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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ketch] <B급 수다> 현장 스케치 [NO.111]

글 |정세원 사진제공 |한국공연예술학교(SPARK) 2013-01-02 3,934

험난한 공연계에서 여자로 살아남으려면?

 

한국공연예술학교(SPARK), <더뮤지컬>, 프로젝트 박스 시야가 공동 주최하는 는 공연 스태프와 입문자, 그리고 공연에 관심 많은 관객들의 만남과 소통을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의 ‘B’는 백스테이저스(Backstager`s)의 줄임말이지만, 정제되지 않은 농도 100%의 ‘B리리한 수다’라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무대 뒤, 어디까지 까봤니?’라는 재기발랄한 부제가 붙은 것도 같은 이유. ‘월화수목금금금’의 바쁜 스케줄 속에서 휴식과 자기 개발이 부족한 스태프들이 마음 편히 이야기를 나누며 정을 쌓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다른 영역의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화려한 무대와 작품 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은밀한 무대 뒷이야기를 토크쇼 형식으로 풀어내는 . 그 첫 번째 이야기 ‘여자 특집-제인이 아닌, 아마조네스가 되어라!’가 지난 11월 12일 프로젝트 박스 시야에서 펼쳐졌다. 는 이번 파일럿 공연을 거쳐 내년부터 격월로 만날 수 있다.

 

 

 

 

 


프로젝트 박스 시야의 블랙박스 공연장에 들어서니 뜻밖의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의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 로고가 박힌 방석이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공연계 뒷담화, 밀담을 나누는 자리인 만큼 관객과 출연진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보자는 의도였다. 덕분에 관객들은 편한 자세를 취하기 위해 틈틈이 몸을 비틀어야 했지만, 출연자들이 털어놓는 솔직 담백한 수다를 하나라도 놓칠까 귀를 기울였다.


MC 송한샘 프로듀서와 패널 박병성 <더뮤지컬> 편집장의 진행으로 출발한 는  드라마 <여인 천하> OST에 맞춰 등장한 김민정 연출가와 김잔디 제작감독, 양주인 음악감독, 양혜영 CJ 마케팅 팀 팀장의 달콤 살벌한 프로필 소개로 수다를 시작했다. “상상하면서 들으면 들릴 것”이라는 박 편집장의 프로필 소개는 비록 작가의 의도를 충실히 살려내지는 못했지만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성공했다. 이들의 수다는 ‘여자’와 ‘공연계’를 이어주는 몇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키워드는 ‘멘토’다. 수다를 나누기에 앞서 가 2~3년차 여자 스태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먼저 알아봤는데, 응답자 전원이 ‘여자 멘토가 필요하다’고 대답했지만 그중 63%가 ‘여자 멘토가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게스트들에게도 질문이 이어졌다. 유덕형, 김우옥 두 스승의 얘기를 들려주던 김민정 연출은 “여덟 살 난 딸에게도 어마어마한 것들을 배운다”며 온화한 ‘엄마미소’를 지어보였다. “제작감독은 누구나 될 수 있지만 끈기를 갖고 오래 버텨야 될 수 있다”는 김잔디 제작감독은 자신을 뮤지컬계로 이끌어준 김석국 제작감독을, 양주인 음악감독은 대학 은사인 이혜성 교수와 역시 뮤지컬과 인연을 맺게 해준 원미솔 음악감독을 멘토로 소개했다. 하지만 공연계 스태프인 동시에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양혜영 팀장은 “조직 생활에서의 사수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멘토인 동시에 자신을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외로울 때가 많다”며 후배들에게 좋은 멘토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게스트들은 ‘알아도 한 번 더 물어보기’(양혜영),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긍정적인 대화 나누기’(양주인), ‘잔머리 쓰지 않고 진심으로 대하기’(김민정) 등 ‘여자 선배를 내 사람으로 만드는 노하우’도 덧붙여 공개했다. 

