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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음악을 뮤지컬 무대로…<베토벤> 제작 발표회

글 | 이참슬(웹 에디터) | 사진제공 | EMK뮤지컬컴퍼니 2022-12-15 1,920

 

오는 2023년 1월 초연을 앞둔 뮤지컬 <베토벤>이 오늘(15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제작 발표회를 열었다.

 

<베토벤>은 <모차르트!> <엘리자벳>을 만든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의 신작으로, EMK뮤지컬컴퍼니가 <마타하리> <웃는 남자> <엑스칼리버> <프리다>에 이어 다섯 번째로 제작하는 창작뮤지컬이다. 작품은 클래식 거장이자 세기의 천재로 불리는 작곡가 베토벤의 인간적인 면모를 조명한다.

 

극 중 베토벤은 외롭고, 상처받은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학대로 고통받고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는가 하면, 청력을 상실하며 작곡가로서 크나큰 상처를 입는다. 뮤지컬은 베토벤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어준 운명적인 연인 안토니 브렌타노를 만난 후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풀어간다.

 

주인공 루드비히 반 베토벤 역에는 박효신, 박은태, 카이가 캐스팅됐고, 안토니 브렌타노 역은 조정은, 옥주현, 윤공주가 맡았다. 이외에도 이해준, 윤소호, 김진욱, 박시원, 김성민, 전민지, 최지혜, 이정수 등이 출연한다.

 

이날 행사에는 <베토벤>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와 길버트 메머트 연출가, 베른트 스타익스너 음악 수퍼바이저, 김문정 음악감독, 문성우 안무감독, 오필영 무대·영상 디자인 디렉터가 참석했다.

 

아래는 기자 간담회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베토벤> 제작 과정은 어땠는가?

엄홍현 프로듀서 베토벤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그릴지 고심하다 음악을 깊이 있게 다루기로 결정했다. 연습에 들어가기 전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의 지휘하에 40인조 오케스트라와 35명의 배우를 선정해 전곡 데모 녹음을 했다. 전체 스태프와 배우가 모여 전체 음악을 다 듣고 베토벤 캐릭터, 각 역할을 파악하면서 작품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고민했다. 연습 과정에서 부족한 점을 계속 찾고 있고, 지금도 수정을 거듭하고 있다. 또 연출적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이달 13일부터 세트, 의상, 영상 무대를 설치하고 트라이아웃 공연을 진행 중이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지만, 전 세계가 사랑하는 베토벤이라는 인물을 실수 없이 공연하기 위해 과감하게 선택했다. <베토벤>이 우리 관객의 정서에도 맞고, 전 세계에서 공연되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길버트 메머트 연출가 <베토벤>에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베토벤의 음악이다. 베토벤의 음악을 바탕으로 미하엘 쿤체는 대본을 썼고, 실베스터 르베이는 오리지널 음악에 록 요소를 추가하고 뮤지컬 어법으로 바꿨다. 베토벤은 말년에 청력을 상실했지만, 소리가 들리지 않은 상태에서 역설적으로 가장 훌륭한 음악을 탄생시켰다. 베토벤의 모든 음악은 내면에서 흘러나왔다는 점이 캐릭터를 통해 부각될 것이다. 베토벤 음악은 형식을 넘어 감정이라는 요소를 음악에 녹여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베토벤은 많은 것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열정적이고, 역동적인 사람이다. 작품을 통해 그런 역동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베른트 스타익스너 음악 수퍼바이저 어릴 적부터 베토벤은 나의 음악적 영웅이었다. 몇 년 전 실베스터 르베이가 <베토벤>을 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지만, 원곡을 사용한다고 했을 때는 잠깐 제정신이 아니라고도 생각했다. 베토벤 음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아름답고 느린, 기악적으로 훌륭한 교향곡이고, 다른 한 가지는 강렬한 모티브를 통해 표현되는, 요즘으로 치면 업템포 음악이다. 이런 음악을 노래로 부른다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베스터 르베이는 느리고 긴 호흡은 축약해서 음악 안에 담았고, 강렬하고 짧은 모티브 사이에는 다른 멜로디를 추가해 각 모티브를 연결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베토벤의 음악을 사용하지만 실베스터 르베이의 음악적 스타일도 함께 담겨있다. 배우 입장에서는 베토벤과 실베스터 르베이의 두 가지 음악 세계를 오가야 하는 것이다. 두 세계의 만남이 흥미로운 음악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뮤지컬 오케스트라에 있어서는 리듬 세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록 기타를 두 대 사용하는데, 기본적인 멜로디와 리듬적 모티브는 베토벤의 원곡을 기반으로 하지만 오케스트라 연주는 현대적일 것이다.

