄서 오디션, 1차에서는 피루엣, 데벨롭베, 그랑제테 등 발레 기본 안무 및 공연에서 볼 수 있는 몇 가지 동작을 심사했고, 2차에서는 남녀 파드되를 통해 여자는 토슈즈를 신고 중심을 잘 잡을 수 있는지, 남자는 여자 무용수를 잘 서포터 해줄 수 있는지를 심사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해외팀이 왔던 3차에서도 같은 오디션을 좀 더 심화해서 보는 과정이었고, 3차까지 오디션이 진행되는 동안 안무 감독이 공통적으로 요구했던 것은 사람을 유혹할 수 있는 자신만의 개성이었다. 이렇게 남녀 16명이 선발되었고, 의외로 현대무용에 발레를 부전공한 댄서가 다수 뽑혔다. 기본적으로 발레의 기본에 재즈나 현대무용을 출 수 있는 댄서들이었다.
노지현 안무감독은 약 6개월 후 공연을 앞두고 해결해야할 과제로 “여자들은 토슈즈를 신고 익숙해지기, 그리고 남자들은 여자 댄서들을 자유자재로 들어 올릴 수 있도록 파드되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이었다. 캐릭터의 감정이 폭발하는 대형 군무 장면인 ‘Le bien qui fait mal’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과정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프랑스 뮤지컬의 오디션은 싱어와 댄서 파트로만 나누어 진행했었지만,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연기자’ 파트를 따로 진행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나 <로미오와 줄리엣>, <돈 주앙>의 경우 7명의 배우이자 싱어가 노래와 연기를 모두 맡는다면, <모차르트 오페라 락>은 노래의 비중이 거의 없는 조연 연기자가 9명 등장해 드라마 부분을 이끌고 간다.
최종 오디션에 참석했던 프랑스 제작사 WAM Produtions의 대표이사 장 마리 푸르니에(Jean-Marie Fournier)는 “한국 배우들의 실력이 세계적 수준”이라 총평을 한 뒤, 모차르트 역을 아직 찾지 못한 데 대해 “주인공 모차르트의 감성을 표현할 배우를 찾는 일이란 쉽지 않은 일”임을 공감했다. 실제로 프랑스 프로덕션도 ‘모차르트만의 감성’을 가진 배우를 찾다 이태리 출신의 가수 미켈란젤로 로콘테를 찾았고, 프랑스어에 익숙하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작지만 기민한 모차르트만의 감성’을 잘 표현해 관객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앞으로 6개월 여 남은 기간 동안, 싱어, 댄서, 연기자 각 파트는 각자에게 주어진 과제를 해결해 나가며 점점 <모차르트 오페라 락> 한국어 공연의 모습을 갖춰갈 것이다. 주인공 모차르트는 언제쯤 나타나게 될까.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공연 초연 때 그렇게 나타나지 않던 팬텀이 최종 오디션의 순간 조용히 등장한 것처럼, 좀 더 애태우다 등장할런지 또 한번 주인공의 드라마틱한 등장이 기다려지는 작품이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5호 2011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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