 

 

 

 

두 번째 키워드는 ‘남자 동료 다루는 법’이다. ‘여자 스태프를 무시하는 남자 스태프들이 있냐’는 MC의 질문에 출연자들 모두 ‘없다’고 답했다. 김잔디 제작감독은 “여자라고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대 쪽은 체력을 필요로 하는 직종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남녀의 역할 구분이 있다”며 제작감독을 꿈꾸는 입문자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사전 설문에서는 2~3년 차 여성 스태프들 중 12%가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는데, ‘여자가 뭘 알겠냐’는 식의 말을 들을 때, 남자들끼리만 회식할 때, 같은 일을 해도 남자들에게만 팀장 등의 칭호를 달아줄 때 차별을 느꼈다고 한다. 출연자들은 남자 스태프 다루는 노하우로 ‘작은 일에도 칭찬하라’(양혜영), ‘남성성과 여성성, 중성을 모두 활용하라. 하지만 오빠, 동생이 되지는 말라’(양주인), ‘초보자라면 먼저 친해지기 위해 칭찬과 동경을 표하라. 뭐든 아낌없이 가르쳐주려 할 것이다’(김잔디) 등을 제안했다. “현재 공연계에는 여자가 훨씬 더 많지 않나. 남자들이 오히려 차별받을 때가 더 많다”던 김민정 연출은 “같은 조건이라 할지라도 결혼과 출산, 육아 문제로 언젠가는 업계를 떠날 것 같은 여자보다는 남자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김잔디 제작감독의 얘기에 동의를 표했다. 이들의 얘기를 듣고 있던 송한샘 프로듀서는 “유부녀라서, 아이가 있어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 있냐”는 새로운 질문을 내놓았다. 김민정 연출은 작업을 시작할 때 ‘엄마’, ‘여자’로서의 역할을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고 답했고, “부당한 대우를 하지 말고 남자 직원과 똑같은 일을 시켜 달라”며 작업 의지를 보였던 김잔디 제작감독 또한 자신의 상황을 이해시키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양혜영 팀장은 육아와 업무를 현명하게 병행하는 노하우를 들려주었다.

 

세 번째 키워드 ‘술자리에서 영리하게 굴기’와 성추행을 방지하는 노하우에 대한 수다, 가 야심차게 준비한 ‘B급 기네스’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에 이어 네 번째 키워드 ‘연애는 사치? 결혼은 불가능?’에 대한 대화가 펼쳐졌다. 공연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일에 대한 설문 조사에서 ‘많은 업무량, 적은 보수, 남들과 다른 생활 패턴’이 순위를 차지했다. “여자 공연인은 연애할 수가 없다는 얘기”라는 송한샘 프로듀서의 설명처럼, 실제로 미혼인 여자 스태프들 중 10%만이 연애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인 양주인 음악감독의 연애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한 MC는 연애와 결혼에 성공했지만 가정과 직장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잡아가고 있는 김민정 연출과 김잔디 제작감독, 양혜영 팀장의 노하우를 차례로 이끌어냈다. 하지만 듣고 싶은 얘기도, 하고 싶은 얘기도 너무 많았던 는 인터미션 없이 2시간 30분이 넘도록 진행된 탓에 준비했던 두 개의 키워드 ‘생리대-여자들만의 애환’과 ‘활-아마조네스를 위한 무기’에 대한 수다를 아쉽게도 포기해야 했다(이에 대한 이야기들은 홈페이지에 업로드될 예정이라고 한다).


를 마무리하기에 앞서 출연자들은 여자 후배들에게 전하는 지침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 ‘공연인 생활백서’를 공개했다. ‘나만의 원칙을 세워라. 시간 약속을 철저히 지켜라’(김민정), ‘멀리 보는 스태프가 높이 난다. 모든 일에는 여유가 필요하다’(양혜영), ‘견뎌라. 그럼에도 불구하고’(김잔디), ‘초심을 자주 리마인드 하라’(양주인), ‘가장 큰 공연 무대는 세상이다.’(박병성) 공연계 여성들의 현실과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었던 는 샤이니의 ‘누난 너무 예뻐’에 맞춰 등장한 남자들이 출연자들에게 꽃을 선물하는 깜짝 이벤트로 막을 내렸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1호 2012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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