김문정 음악감독 베토벤의 삶에는 열정, 절망, 환희, 고독이 가득했고, 그 삶이 투영된 음악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베토벤의 삶과 음악을 뮤지컬로 만들기에 적합했던 것 같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비창’ ‘엘리제를 위하여’ 등에 모두 한국어 가사가 붙어 소개될 예정이다. 배우들과 함께 가사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익숙한 멜로디가 어색하게 들리지 않도록 수정과 보완을 거치고 있다. 어제 처음 전막 연습을 했는데, 사람의 소리만큼 좋은 악기가 없다는 것을 새롭게 느꼈다. 배우의 목소리로 표현하는 베토벤의 음악을 듣고 작품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오필영 디자이너 무대 디자인은 베토벤이 어린 시절의 여러 요인 때문에 마음의 벽을 만든 인물이라는 점에서 출발했다. 베토벤은 누군가 마음의 벽을 침범하려고 하면 불쾌해했지만, 처음으로 한 여인을 만나 사랑을 하면서 마음의 벽도 활짝 열린다. 마지막 순간 문을 다 닫고 죽음을 통해 영원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까지 디자인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문성우 안무감독 안무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고민은 작품에 등장하는 ‘혼령’을 어떻게 표현할지였다. 길버트 연출과 고민 끝에 음악이 가진 여섯 가지 특성으로 표현했다. 포르테, 피아노, 안단테, 알레그로, 멜로디우스, 하모니의 여섯 개 음악적 특성을 신체 언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고민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베토벤과 토니의 사랑이 싹트는 과정에서 아름답게 춤을 추는 장면인데, 베토벤과 토니 역의 배우들이 너무 열심히 연습하고 있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배우들과는 어떻게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가?

길버트 메머트 연출가 한국 배우들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섬세하게 작품에 임하는 것이 특별하다. 가사의 번역이 중요한데 이에 배우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각자 배우로서 어떻게 해석하고 전달할지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문정 음악감독 기악곡이 주는 익숙한 소리에 한국어 가사를 붙였을 때 얼마나 본질을 훼손하지 않을 수 있느냐가 과제이다. 모든 배우가 글자마다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빨갛다와 불그스름하다처럼 같은 한국말도 어떤 단어를 선택해야 캐릭터와 감정이 보일 수 있는지 고민하면서 시대적 상황과 음악적 감정에 적합한 단어를 찾아가고 있다.

 

EMK뮤지컬컴퍼니는 최근 창작뮤지컬 제작에 힘을 쓰는 것 같다.

엄홍현 프로듀서 전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우리 배우와 스태프는 최고 수준이다. BTS를 필두로 한 케이팝부터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고, 다음은 뮤지컬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전에 EMK는 영상화 사업을 통해 <마타하리>와 <웃는 남자>를 전 세계에 선보였는데, 해외 반응이 뜨거웠다. 실제로 내년 1월 12일부터 15일까지 <베토벤>의 프리뷰 상연 기간 전 세계 프로덕션에서 방문할 예정이다. 3~4년 전부터 라이선스 뮤지컬 위주로 공연했던 것을 창작뮤지컬 공연으로 결을 바꿨다. 내년에 선보일 <베토벤> <벤허> <베르사유의 장미>도 모두 창작뮤지컬이다. 또 매년 창작뮤지컬을 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한국 뮤지컬이 전 세계에 알려지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길버트 매머트 연출가 200여 년 전 사망한 작곡가 이야기를 알고, 음악을 즐기는데 젊은 관객층도 공감하고 호응할 수 있다면 뜻깊을 것 같다. 우리 모두 천재는 아니지만, 감정이 있고, 열정과 걱정을 안고 사는 만큼 그것을 음악에 녹여낸 한 예술가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보여줌으로써 위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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